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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 초상』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이상이라는 작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저 '<날개>를 쓴 작가, 기이한 사람, 금홍이와의 사랑' 정도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이상'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 중 제일 마음이 쓰였던 것은 이상의 화가로서의 꿈이 굉장히 진심이었다는 점이었다. 그가 '김해경'이라는 본명 보다 더 자신의 이름이라고 여겼던 '이상'에서 '상'이 화구 상자를 뜻하는 걸 보면 그의 그림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못했던 큰아버지와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강릉 김 씨의 장자가 되기 위해 큰아버지 집의 양자가 된 이상은 유년시절에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이 시절은 이후 '외로운' 이상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근원이 된 것 같았다. 큰아버지는 그의 예술적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집안을 위해 안정적인 진로를 선택해야 했던 이상은 고공 건축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조선총독부에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양자가 된 것부터 이런 진로를 택하게 된 것 모두 그가 원하던 바는 아니었다. 큰아버지와의 갈등은 그를 괴롭혔다. 오죽하면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큰아버지가 지어준 '김해경'이라는 이름을 큰아버지의 관에 밀어넣고 싶다고 했을까. 하지만 이상은 자신이 큰아버지를 정신적으로 살해했다는 죄의식을 갖게 되고, 스스로 화가가 되기를 포기함으로써 괴로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까. 이상의 그림에 대한 꿈은 시나 소설을 쓰는 것보다 원초적인 감정으로 느껴졌다.
이상이 금홍이와의 사랑에 집착한 것도 외로운 어린 시절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배천온천에서 폐결핵으로 거의 죽어가던 이상을 보살펴준 금홍은 그의 첫사랑이 된다. 이상은 그때까지 그렇게 안온한 품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금홍은 그에게 연인이자 엄마였다. 그러니 금홍과 함께 꾸려 간 제비다방은 그에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안식처였으리라.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금홍이 왜 그토록 이상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금홍의 매력을 내가 잘 몰라서일까. 이상이 금홍에 대해 가진 마음과 금홍이 이상에 대해 가진 마음은 무게가 달랐던 것 같다. 어쩌면 이상 스스로 금홍이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그래야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버티며 살 수 있었을 테니까.
이상은 생의 마지막도 외로웠다. 이상은 결혼 후 안락한 삶을 살지 못하고 돌연 일본 동경으로 떠나 새로운 출발을 하려했다. 조선의 현실에서 탈출한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환영받지 못했다. 동경 거리에 가득한 자동차 행렬이 내뿜는 가솔린 냄새와 소음을 맞닥뜨리고 자신이 찾던 문명은 어디에도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상의 낭패감은 얼마나 컸을까. 식민지에서 온 청년은 본국이라는 위압감에 눌려버린 건 아니었을까. 평생 낙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디에서도 낙원을 만나지 못한 마음마저 빈곤한 예술가가 바로 이상이었다. 일본에 있는 김기림에게 쓴 편지에 이상의 안타까운 처지가 잘 드러나 있다. "편지 주기 바라오. 이곳에서 나는 빈궁하고 고독하오..."
이상이 죽은 후 김기림은 이렇게 말한다. "그를 죽인 것은 병이 아니라 잘못 태어난 우리 시대죠.."
본명은 김해경, 본관은 강릉.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37년 동경에서 죽은 화가이자, 시인이고, 소설가였던 이상.
“나는 형이 내게 선물한 이상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커다락 백조처럼 날개를 달고 멀리 날아가고 싶었어”
이상이 남긴 말 중에 이 말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자유를 꿈 꾼 예술가 이상, 그의 짧은 생이 참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