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제목 ‘데드 핸드(Dead Hand)’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
|
"대한항공 격추 사건을 계기로 세계가 얼마나 벼랑 끝에 다가섰는지, 그리고 핵군축이 얼마나 필요한지가 드러났다. 어떤 이들이 추측한 것처럼 단순히 소련 조종사들이 여객기를 군용기로 우인한 것이라면, 핵무기 발사 버튼에 가까이 있는 소련의 군 인사가 훨씬 더 비극적인 착각을 범하는 일도 충분히 상상할 법하지 않은가" - 1983년 9월 1일 보잉 747기 격추와 관련한 레이건의 회고, p.131 "이 구상의 배후에는 소련 지도자들이 고찰한 훨씬 더 심대하고 끔찍한 개념이 있었다. 데드핸드(dead hand)라고 불리는 완전 자동화되고 컴퓨터로 작동되는 보복 시스템이었다. 국가 지도자와 정규 지휘 체계가 완전히 파괴되어도 데드핸드는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인간이 통제하지 않아도 보복 공격을 명령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그야말로 인류의 운명을 컴퓨터의 손에 맡기는 것이었다." - p.220 "물자 부족과 공급 중단, 경제적인 궁핍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었다. 원유 채굴이 급격하고 감소하고 동시에 유가가 하락하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외환 보유고는 거의 바닥이 났고 상업 신용도가 떨어진 탓에 수입이 거의 불가능했다. (중략) 모스크바에는 2년 전에 소시지 배급 줄이 생길 때처럼 이미 빵 배급 줄이 늘어서 있었다. 빵집들은 문을 닫거나 텅 빈 상태였다. 말그대로 말이다!" - 1991년 초 구소련 붕괴 직전의 모습, p.520 "소련의 붕괴는 실패한 이데올로기와 초군사화, 경직된 중앙 통제로 점철된 70년 세월의 종말이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남겼다.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용 핵탄두 6,623발과 해상발사미사일용 핵탄두 2,760발, 항공기용 핵폭탄 822개, 순항미사일에 배치된 핵탄두 150개, 전술 핵탄두 1만5000개, 그리고 한 방울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신경가스를 포함해 적어도 4만톤의 화학무기와 몇톤의 탄저균 포자 등 세계가 알지 못하는 온갖 병원균과 함께 이런 기밀을 알고 있는 수십만명의 노동자도 남겼다." - 1991년 12월 25일 소련 최후의 날, p.576 1946년 처칠이 이른바 "철의 장막"이라는 단어로 사용한지 약 45년 동안 전세계는 미-소의 무한 군비 경쟁과 핵전쟁의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양측은 유럽과 아시아에 거대한 군사력과 핵탄두를 배치하여 상대를 위협했지만, 이는 실상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로 상대를 정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가 언제 자신을 공격할 지 모른다는 강박증과 공포심의 결과였습니다. 또한 군부와 군산복합체들은 더 많은 예산과 자원을 타내기 위해 상대에 대한 위협을 끝없이 과장하였습니다. 이는 극심한 국가적 부담과 국민들의 희생으로 이어졌지만 그들은 이에 대한 아무런 도덕적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쪽이 무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한 채 스스로 붕괴되면서 냉전은 막을 내리지만, 그 마지막은 극적이었습니다. 평화는 서서히 찾아온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위협과 허세의 연속이었습니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1980년대는 미소 대결의 절정이었습니다. 미국은 소련 영공을 거듭 침입하면서 상황은 일촉즉발이었고 그 와중에 1983년 9월 대한항공 보잉747이 소련 영공을 실수로 침공했다가 격추되어 269명이 사망합니다. 레이건은 스타워즈 계획을 밀어붙였고(결국 실패한) 고르바초프는 핵무기 증산으로 맞서는 한편 소련판 스타워즈 계획을 구상했습니다. 두 사람은 경제적 파멸을 불러올 핵 군비 경쟁을 멈추자며 여러번 회동을 했지만 진전은 없었습니다. 양측은 수만발의 각종 핵무기와 생물학 병기, 화학 무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관리는 오늘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허술했습니다. 관료주의와 비밀주의, 외형적 경쟁에만 치중했을 뿐 막상 통제와 관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1962년 10월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시기 대표적인 핵전쟁 위기였지만, 실상 핵전쟁은 취급자의 사소한 실수만으로도 벌어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레이더에 나타난 기러기떼를 상대의 핵미사일 공격으로 착각하기도 했고 반대로 영공을 침입한 적 정찰기에 대해서는 깜깜하다가 마지막 순간에야 알고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극도의 긴장관계와 신경과민이 수십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경쟁이 한계에 직면하자 어느 한순간에 와해되었고 소련은 푸틴이 집권할 때까지 약 10여년간 무정부상태에 직면합니다. 냉전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들이 얼마나 허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그 공포란 실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낸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댓가는 컸습니다. 전인류가 군비 경쟁의 볼모가 되었고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핵무기와 생물학 병기의 실험에 노출되어 죽거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단 한마디의 반성이라도 한 지도자는 누구도 없습니다.
냉전의 마지막 10년은 어떠했는가. 미지북스에서 나온 최신작 《데드 핸드(HEAD HAND) -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그리고 인류 최후의 날 무기》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책으로, 바로 냉전이 절정이 달한 1980년대의 미소의 군비경쟁과 구소련이 무너진 뒤의 혼란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저자인 데이비드 E. 호프먼은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로 냉전시대와 관련해 권위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연구가입니다. '데드 핸드(DEAD HAND)'란 말그대로 죽음의 손. 로마 검투사 시대에 관중들이 패자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면 승자가 패자에게 최후의 일격을 먹이는 것을 데드 핸드라고 하였습니다.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위기 상황이 되면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부가 백악관 지하에 있는 벙커나 다른 곳으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론적으로는 소련도 같은 대피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들의 조기경보시스템은 미국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몇분이면 독일이나 터키에서 발사된 핵미사일이 모스크바를 강타할 수 있었지만 이를 발견하고 대피할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만약 미국이 기습적으로 핵공격을 한다면 소련 지도부는 대피하지 못한 채 전멸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런 취약점을 깨닫고 소련은 지도부가 괴멸해도 대항할 수 있는 자동 보복 시스템을 구상합니다. 이것이 데드 핸드입니다. 상호확증파괴전략 아래 패배자가 되느니, 다같이 죽자는 발상이죠. 하지만 소련의 기술력으로는 이는 불가능한데다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습니다. 사소한 오류로 컴퓨터가 오작동하여 핵무기 발사명령을 내린다면 한순간에 인류는 파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소련은 전자동이 아닌 '페리미터(perimeter)'라고 부르는 반자동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핵무기 발사 신호를 예하 부대에 내리면 즉각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40분의 여유를 주어 그 사이 크렘린의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는데 목적이 있었기에 미국에게 경고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지만 관료주의와 비밀주의에 매달려 있던 소련 지도부는 되려 꽁꽁 숨겼습니다. 미국은 냉전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1983년의 모스크바 군사 퍼레이드. 소련의 군사력은 서방을 압도했지만 외형에 불과했습니다. 군부와 군산복합체의 결탁 아래 엄청난 예산과 자원을 투입해 무작정 무기 공장을 돌렸을 뿐입니다. 그 뒤에서 국민들은 나날이 가난에 허덕여야 했습니다. 1981년에는 레이건이, 1985년에는 고르바초프가 각각 미-소 양진영의 최고 수장이 됩니다. 이 책은 1980년대 내내 벌어진 쌍방의 가공할 군비 경쟁의 실상이 어떠했는지, 여러 차례 반복되었던 일촉즉발의 상황, 그리고 구소련이 어떻게 무너졌으며 그 이후에 닥쳐온 혼란에 대해 각종 사료와 기사,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우리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자 슬픔이었던 KAL기 격추 사건의 진상, 체르노빌 원전 사건, 레이건의 스타워즈 계획과 소련의 대응,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에 대한 군부의 격렬한 저항, 구소련의 붕괴 이후 무방비로 방치된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등. 약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이책을 읽으면 냉전시절 미국과 서방을 위협했던 소련의 거대한 군사력이란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실체가 없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1987년 5월 13일 서독 함부르크에 사는 19살 난 청년이 세스나 비행기를 타고 소련 영공을 침입한 후 모스크바에 착륙합니다. 그 와중에 소련의 방공시스템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고르바초프는 즉각 크렘린에서 정치국 회의를 열어 이런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질타했고 방공군 최고 책임자를 포함해 150명의 고위 장성을 해임하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군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책임감의 결여, 시스템의 낙후에 있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느린 경비행기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레이더를 피해 저공비행하여 날아오는 최신 순항미사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소련의 군사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고 더욱 페레스트로이카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군부 보수 세력은 반격하여 쿠테타를 일으키지만 국민들의 거센 저항 앞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1991년 12월 25일 구소련은 해체되었습니다. "번스는 관리자에게 자전거 가격은 얼마나 매길 거냐고 물었다. '80루블이오.' '어떻게 그런 가격을 정하게 된 겁니까?' '자본가식으로 했지요. 생산비용과 임금을 합산해 자전거 대수로 나눈 겁니다.' '그러면 투자는요?' '투자요? 투자가 뭡니까?' '이윤은요?' '이윤은 뭡니까?'" 구소련 붕괴 이후 포탄을 생산하던 군수공장 책임자들은 포탄 대신 자전거로 바꿨지만, 미국에서 파견된 조사관 월리엄 번스 앞에서 러시아 관리자들은 자본주의에 대해 그야말로 무지를 드러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왜 덩샤오핑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가. 1960년대에 이미 시장 경제를 옹호하며 마오쩌둥과 갈등을 빚었던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사후 권력을 잡은 직후부터 개혁 개방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는 일종의 자본주의 실험장으로 광저우와 샤먼 등 동남연안가의 일부 지역을 경제 특별구로 지정하였습니다. 전체 경제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관료들이 시장 경제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냐, 며 반발하는 보수 강경파들에 대해 덩샤오핑은 자신이 개방한 지역이 중국 전체로 보면 아주 작은 지역일 뿐이라고 설득하여 반발을 최소화하였습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의 계층간, 지역간 격차를 극대화한 점은 있지만 대약진운동과 문혁으로 파산상태였던 중국을 고작 한 세대만에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부작용은 다음 지도자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죠. 반면, 고르바초프의 개혁은 구소련 내에 뿌리깊은 군부와 군산복합체의 격렬한 저항을 극복할 수 없었으며 미국과의 군축 회담은 서로의 자존심 싸움으로 매번 성과없이 끝났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조국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음에도 보수 세력의 반발을 우려해 마지막까지도 덩샤오핑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호흡기에 의존하던 구소련은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10년간 무정부 상태로 전락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러시아는 민주화와 시장 경제에 충분히 적응하기는 커녕, 푸틴 집권 이후 도리어 서방과 대립하면서 과거로 회귀하려 하고 있습니다.
▲ 1991년 8월 18일 보수세력 최후의 반격이었던 쿠테타에 대항해 맞선 옐친 러시아 대통령. 그로부터 4개월 뒤 구소련은 무너졌으나 그 뒤에 열린 것은 더 나은 세상이 아닌 혼돈이었습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시장 경제를 받아들인 구소련은 엄청난 댓가를 치뤄야 했습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막대한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는 고스란히 방치되었습니다. 평생 정부가 주는 돈에 기대어 살았던 군인들과 공무원, 과학자, 기술자들은 한순간에 길바닥으로 쫓겨났습니다. 저명한 핵물리학자가 진공청소기와 진공관을 팔려고 거리 한켠에 노점을 차려야 했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손에는 핵무기와 탄저균, 미사일, 고농축 우라늄 그리고 핵과 생물학 병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보면 이란과 이라크, 북한을 비롯한 제3세계 여러나라들, 심지어 알카에다까지도 그들에게 어떻게 접촉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서술합니다. 북한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 설계자에게 거액의 돈을 미끼로 평양으로 초빙하려다 실패하였습니다. 하지만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핵물질과 기술이 이들 국가로 넘어갔는지는 어느 누구도 모릅니다. 비록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공산주의 시절에 고스란히 물려받은 낙후된 시스템과 후진적인 보안 관리는 여전합니다. 이는 푸틴이 아니라 푸틴 할아버지라고 해도 러시아의 체제를 아예 서구 수준으로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푸틴은 엘친 시절의 서방과의 협력관계를 끊어버리고 비밀주의를 고수하여 뭐가 어디로 유출된다고 해도 푸틴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가 하는 최선의 선택은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려서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막는 것입니다. 국내에 냉전사를 다룬 책이 없지 않으나, 냉전 마지막 10년에 대해 수많은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증언한다는 점에 매우 흥미롭습니다. 레이건-고르바초프가 벌인 무기 경쟁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
어렸을때 군축회담이다 뭐다해서 미국과 소련이 회담을 하고 큰 성과없이 끝나는것을 뉴스로 본적이 있다. 군축회담이라는게 군비를 축소하고 군대와 무기를 줄인다는 이야기였는데 당시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치열했던터라 괜찮은 결과물이 있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2차 세계 대전후 동지였던 미국과 소련이 사상 대결로 치달았던것이 바로 냉전이다. 그런데 서로 대화도 안하고 탱크나 늘리면서 으르렁댔으면 크게 걱정할일도 없었을것이다. 그 자체로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았을테니까. 그러나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멸망하게 하는것도 모자라 인류 전체를 멸망에 이르게 할수도 있는 경쟁을 했으니 바로 핵폭탄경쟁이다.
그들은 상대를 그냥 타격만 주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초토화시키고자 했던것이다. 그런데 그 경쟁이 도가 지나쳐서 두나라는 물론이고 지구 전체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였으니 그 실체를 알았다면 얼마나 두렵고 공포스러웠을까. 그 당시는 지구가 마치 시한폭탄의 위협속에서 하루하루를 나아가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70년대에 불었던 이른바 데탕트는 큰 성과없이 그냥 미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실질적인 핵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는데 그 순간에도 핵은 늘어나고 있었고 상대를 치명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시스템도 더욱더 정교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 강경파에 속하는 공화당의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는 소련에 대항하는 미국이 너무나 허약하다고 판단,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을 세우면서 무기 경쟁에 더 한발을 내딛게 된다. 이 시점이 어찌보면 냉전이 최고조로 달했던 시기이기도 하고 지구 최후의 날에 가까와져 갔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책은 그 시점부터 냉전이 끝나고 핵전쟁의 위험성이 적어진 때까지의 그 긴박하고 긴장감있던 시절의 생생한 현장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자가 쓴 이 책은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때의 역사를 바로 앞에서 보듯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장담컨데 진짜 재미있는 스릴러소설만큼 아니 그보다 더 스릴있고 긴장감 넘치고 마음 두근두근하게 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지은이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매끄럽게 글을 쓴데다가 우리가 그 시절을 지나왔고 또 북한과 대치해있는 상황이기에 더욱더 몰입하면서 읽을수 있지 않았나싶다.
미소의 무기경쟁이 가열된 가장 큰 이유는 상호간의 신뢰부족때문이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연락수단이 많이 발달했던것도 아니고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냉대한지가 수십년이 지난 때였다. 상대와 말을 하지 않는것이 당연한 분위기였던것이다. 대화가 부족했지만 서로를 염탐하는일은 극에 달해서 수많은 첩보원들이 서로의 나라를 넘나들었다. 그 결과 두 나라에게 남은것은 서로 상대가 자국을 파괴할것이라는 두려움과 공포였다. 그 결과 상대가 쏘면 나도 쏜다식의 시스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상대가 만일 핵을 쏜것이 아니라면? 우리 시스템이 오류난것이라면? 두 나라는 그런 근원적인 두려움도 있었다. 어찌보면 공멸에 대한 두려움이 폭주하는 기관차의 속도를 늦추게 한것이 아닐까.
사실 소련에서는 무시무시한 시스템이 개발, 실전 배치되었다. 그것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해서 지도부가 전부 몰살하더라도 자동적으로 보복 하는 시스템이었다. 이책의 제목인 '데드핸드'였는데 실제로 반자동 보복 시스템인 '페리미터'가 만들어졌고 미국은 냉전이 끝날때까지도 그 존재를 몰랐다니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을때 얼마나 서늘했을까.
스탈린의 암흑 시대가 끝나고 조금은 유연했던 흐루시초프의 시대도 평화의 진전없이 지나갔던 소련에서 그 뒤의 지도자들이 병약했던것은 훗날을 위한 징검다리였으려나. 그 뒤를 이은 브레즈네프나 안드로포프, 체르넨코가 반동적이긴 했으나 급진적이진 않았기에 위태위태했지만 냉전은 균형을 이을수 있었던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고르바쵸프의 등장.
사실 냉전의 해체는 고르바쵸프의 절대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책에서는 고르바초프의 등장부터 그가 어떤 생각으로 소련을 변모시키는가에 관해서 상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피폐하고 힘없는 인민을 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산복합체의 배나 채우고 있던 군비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고 군축을 통해서 핵의 공포를 벗어남과 동시에 소련에 자유를 불러일으키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때 고르바초프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나하면 보통 서기장의 연설문이 죽을때까지 팔리지 않는것과는 달리 고르바초프의 연설문집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살 정도였다고 한다.
한편 미국의 레이건은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핵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상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랬기에 고르바쵸프의 제안을 마냥 무시하지 않았을것이다. 수십년간 얼어있던 두 나라의 마음이 녹기는 쉽지 않았을것이다.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결국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의 결단으로 인류 멸망의 길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그러나 고르바쵸프가 소련에 불어넣은 자유는 상상치도 못한 결과를 이끌어내게 되었는데 수십년간의 억압으로 인한 체제가 한순간의 개방과 개혁으로 잘 변모할수는 없었다. 결국 쿠데타에 이은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소련이란 나라 자체가 없어져버리고 그 광활했던 소련은 여러개의 국가로 쪼개지는 결과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 혼란의 와중에서 핵은 그 통제력이 떨어져서 어떤일이 벌어질지가 몰랐었다. 그때 사실 요즘같은 테러집단이 핵을 손에 넣고 세상을 위협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해도 오싹하다.
책에서는 핵무기 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냉전시기 알려진 주된 두려움의 무기는 핵폭탄이었지만 미소 양국이 가진 생화학무기도 엄청났다. 어쩌면 핵무기만큼이나 무서운 존재이건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핵만큼 알려진것이 없다. 어쩌면 더 참혹하고 무서운 무기여서 그런것이 아닐까.
냉전이 해체되고 미국이 1강이 되면서 세상은 평화로와질꺼로 믿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국지적인 분쟁은 계속되었고 재래식 무기의 경쟁도 커졌다. 게다가 이데올로기가 아닌 종교의 문제로 테러가 빈발하고 전쟁이 발발했다. 핵무기는 일부가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남아있으면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과정에서 느슨했던 핵에 대한 통제력은 그나마 안정이 되긴 했지만 관련 기술이 어느나라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일부가 북한으로 들어갔을수도 있는것이다. 한고비 넘기면 또 한고비가 온듯이 영구적인 평화의 길은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비록 지나가버린 역사의 진실을 소개한 책이지만 그 내용상 북한과 대치해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겠다. 보유유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핵은 충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그거말고도 재래식무기나 알려지지 않는 화학무기도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 중대한 요소가 아닐까. 게다가 세습 체제로 정권이 불안하기도 해서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르는 우리의 상황에서 미국과 소련이 인내심을 갖고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이 우리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하기 일보직전의 상황에서 역사적인 화해의 길로 들어서기 약 10년간 미국과 소련의 냉전사에 관해서 참 흥미로운 책이었다.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당대의 그 긴박했던 분위기를 참으로 쉽고 보기좋게 잘 소개한 좋은 책이었다. 지은이가 이 책으로 논픽션 부분 풀리쳐상을 받았다는데 충분히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번역도 좋았고 책의 완성도가 괜찮은 수작이었다. |
|
냉전의 막바지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시기에 벌어졌던 대량 살상병기를 다룬 책이 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