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렁이가 부지런히 땅을 뒤섞는 제 일을 하다가 문득 생각을 하게 된다. 난 누굴까, 이 일은 어떤 의미가 있지, 내 모습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어울리지 않는 생각과 의문을 갖게 된 지렁이는 땅 위로 나와 달팽이를 만나게 된다. 달팽이는 현자로 나와 지렁이가 스스로의 깨달음을 얻도록 여행을 권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여행을 택한 것이,그저 떠나서 일상과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다 오기 급급한 우리들의 떠남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 과정에서 지렁이는 여러 벌레를 만난다. 개똥벌레, 딱정벌레, 꿀벌, 전갈, 거미 등이다. 이들을 닮고 싶어하기도 하고 같이 지내보기도 하며 여러 일을 겪는다. 이 벌레들은 보통의 우화가 그렇듯이 우리들 인간의 모습을 유형화하고 있다. 단지 예전의 우화들-이를테면 어린 왕자, 연어, 이솝이야기, 레오니오니 우화 등-에 비해 현대인을 더 꼬집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지렁이가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돌아와 자기 안의 무지개빛을 밝게 빛내는 모습으로 끝난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쓰니 상투적인 결론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이 제법 흥미롭게 진행된다. 동물이 아니라 벌레임을 잊으면 안 된다. 이는 무지개虹을 부러워하는 지렁이의 꿈에 관한 일관성있는 구성이다. 겉으로 정말 아름다운 무지개 역시 그 모습을 안에 간직했다가 때를 찾아 자연스럽게 발현했다가 다시 원래로 돌아가는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다. 지렁이라는 벌레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도 '강아지똥'이나 '꼬마모자' 같은 하찮음의 상징일 터이다. 그림과 함께 읽는 이야기들은 그 그림으로 뜻과 매력을 더 한다. 세세한 여백과 사소해보이는 선까지 관심을 두고 읽을 일이다. 지렁이의 눈과 입이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면 좋겠다. 그러면 더 꼬집히는 생각거리가 있을 것이다. 빌려 읽었다가 아이들 공부와 여러가지 효용이 있을 것으로 보여 내 돈 주고 구입한 몇 안 되는 책이다. 어느 수준이든지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의 깊이 정도에 따라 생각거리를 던지는 것도 큰 매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