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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엥겔스'를 치면, 대부분 맑스에 딸려서(?) 나올 뿐, 엥겔스 개인에 대한 단행본은 이 책 뿐이다.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정도 의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덤속의 엥겔스는 한국에서 출간된 자신의 '유일한' 단행본이 이 책이라는 걸 기뻐하고 있을까 슬퍼하고 있을까. 내 생각엔 차라리 이런 책이라면, 그의 입장에선 '출간되지 않을 것'을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엥겔스에 대한 단행본이라면, 적어도 맑스의 조력자로서가 아닌 그의 '독자적'인 사상이 어떤 것인지, 아울러 그가 맑스에 대한 첫 주석자이자 최초의 맑스주의자였다면, 이후의 맑스주의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를 서술해야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책은 맑스의 입장에서, 맑스주의의 입장에서, 맑스주의의 모든 오류는 맑스가 아닌 엥겔스 때문임을 주장하기 위해 쓰여진 글처럼 보인다. 물론, 그가 맑스에 대해 다소 단선적인 해석을 하여, 그 이후의 맑스 해석의 상상력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그가 해 낸 혁신적인 역할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시대상에 비추어 보지 않는다면, 순전히 오늘날의 입장에서 본다면, 데카르트나 헤겔같은 대철학자도 골때리고 유치한 소리한 것만 따지면 여럿있다) 적어도 '엥겔스'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면, 그러한 서술은 필요불가결적일텐데 저자는 그런 것보단 '모든 것은 엥겔스 때문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려는 의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엥겔스의 '생애'에 대해 너무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지 않은 것 정도일 것이다. 흔히들 반대자들은 맑스에 대해선 '그렇게 현실에서 무능했으니 베베 꼬였지, 자본주의 사회에서조차 성공 못한자가 무슨 사회주의인가'라며 욕하고, 엥겔스에 대해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 노동자에 대해 떠드는건 모순아닌가'라며 욕한다. 이러한 비난들은 새로운 시대, 변혁을 바라는 이들조차 어찌되었건 그가 발딛고 있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임을 고의적으로 보지 않는, 저열한 목적의식의 소산이다. 그나마 그러한 인신공격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인신공격이 부당하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만이 이 책의 유일한 '미덕'이 아닐까 싶다. |
| 최근에 시공사에서 출판한 로고스 총서를 몇 권 샀다. <마르크스>, <엥겔스> 등의 책이 그것인데 <마르크스>는 꽤 잘된 책으로 전부터 유명했기 때문에 만족했지만 <엥겔스>는 <마르크스>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마르크스>를 읽고 나서, <엥겔스>를 구입할 때 <마르크스>만큼의 기대를 가진 독자라면 맥이 빠질만하다. 국내에 <엥겔스>에 대한 본격적 연구서나 번역서를 찾기 힘든 상황이 <엥겔스>라는 함량미달의 책을 출판하게 된 배경이 아닌가 하여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 책을 산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얻거나 풍부한 논쟁거리를 얻기를 기대하였을 것이다.(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가?!) 1. 마르크시즘에서 엥겔스가 차지하는 이론적, 실천적 역할과 기여는 무엇인가? 2. 엥겔스의 이론적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독자적인 측면은 무엇인가? 3. 최소한으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다음의 물음, 즉 엥겔스가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변증법적 유물론, 역사적 유물론으로 정식화한 장본인인가? 결론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1에 대한 평가는 이론적 부분에 치우쳐 있다는 허점이 있다. 그리고 2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마르크스의 사상과 비교해서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경제학과 철학을 왜곡시킨 측면만 강조되었다. 저자는 엥겔스의 사상의 독자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3에 대한 평가는 근거가 불충분하게나마 제시되어 있고, 이는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엥겔스에 대한 부정적 평가-마르크스의 사상을 왜곡시켰다는-와 비교적 일치되는 부분이다. 저자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어서 성급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서 영국의 페이비언 소사이어티(실천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이론적 사회주의자들, 평화적-의회적- 방법으로 사회주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본 19세기 영국 사회주의자 그룹)를 떠올린 게 나 자신만의 경험일까? 저자의 서술 방법에 대한 측면을 문제삼자면, 저자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기준으로 엥겔스를 '평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위의 두 번째 궁금증을 갖는 독자라면 책을 잘못 고른 것이다. 허나, 엥겔스의 학문적 독자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라면 제목이 <엥겔스>인 책을 샀을 때 그런 궁금증을 풀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저자는 엥겔스의 부르주아적 생활이 무척이나 아니꼬왔나 보다. 엥겔스가 없었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태어나지도,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했을 거라는 점을 인정하더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근거도 없이 "프레데릭이 엥겔스의 아들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는 것은 엥겔스에 대한 악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엥겔스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저자의 객관적 눈이 있었다면 2차 인터내셔널에서 엥겔스의 역할, 역사적 유물론과 변증법적 유물론에 대한 정식화가 다름 아닌 당시 수많은 '진정 사회주의자'의 전통과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非마르크스주의자'들의 공격, 현실 정치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이 끼친 해악에서 마르크스주의를, 혁명적 프롤레타리아 운동을 보호하려는 엥겔스의 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독자에게 친절히 알려주었을 것이다. 눈에 거슬리는 건 저자의 태도뿐만이 아니다. 역자의 번역과 마르크시즘에 대한 역자의 이해 수준이다. 몇 개의 얘를 들어보자. 86페이지 마지막 단락의 <사회주의 : 공상주의자와 과학>이 무슨 책인지 처음엔 알쏭달쏭했는데, 이건 우리가 익히 들어온 <공상적 사회주의와 과학적 사회주의>(내지는 <공상적 사회주의에서 과학적 사회주의로의 발전>)이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역자의 이해수준을 반영한 대목이다. 또한 92-93페이지의 역주는 천박함이 느껴질 정도다. 변증법 자체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변증법의 3원칙을 자연, 인간사회, 의식에서의 변증법으로 파악하는 것은 역자의 전적인 오해이다. 저자가 변증법의 3원칙을 "양질전화, 대립물의 투쟁, 부정의 부정"이라고 제시했는데도 말이다. 헤겔과 엥겔스의 변증법을 사변적인 것, 비경험적인 것으로 싸잡아 비난한 것, 자연과 인간사회에서의 변증법의 실재 내지는 적용의 문제를 하나로 묶어 선언적으로 부정한 것은 저자의 생각이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거기에 덧붙여 "친절하게" 역자가 주석이라고 저자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한 건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든다. 단지 중언부언한것 뿐, 주석이랄 것도 없는데 역주라고 하니 웃길 수 밖에. 역자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전문적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묻고 싶다. 로고스 총서의 기획이라고 책 겉표지 뒤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온다. "… 사상을 집대성한 권위있는 입문서…" 더 잼있는 건 <엥겔스>에 대한 출판사의 자부심이 비춰진 그 옆의 말인데, 책을 다 읽고 그 부분을 읽어보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이런 책이? 지금 책이 없어서 그대로 못 옮기는 나의 무성의함을 용서해주길... 로고스 총서라는 출판사의 기획은 환영할 만하지만 인류 역사상 위대한 사상가를 다루는데 있어 출판사는 저자와 역자를 주의깊게 고민하여 선정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