| 이적온 시인만의 독자적인 '시도(詩圖)'를 통해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문턱을 제시한다. 시인은 자신의 시쓰기를 '잘못 쓰는 것 같다'고 고백하면서도, 이 '잘못됨'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치열하게 탐색한다. '환영사'에서 '씨도 없이 자라 잘못 여문 과실'에 대한 고백은 시인의 창작 과정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자, 기존의 문법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시는 '관계적 초대'의 형식을 통해 독자를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시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자로 이끈다. 'from: since: until:'에서 '너라면 쓸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며 타자의 쓰기를 호출하는 부분은, 시가 더 이상 시인만의 독백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연대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이적온 시집은 난해함과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고집과 감각적인 언어의 가능성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현대 사회의 파편화된 감각과 무감응 속에서도, 끊임없이 안부를 묻고, 말의 자리를 내어주며, 새로운 미학적 시도를 멈추지 않는 시인의 태도는 한국 시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