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재학시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다. 산 한 모퉁이에 돌탑(돌무더기?)이 있었다. 아마도 그 돌탑은 한사람의 힘으로 쌓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이 한 두개씩 올려놓고 간 돌들이 1m정도 되는 높이로 서있는 것을 보고 나도 돌 하나를 얹어 놓았던 기억이 난다. 오래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이 바로 이 '돌탑쌓기'다. 어떤 학문분야에서의 대가들이라도 결국 그들은 기존의 이론 체계에 돌 하나를 얹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이 책 <뒤르켐>(앤터니 기든스 저)을 읽고 난 후 '뒤르켐을 만든 사상가'와 '뒤르켐이 만든 사상가'들의 스펙트럼을 보고 든 생각이 바로 '돌탑쌓기'였다.
사실 나는 뒤르켐이라는 인물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최근 프랑스 구조주의 공부를 하면서 뒤르켐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 출발점으로 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얇은 책이지만 내용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사회학 개론에서처럼 뒤르켐을 '통계학적 사회학 방법론'을 채택한 인물로 국한시키지도 않는다. 물론 그런 평가를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지만, 한 사상가의 다채로운 이력-사회학자이면서 철학자, 교육학자, 종교학자이기도 한-을 보여주는데 충실한 안내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저자는 뒤르켐의 주요 저작 4가지-<사회분업론>, <사회학적 방법의="" 제규칙="">, <자살론>, <종교생활의 기본형태="">-를 시간적 순서와 테마를 바탕으로 잘 요약, 제시해주고 있다. 흔히 베버, 맑스와 함께 3대 사회학자로 거론되는 뒤르켐이니 만큼 책의 처음은 '독립된 학문으로서의 사회학'으로 배정되어 있다. 진화론적인 사회학자인 스펜서와 사회학의 아버지인 콩트, 그리고 뒤르켐의 취사선택 방식이 1장의 주요내용이다. 그는 개인과 사회의 연대방식으로 기계적 연대와 유기적 연대를, 개인에게 사회가 행사하는 규제방식으로 억압적 규제와 배상적 규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뒤르켐은 '사회'라는 사회학의 연구대상을 정립한다.
"사회는 하나의 사실로서 개인에게 다가온다"라는 명제를 통해 뒤르켐은 이기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이타적 자살을 구분한다. 기존의 통계학적 방법을 비판하고, 대신 사회학적 연구대상으로서의 '사회'를 개인과 병치(竝置)시킨 것이다. 대부분의 뒤르켐 연구가 주목하는 점은 바로 여기이다. 뒤르켐의 저서들 중 <자살론>만이 중복번역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아무튼 좀 과도하게 요약하자면 뒤르켐은 사회와 개인의 통합이라는 화두를 통해 "개인의 자살은 개인의 의도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3장인 '국가와 정치'에서는 뒤르켐이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한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해를 설명하고 있다. 뒤르켐은 당시의 사회사조였던 공리론(고전 정치경제학의 이론적 기초), 보수주의,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모두를 비판한다. 뒤르켐에 따르면 그들은 사회 속에서의 '도덕적 권위'가 갖는 역할을 무시했다는 맹점이 있다. 뒤르켐의 재미있는 표현을 빌자면 <계약 속에서의="" "비계약적=""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사회사상에 대한 자신의 비판을 바탕으로 4장에서는 '도덕적 권위'에 대한 교육학자로서의 뒤르켐의 모습이 드러난다.
5장부터는 도덕적 권위의 기원에 대한 탐구가 드러난다. 뒤르켐은 도덕, 윤리, 종교를 구분하면서 '종교가 갖는 사회적 기능'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칸트, 포이어바흐, 맑스 등의 종교 이해와 그 당시의 문화인류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뒤르켐은 종교의 기능에 대해 새로운 이해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종교의 기능은 다음의 두 가지다. 첫째,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통합하고 인간들의 관계방식을 제시한다. 둘째, 세계에 대한 인식론을 제공한다. 저자인 앤터니 기든스가 지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부분의 종교 이해 방식은 레비스트로스에서 그대로 되살아난다. (그의 저서인 <야생의 사고="">를 볼 것)
마지막 6장에서는 뒤르켐 이후 여러 학자들의 비판을 요약 정리하고 있다. 기든스는 뒤르켐 사상이 갖고 있는 한계로서 그가 이론을 정립하기 이전에 제시한 전제들과 그의 논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꼽는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뒤르켐의 사상이 갖는 유효성을 짧게 덧붙이면서 책을 맺는다.
앞에서도 잠깐 밝혔지만, 나는 뒤르켐을 프랑스 구조주의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레비스크로스의 뜨거운 사회 / 차가운 사회,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ISAs)를 통해 뒤르켐을 거꾸로 읽었던 것이다. 뒤르켐을 먼저 접한 분들이라면 내가 겪었던 방향과 정반대의 노선을 밟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아무튼 이 책은 성공한 책이다. 입문서의 가장 큰 역할은 원저를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뒤르켐의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 이 책은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인상깊은구절] 뒤르켐에게는 분명 뛰어난 공로와 성과가 있다.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사회적 원인의 영향력을 증명한 것, 주관주의의 임의 기준을 배척한 것 등은 모두 그가 강조한 사항이다. 아쉽게도 그런 강조사항들이 뒤르켐 자신의 사회학적 방법론의 구도 속에서는 만족스럽게 해명되지 않았지만, 이런 강조사항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야생의>계약>자살론>종교생활의>자살론>사회학적>사회분업론>뒤르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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