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에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황당무계한 시도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장 한장 책을 읽어가면서 놀라움과 함께 경악해야 했다. 정말 놀라운 책이다. 이미 우리는 세계화의 한복판을 격랑 일렁이는 이 망망대해를 헤쳐가고 있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모르지만,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 텍사스 목화밭에서 태어난 목화솜이 중국을 거쳐 실로 자아지고 천이 되고 티셔츠가 되어 다시 미국으로 수입되고, 기증되고 버려져서 아프리카에서 마지막 여생을 마치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단지 상상력이 아닌, 그 과정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논리, 그 어느 일면으로도 이미 복잡해져 버린 세계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 다만, 이렇게 모두가 내달려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미래가 온통 음울한 비극만은 아니다. 오히려, 싱싱한 생명력과 분주한 활기로 가득차 있다. 다만, 탐욕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꺼라는, "바닥으로의 경쟁"이 더욱 가속되고 세계 도처에서 전통적 삶의 근거지들이 박살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재미있는 건, 다른 나라엔 자유무역의 논리를 들이대면서도 자국의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참 별별 법안을 다 만들어가며 보호하고 버팅기는 미국의 행태가 가히 코메디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수입 가능한 브래지어에 관한 내용은 폭소를 멈출 수 없게 한다. 소재의 75% 이상은 미국산을 사용해야 하는데, 어디까지를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결국 어깨끈과 연결 매듭, 라벨은 조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쿼터와 제한 조항들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국 섬유산업을 보호하고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쿼터제가 다른 국가들에게도 산업화의 기회를 가져다 주고 있고 적어도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새삼, 인간의 삶을 껴안지 않고는, 그 복잡함의 이면까지 들여다 보며 챙기지 않고, 단순한 선악구별법이나 흑백논리만으로는 결코 무엇 하나 제대로 풀어낼 수 없다는 걸, 되새겨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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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이 최근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파는 환경을 만들어서, 저마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최적화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문제는 급이 틀리다는 것이다. 마치 대학생과 중학생을 같이 두고 시험을 보는 것이다. 과연 이 협상이 공정한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것도 대학생이 나서서 중학생한테 제안하는, 그런 치사한 일을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자들은 서로 합의된 상태여서 중학생만 골치아픈 지경이다.
또한 문제는 미국이 과연 모든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능력으로 승부에 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조금 받을 거 다 받고, 정치권에 로비하고, 온갖 음모술수가 넘치는 곳이다. ''사다리 걷어차기''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미국은 공정한 거래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몇 십년전, 100여년 전만해도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을 했었던 나라가 이제는 다른 나라들에게 시장을 개방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22. 미국의 목화 재배농들이 구가하고 있는 경쟁우위는 정부 보조금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들은 미국이 자유무역을 옹호하려면 말뿐이 아닌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26. 미국의 관세 정책은 지배담론과 일치한다. 섬유 및 의류에 대한 관세는 지난 40여 년간 무역 협사에서 늘 예외로 취급되어왔다.
나이키 운동화와 티셔츠, 스타벅스 커피. 모두 판매가의 수십분의 일, 아니 수백분의 일에 불과한 원가를 가지고 있는 미국 제품이다. 이들은 경쟁력을 강요하면서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물론 경제학적으로는 같은 가치에 더욱 저렴한 상품/서비스를 추구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전세계가 공존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전혀 좋은 선택이 아니다.
109. 세계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티셔츠의 값이 사실은 더 높아야 한다고 계속 주장한다.
''경제학 콘서트''에 나온 스타벅스 커피를 보면, 스타벅스의 원가는 매우 낮으며 그들을 손가락질하는 시민단체를 피하기 위해서 나온 ''원두생산자로부터 비싸게 산 원두로 만든 커피''는 스타벅스에게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티셔츠 값이 높아진다고 해서 제3세계 노동계층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너무 순진한 생각으로 스타벅스같은 기업들의 장난에 휩쓸리지 말자.
178. 미국 대통령들이 자유무역을 지지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그들 모두가 확실히 알고 있는 공통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섬유 및 의류 산업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한 자유무역주의를 전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99. 각 단계에서 외국의 경쟁자들을 배척함으로써 작은 이익을 거둔, 미국의 섬유없계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209.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 해결책으로 ''보상원칙''을 제시한다. 무역장벽을 세우는 대신, 패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최상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 보상원칙에 의해 임금은 보전될지 몰라도, 그밖의 것들은 보상받을 수가 없다.. 한 번 패자는 영원한 패자일 수 밖에 없다.
''경제학 콘서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보호무역은 모두를 힘들게 하는 선택이다. 미국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은 섬유 산업이 보호무역을 요구함으로써, 미국내의 섬유산업도 어렵고 해외의 섬유산업 또한 미국에서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 과연 어떤 방법이 최선의 방법일까? 경제학자, 정책론자 모두 이 어려운 질문에 답을 해야만 한다.
239. 구제옷 무역은 자선을 베풀려는 기증자들의 선의를 이용한, 악덕 산업으로 개발도상국의 의류 산업 발달을 저해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선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자극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동적인 비즈니스 모델인가?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단편적으로 해석하면 안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구제옷 판매와 같이 좋은 의도를 가진 사업도 엄청난 이익을 중간에서 남기는 문제가 있다. 또한 구제옷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의류 산업이 침체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건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흑백논리 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시야를 좀 더 일상화시키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인상깊은구절] 239. 구제옷 무역은 자선을 베풀려는 기증자들의 선의를 이용한, 악덕 산업으로 개발도상국의 의류 산업 발달을 저해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선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자극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동적인 비즈니스 모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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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미FTA 협상이 화젯거리다. 과연 누가 옳은가? 정답이 있기는 한가? 정답이 없다면 주어진 상황하에서의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은 단순히 하나의 상품에 대한 예를 일반화하거나 미시적인 관찰만으로는 구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협상의 대상이 되는 실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상호간의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구체적인 예를 통해 생산과 소비 현장의 치열함과 시끌벅적함, 열정 등을 간접체험하는 방법이 최고이다. 이러한 간접체험을 제공하기 좋은 상품이 티셔츠이다. 티셔츠야말로 타국에 자유무역주의를 강요하는 미국의 표리부동함이 가장 잘 나타나는 상품이자 후진국에서 산업 발전 단계의 초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제품이며 글로벌한 중고시장을 갖추고 있는 상품이다. 티셔츠 한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세계 시장의 작동 원리, 그리고 판매되어 소비된 티셔츠가 다시 중고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매순간에 작용하는 이해관계자들간의 힘의 동태학에 대한 생생한 소개를 따라가다 보면 복잡한 시장에서 길을 잃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 어떤 규제도 해당 규제를 비껴가는 편법에 의하여 의도하지 않는 기회주의자를 만들 듯 실제 시장은 좌와 우 어느 쪽의 교과서에 있는 이론으로도 포착할 수 없는 역설을 만들어낸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은 '모든 생명의이 나무는 회색이다'라는 명제에 동감할 것이다. 책은 매우 잘 쓰여졌다. 저자가 몇 년에 걸쳐 공을 들인 덕에 재미있기가 힘든 내용임에도 시장 지배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의 치졸한 치열함과 갖가지 역사적 통계, 시종 냉정한 분석과 시니컬한 인용 등으로 책장이 팍팍 넘어가는 경제서가 만들어졌다. 책을 사는 순간에 모두가 기대했을 ''So What?''에 대한 대답은 불만스러우나 저자가 의도했던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분명 성공한 작품이다. 시장을 이야기할 때 진짜로 논의되의야 할 것은 시장 자체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관계이다. 즉,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승자에게 밀려나도록 하는 동력은 경제이나 오늘의 승자를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정치이다. 시장은 광장일 뿐이다. 시장에 대한 참여 권리 자체가 바로 자유이자 힘이다, 이 명제야말로 저자가 알려주고자 하는 단 한 가지이다. FTA의 철학에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는 이념적인 이분법으로는 개별 시장에 대한 지배권을 누가 갖느냐,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누구에게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다보면 가해자가 되어버리고, 지키는 것이 곧 타인을 배제하는 행위가 되어버리는 티셔츠를 둘러싼 정치의 기록을 마지막 페이지가지 따라간 후 생각나는 구절은 책이 아니라 영화 속에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 곧 강호이다'' (동방불패) [인상깊은구절] 가난한 사람들은 시장의 위험으로 고통받기보다는 정치로부터 배제당함으로써 더 큰 고통을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