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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시'란 다른 물고기를 대신해 미리 수족관 투입되어 최적의 환경을 만든 다음에 희생되어야만 하는 물고리를 가르치는 말이라고 한다. '파일럿 피시'란 제목이 왜 붙었는지 궁금증이 생기는데 젊음의 한 때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생각지도 못한 일로 헤어지면서 서로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다. 주인공 야마자키는 문인출판이란 출판사의 편집자로 에로 잡지를 만드는 일을 십구 년이나 해오고 있는 남자다. 에로 잡지사를 연결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야마자키가 기억의 저 편에 늘 껴안고 있는 유키코란 옛여자친구다. 어느 날 갑자기 동창인 줄 알고 받은 전화가 한 때 연인이었던 유키코의 전화다. 단숨에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이름을 기억할 만큼 야마자키의 기억 속에 그녀는 늘 존재했던 사람이다. 스티커 사진을 같이 찍자는 유키코의 전화를 끊으며 오래전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엄청난 길치인 야마자키는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찾아가던 중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우연히 들어간 찻집에서 울고 있는 유키코를 본다. 그냥 말을 붙이고 싶었던 야마자키로 인해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은 얼마 후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특별히 할 일이 없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던 그 시절... 식구처럼 지내던 아르바이트 사장이 갑자기 죽음을 맞자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야마자키는 유키코에게 상처를 입힌다. 십구 년이나 흐른 후에 다시 만난 남녀... 마흔한 살의 각기 다른 가족과 연인을 둔 두 사람이지만 담담하게 함께했던 추억을 되새기고 있음을 깨닫는다. 3년이란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다. 허나 야마자키에게 있어 유키코와의 3년은 너무나 많은 기억을 저장한다. 한 번 헤어졌기에 다시는 헤어질 수 없다는 야마자키의 이야기는 매번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을 살고 있는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 역시 매번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그 반복이 경험으로 쌓여 새로운 관계를 유지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숙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 바로 이 기억이다. 출판사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던 중 만난 인기녀와 우연히 함께 한 짧은 시간과 이별, 인기녀의 친구이며 현재의 애인이다. 야마자키는 항상 자신을 이끌어주던 유키코의 기억을 안고 살았다는 것을 느낀다. 유키코 역시 야마자키와 같은 좋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선택했던 그녀이기에 야마자키의 용서를 받아들인다면 멈추어 설 것을 두려워한 결과로 두 사람은 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무수히 많은 만남과 이별을 가지고 머리에 저장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에서 한 사람의 기억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잔잔하고 담담하게 풀어가는 이야기가 나름 괜찮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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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한 수많은 사람들과 헤어진다. 그런 만남과 이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 몇몇 장면만이 남아 있곤 한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잊어버렸던 기억이 생생하게 다시 떠오르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얼마 전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모르는 번호라 안 받을까 하다가 받았는데 받고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무척 친했는데 졸업 후 이상하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친구였다. 놀라웠던 건 그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바로 그 친구의 얼굴과 이름, 그 친구와 보냈던 고등학교 시절이 갑작스레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했던 만남과 이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기억에 대한 말로 시작한다.
사람은 한번 만나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인간에게는 기억이라는 능력이 있고, 따라서 좋든 싫든 그 기억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이다(p.11)
소설은 포르노 잡지 월간 <이렉트>의 편집장인 야마자키가 새벽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전화를 건 이는 옛 애인 유키코. 그녀와 헤어진 지는 이미 1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와 그녀의 대화는 마치 어제도 만난 연인처럼 아주 자연스럽다. 소설은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야마자키와 유키코의 만남, 사랑, 이별을 들려준다.
작가는 완벽한 수족관 생태계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물고기, 파일럿 피시를 내세우며 야마자키와 유키코의 관계를 설명한다. 야마자키에게 있어서 파일럿 피시의 역할을 한 이는 아마 유키코일 것이다. 그가 문인 출판사에 취직해서 편집장이 된 것도, 유키코가 자신과 야마자키의 파일럿 피시라고 말하는 와타나베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의 딸일지도 모르는 가나를 만난 것도, 또한 가나를 통해 현재 여자 친구인 나나미를 만난 것도.
문득 관계라는 것이 당사자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그 누군가와의 관계가 다시 다른 이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소설에 나오는 수족관의 모습처럼 이 소설 자체도 투명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그 속에 담긴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도 잔잔하지만 따뜻하게 다가온다. 잊어버린 옛 만남과 이별을 다시 떠올리며 남모르게 미소 지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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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 마당에 개를 한 마리 키웠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똥개라고 불리는 종이었다.
나는 그 개를 예뻐하기도 했고 괴롭히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별다른 애정은 없었고 크게 추억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서 개장수에게 팔려갔다는 말을 들었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요즘은 동물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 다르고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TV 나 주변에서 애완동물을 보면 가끔 생각이 난다.
그런데 그 생각은 잘해줬던 것보다 괴롭히고 못되게 굴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당시의 내가 지금과 같은 생각과 마음이라면 좀더 잘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은 과거를 생각할 때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떠올린다.
예전에는 주로 나쁜 기억을 떠올렸던것 같다.
나의 삶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나에게 남은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학창시절, 군대, 그리고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남에게, 남이 나에게 했던 많은 말과 행동이 상처로 남아있다.
그런 생각이 괴로워서 한동안은 과거와 단절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아마 모리모토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대학교를 다닐 때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같이 잘 어울렸던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조금 놀랐지만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
그 뒤로도 이상하게 그 친구가 죽었다는 생각은 잘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어디에선가 그 친구가 살아 있는데 그 말을 전해준 친구가 장난을 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과거에 대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
기억이 떠오르는 대로 생각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둔다.
어찌되었든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 내가 만났던 모든 이들과 과거에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은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다.
나의 기억(과거, 과거의 사람들)은 지금도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고 있다.
내가 그들을 다시 만나든 만나지 않든 그들은 항상 내 안에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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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에 대한 아름다움, 아련하게 남아있는 첫사랑의 추억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소설 <파일럿 피시> 정말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없이 서정적인 표현들이 마음을 흔들고, 또 한편으로는 수족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꽤 많아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책이 처음부터 그렇게 쓰여진 것일까? 책장을 넘기는 감각이 부드럽다. 마치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가 된 듯 책 속을 유영하게 된다. 어느 날 밤 포르노 잡지인 월간 ‘이렉트’의 편집장인 야마자키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기 자신의 일부일 수 밖에 없는 기억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 모리모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 열아홉 살부터 스물두 살, 참 아름다우면서도 불안한 시기를 함께해준 유키코의 전화였다. 그는 19년 만에 듣게 된 그녀의 목소리를 한 번에 알아듣는다. 길을 잃고 무작정 들어간 산구바시 찻집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려는 야마자키를 세상으로 인도해준 여성이다. 심지어 ‘발기시켜서 팔아보지 그래’라는 도발적인 말과 함께 그를 월간 ‘이렉트’로 이끈 인물이기도 한다. 그저 편집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그에게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차례차례 전화를 걸어 지금의 직장을 찾아준 유키코, 그녀는 첫 만남에서부터 그렇듯이 야마자키와는 참 상반되는 그런 여성이고 무기력했던 그의 삶의 파일럿 피시이기도 하다. 파일럿피시란 수조를 설치하고 제일 처음 넣는 물고기를 말한다. 아직 생태계가 생성되지 않은 그 곳에서 다른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삶에 파일럿 피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모든 관계가 아름답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자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 나쁜 기억만 온통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고집스러움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애써 숨겨두었던 행복한 추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으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준다. 그렇게 편안하게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이 소설 때문이고 ‘파일럿피시’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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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시 표지를 넘기면 책 가장 앞부분에 심사평이 있다. 심사평을 읽고 난 뒤에 일독하면 책에 더욱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문장이 참으로 유려하다. 청아하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아름답다. 사랑을 다루는 청춘소설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소설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읽다보면 머리가 아프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파일럿 피시에서도 약간 헤맸다. 하지만 파일럿 피시에는 흐름을 부드럽고 깔끔하게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잔잔하게 느껴지는 흐름에서 참으로 매력이 철철 넘친다. 살아가다 보면 사랑을 하게 된다. 뜨겁게 타올랐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가고 때로는 예기치 않게 헤어진다. 인생에 있어서 만남과 이별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3년간 만났던 여자 친구와의 이별이 19년이라면 어떨까? 전화에서 들려오는 여자 친구의 목소리를 단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까 주인공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의식과 무의식 아래 그녀와 보냈던 추억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리라! 한 사람이 서있는 위치에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과관계가 엮어 있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에는 진하고 흐린 것이 뒤섞여 있다. 뜨겁게 사랑했던 여자 친구와의 인연은 진하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잊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평소에는 무의식적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막상 예전의 인연을 다시 접하게 되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 책에서는 수족관이 등장한다. 수족관의 생태계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냥 단순한 설명이 아니다. 수족관의 생태계는 사람의 인생과 똑같다. 단지 크고 작을 뿐이다. 그냥 작은 세계라고 느꼈던 수족관에 이처럼 복잡한 자연의 이치가 있을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다. 남과 여가 만나면 누가 누구를 보호할까? 사실 이건 의미가 없는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한다. 보호 역시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다. 쌍방통행으로 이뤄진 사랑은 서로를 따뜻하게 보호한다. 예전에도 생각했던 부분인데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알고 있던 이야기들도 되새기지 않으면 희미해져간다. 편집자를 희망하는 남자 주인공이 직장을 얻는 과정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결국 원하는 대로 편집자가 되기는 하는데, 취업한 출판사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남자들이라면 원초적으로 선호하는 도색잡지의 편집자! 그저 단순하게 스쳐 지나갈 줄 알았던 출판사의 인연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인연이란 언제 와서 어디로 갈지 모른다. 단순하게 여겼던 인연이 끝까지 이어지고, 한없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던 인연이 바로 끊어지기도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이라 애절하고, 또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보다 환하게 불타오를 수 있다. 만약 시간의 한정이 없다면 늘어지거나 나태해지지 않을까?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거지만 아프고 애절한 건 여전히 안타깝다. 그래서 더욱 불멸의 인생이나 불멸의 사랑을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아파한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아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망각하고 있던 사랑의 시간들을 다시 한 번 추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들도 재조명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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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인간에게 있는 기억이라는 능력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절대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능중 하나다.기억이 있어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기억. 일부에게는 행복한 기억이 있을테지만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기억이 더많을 것이다. 이 행복하지 않은 기억은 책 속 주인공의 친구인 모리모토처럼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40대인 모리모토. 한때 잘나가던 그는 술에취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그가 술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바로 기억때문이다. 잊어버린 줄만 알앗던 과거의 기억이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날 문뜩 자신을 옥죄기 시작했다며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매일같이 술을 퍼마시는 것이라고. 그를 괴롭게 만든 기억은 무려 이십 년 전에 남들을 깔보고 상처입히며 내뱉었던 말들이다. 그러한 말들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분득 세세한 부분까지 떠올라, 그로 부터 도망칠 수 없던 그는 결국 정신병원에 실려가서 입원하기까지 이른다.
제 아무리 잊고 싶은 과거도, 함부로 내뱉었던 잔혹한 말들도 나의 일부로 살아 남아서 그것만을 도려낼 수 는 없다는 기억. 이러한 잊고 싶은 기억이 나에게도 있는데 책을 읽는 순간 그러한 기억이 떠올라 조금은 불편하게 만든 파일럿 피시.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이 나온시기에서 무려 14년이 지난 지금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sf영화와 sf소설에서만 보던 지우고 싶은 기억을 지우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다만 이 소설이 나올무렵에는 그러한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람은 한 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인간에게는 기억이라는 능력이 있고, 따라서 좋은 싫든 그 기억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문장과 함께 시작하는 소설. 평범하게 성인 잡지 편집일을 하던 야마자키에게 어느날 잊고 있었던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그는 과거의 기억때문에 괴롭다며. 그 전화로 인해 과거의 기억으로 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어느날 십구 년 만에 유키코에게 전화가 온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휴일날 만나서 스티커사진을 둘이서 찍자는 말을 하는 그녀. 어뚱하다 생각했는데 그녀가 같이 일하는 이가라시와 아는 사이라며 어떻게 아는지 일요일 만나면 얘길해주겠다고 하자 딱히 할일도 없기에 만나기로 한다. 그러면서 과거 그녀와 만나게 된 일,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이유, 그녀와 헤여지게 된 일등 잊고 있었던 지난 기억들을 떠올린다.
이 책의 제목인 파일럿 피시는 다른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물고기라고 하는데 야마자키와 유키코는 서로에게 그러한 존재 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파일럿 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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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를 읽다가 오사키 요시오가 예전에 나를 울린 <아디안텀 블루>의 작가 라는 걸 알았다. 드라마를 보거나 소설을 읽으면서 잘 울지않는 내가, 아디안텀 블루를 읽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전혀 과장됨 없이 잔잔한 문장으로 많은 독자를 울렸을 아디안텀블루. 그 작가의 소설이라니 다시 또 나를 울리려나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다. 이 소설은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는데, 심사평 중에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다. <명료하고 온화하고, 잔잔한 바다같은 문체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문장이 지닌 투명함이 좋다. 슬픔이 치유되어 간다는, 소설로서의 핵심도 제대로 갖추었다.> 그렇다. 나도 잔잔한 바다같은 온화한 문장에 반해 집중해 읽었다.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 거린게 아니라 작은 물고기처럼 유유히 문장 사이를 헤엄 쳤다고나 할까?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도 좋아하는 편인데, 그의 소설은 더운 여름날에 마시는 냉커피,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와 같다. 더운 여름날에 얼음 동동 띄운 냉커피를 마시면서 작은 얼음 알갱이를 입안에서 굴리다 보면 얼마나 시원한지. 게다가 갑자기 쏟아져 내려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는 어떤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읽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있어서 좋아한다. 이 소설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과는 또 다른 맛이다. 냉커피 처럼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좀 더 부드러운 맛이다.마치 소설에 나오는 수조속의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듯 자연스러운 맛 말이다. 음료에 비유하자면 국화차나 허브차 같은 맛이다. 그의 문장도 소나기가 아닌, 가을 하늘의 뭉게구름이란 비유가 더 잘 어울린다. 한미디로 잔잔함 이다. 언제부터인지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면서 좋은 문장,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밑줄을 치는 버릇이 있다. 이 책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후, 펼쳐 보고는 깜짝 놀랐다. 마치 시험공부 때 읽은 참고서 처럼 책이 밑줄 투성이가 된 것이다. 본문에 나오는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책이 쓰여진 건 아마도 2000년 경 같다. 한번 만난 사람은 헤어지더라도 기억의 일부가 되어 내 안에 살아 있다는 작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다. 만남과 이별은 살아있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만이 아니다. 사별도, 이별의 한 종류 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이 책에 사랑과 이별을 제대로 담아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은 철학적인 내용이랄 수 도 있는데,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으로 잘 다듬었다. 따뜻하고 촉촉한 소설이란 일본 독자의 리뷰에 공감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볼 생각이다. 소설 읽기를 즐기거나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단언컨대 작가의 문장에 반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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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수족관 같은 책 <파일럿 피시>
파일럿 피시란, 수족관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맨 처음 수조에 넣는 물고기로, 물 속이 어느 정도 건강한 박테리아로 가득하게 되면 그대로 꺼내서 버려버리거나 죽여 버리는 물고기를 말한다. 이 파일럿 피시 덕분에 추후 다른 고급 물고기들이 잘 살아가게 되고, 수족관은 계속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파일럿 피시같은 인연을 만나고 이별하면서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의미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소설이다. 책 문장이 참 투명하고 맑고 담백하다. 그리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 속에서 슬픔과 무료함,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만남과 이별 이야기 속에는 생각지 못한 흥미로운 반전이 숨어 있으며 읽는 내내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마지막, 이야기가 끝맺는 순간 코 끝이 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가 너무 깔끔하고 투명해서 그들의 기억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너와 함께한 시간의 기억이 가라앉아 있지. 그것은 탁자 위에 재떨이가 있듯이 확실하게 존재하지. 그러니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앞으로도 너는 내게 여러 가지 영향을 계속 미칠 거야. 우리 둘은 헤어질 수 없어." 우리 각자에게는 기억을 담고 있는 큰 수조가 있다. 우리의 수많은 만남 속에서도 파일럿 피시같은 인연을 만나고 나면 그 후 이어지는 삶도 파일럿 피시가 뿌려놓은 영양분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성장하게 된다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은 것 같다. "네가 설령 내 앞에서 사라졌다 해도 둘이 보냈던 날들의 기억은 남아. 그 기억이 내 앞에 있는 한, 나는 그 기억 속의 너에게 계속 영향을 받지. 물론 유키코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나베 씨,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의 기억의 집합체처럼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기억의 집합체?" "난 너랑 헤어지지 않았어. 그게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의미 아닐까?" 비록 언젠가는 물리적으로 이별을 맞더라도 크게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왜냐면 한번 만난 인연은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결코 헤어지고 싶지 않은 이들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때문에 밤새 그 이유를 찾아보고 납득해보느라 속을 앓고 끙끙대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파일럿 피시>는 주인공이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 관한 기억을 써 내려가면서 그들이 얼마나 현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여름날, 적적함과 공허감을 달래며 희망을 꿈꿔보기 좋은 책이다.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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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올려놓으면 휘는 기름종이 같은 불투명한 재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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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늦은 밤 걸려온 옛 여인의 뜬금없는 전화, 후로 되짚어 보는 그녀와의 추억 속의 사랑과 이별의 과정들…. 언뜻 보면 익숙한 이야기처럼도 보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서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손에 잡힐듯 가물거린다. 제목인 '파일럿 피쉬'는 한마디로 희생양의 물고기다. 처음 수조를 가꿀 때 고가나 상급자인 물고기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미리 수조에 넣어서 환경을 조성 후에 버려지는 물고기를 일컫는 말이다. 파일럿 피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남자주인공 야마자키와 그의 옛 연인 유키노 중에 과연 누가 파일럿 피시였을까...갸우뚱하게 되었다. 사람의 기억이란, 추억 속에서도 자신의 편의에 맞게 재배열되고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첫사랑의 기억에서는 누구나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남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그중에서 아주 절친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 , 목숨을 다 바쳐서 사랑하는 연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따져보면 사람의 관계란 참 오묘하고 인력으로는 불가한 그 무엇의 힘으로 인연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의문감이 생긴다. 주인공 야마자키와 유키코의 짧은 연애시절의 추억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존재하고 그들이 그들의 연애사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미쳤을것이다. 그들 기억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와타나베씨 일가족과 그의 가계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되었던 또 다른 사람들. 만남과 이별은 분명 본인들만의 문제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주위의 복잡한 배경이 이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연인들의 이별은 한 마디로 잘라서 말하기에는 힘든, 씨줄과 낱줄이 교묘하게 얽혀 있다. 야마자키는 성인잡지 편집장이라는 직업도 그렇고 평범한 연애스타일은 아닌듯하다. 한참 아래의 어리디어린 연인을 두고 있고 40이 가까운 나이까지 혼자서 살고 있고 현 연인과도 19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옛 연인 유키코와도 19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사람의 기억 속에서, 특히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추억속에서 본인은 희생양 물고기인 파일러 피쉬일수밖에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