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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찾게 된 책이기에 책의 내용을 잘 몰랐다. 그저 작가가 시와 동화 작가라는 것만을 안 채 보게 된 책. 하지만 나는 집에 와서 이 책을 펼쳐보자마자 ‘뭐야, 동시집이잖아’하며 실망했다. 책을 살짝 펼쳐보곤 동화책인 줄 알고 있었기에 그 실망은 더 했다. 하지만 어차피 가져 온 책이니, 한 번 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보았다.
내가 시집을 읽었던 적이 언제이었던가. 학창시절엔 교과서에나 나왔던 시를 본 것이 다였다. 그리고 대학교에 가서는 나름 시문학 동아리를 들기는 했지만, 시집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스스로 시집을 찾아보았던 것은 연애시절 뿐이었다. 그것도 사랑에 관한 시가 써있던 시집으로만. 그런 뒤 이제 서른이 넘은 지금,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보게 된 것이다. 그것도 동시집을.
상당히 낯설었다. 시집은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읽는 책도 아니었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따라 읽는 책도 아니었다. 시집은 정말 순수하게 시를 감상을 하기 위해 읽는 책이라는 생각했기 때문에 시집을 읽으려면 시에 빠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여겼었다. 그렇기에 난 몇 번의 심호흡을 한 뒤에야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시집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갔던 상상의 세계 속으로 조금씩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잃어버렸던 동심을 조금씩 찾게 되었다. 평소 나 역시 사물을 의인화한다거나, 사물을 엉뚱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참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듣곤 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특이’하다는 말이 참 좋았다. 난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고, 난 독특하고 특별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헌데 어느 순간, 난 더 이상 특이한 아이가 아니라 평범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문득 어릴 때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어른이 되더라도 아이와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그래서 언젠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려보고 싶다고 말이다. 어릴 때 가졌던 작은 꿈, 그 꿈을 꾸었던 것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동심에 빠지게 되었다.
나를 가장 크게 웃게 한 시는 ‘비누’였다. 그리고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순수한 시선이 놀라웠던 시이기도 했다. 난 매일같이 비누를 쓰면서도 단 한 번도 작가처럼 생각하지 못했었다. 비누가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이 비누가 간지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그리고 비누가 만들어내는 하얀 거품이 비누가 쏟아내는 웃음이라고 말이다. 손에서 비누가 미끄러져서 바닥에 떨어지면 그저 허리를 숙여 다시 집는 것이 귀찮았을 뿐이고, 비누가 거품이 잘 나면 그저 때를 잘 빼는 좋은 비누라고 여겼을 뿐이었는데.
책을 처음 펼쳤을 때의 마음과 달리 책을 덮으면서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가 보여준 맑은 시선을 나도 조금은 따라가게 되었다. 작가가 책의 맨 첫 장에 짧게 적어 놓은 쪽지처럼 이 책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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