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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자연이 쓰는 시다
"나무는 자연이 쓰는 시다" 내용보기
5월 15일 토요일.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길이 계속 막혀 답답하다. 짜증이 난다. 혼자서 계속 툴툴거리다가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은 너무 피곤하기도 하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떴는데 바다가 보인다. "바다다!" 차창을 연다. 그리고 폐속 깊숙이 숨을 들이쉰다. 카 오디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온다. 아, 정말 행복하다. 백
"나무는 자연이 쓰는 시다" 내용보기
5월 15일 토요일.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길이 계속 막혀 답답하다. 짜증이 난다. 혼자서 계속 툴툴거리다가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은 너무 피곤하기도 하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떴는데 바다가 보인다.

"바다다!"

차창을 연다. 그리고 폐속 깊숙이 숨을 들이쉰다. 카 오디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온다. 아, 정말 행복하다. 백에서 책을 꺼낸다.

 

바람과 새가 숲을 만들 것이다.

 

책을 꺼내 읽게 된 부분의 소제목이다. 아, 이런! 너무 마음에 든다.

이렇게 모든 것이 절묘하게 들어맞기도 힘들 텐데... 너무 행복하다.

 

이 책의 저자인 조안 말루프는 대학에서 생물학과 환경학을 가르치는 생태학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저자가 알고 있는 나무에 관한 지식들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릴케의 시와 어우러져 무척 아름답다. 그가 이야기하는 나무는, 자연은 그 자체로 시다.

 

나무에 대한 소로우의 성찰과 영성에 대한 릴케의 시, 200년 전에 그려진 나무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숲 속 나무 이야기’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출판사 리뷰의 헤드라인인데, 이보다 더 잘 책을 정의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대로 인용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소로우의 성찰과 릴케의 시가 있고 거기에 아름다운 삽화가 곁들여진다. John Abbot이라는 사람이 200년 전에 그렸다는 그림들.

 

이렇듯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들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개발의 논리나 자본주의의 논리로 함부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다. 

 

흔히 플라타너스라고 부르는 양버즘나무는 나에게 친숙한 나무다. 어린 시절 나는 양버즘나무의 나무껍질에 코를 대거나 두 팔을 벌려 부둥켜안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심심할 때면 양버즘나무 위에 올라가 가지 사이를 옮겨다녔다. 나에게 양버즘나무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37쪽).

 

나는 양버즘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사는 아홉 마리의 곤충들을 알고 있다. 그 외에도 아마 내가 모르는 곤충들이 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양버즘나무 한 그루를 벨 예정이라면 어쩌면 그 나무 위에서 자신의 꿈을 찾게 될 아이 하나와 최소한 다섯 종의 곤충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44-45쪽).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서 '참 무식하게도' 계속 4대강을 개발하겠다고 뻗대는 양반들은 아마 나무나 강 등 자연과 함께 한 좋은 추억이 없는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그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런 불쌍한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의,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나무 한 그루를 베면서 그 나무와 함께 하는 곤충들과 그 나무를 통해 꿈을 갖게 될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런 무식한 일은 절대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반드시 필요한 일조차도 자신의 행위 하나하나가 다른 생명의 안식처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패러독스다. 사실 모든 동물들이 자신의 집을 만들 땐 뭔가를 파괴한다. 어찌보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생명을 담보로 시작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패러독스에 대한 유일한 도덕적 해결책은 우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우리가 그런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희생자들에게 우리의 가슴을 여는 것만으로도―그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다―우리는 생태계에 좀더 예민해지고 관대해지며 그것과 하나가 된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에게 지구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복잡하게 얽힌 인연에 따라 '제대로 사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파괴하는 유기체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슬픔 조차도 보이지 않는 관계의 한 부분일 것이다(62쪽).

 

땅 주인들이 자신의 숲에 있는 나무를 베겠다고 결정을 내릴 때는 보통 이런 나무는 어딜 가나 많이 있을 테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숲이라는 서식지를 파괴한다고 해도 그 숲의 동물들과 식물들은 다른 곳에서 여전히 잘 살아갈 거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이곳과 같은 곳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어떤 환경운동가는 한마디로 이렇게 말했다. "서식지는 식물과 동물이 사는 곳을 뜻합니다. 서식지를 바꾸거나 파괴하는 것은 그곳에 사는 생물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이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73-74).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굳이 입아프게 떠들 필요 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나무와, 자연과 관련된 아름다운 추억 하나씩 만들어주는 게 우리가 현재를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도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자본주의가 아무리 강한 골리앗 같아도, 이런 마음을 가진 한 명 한 명의 개인들이 모여 지혜로운 다윗이 될 수 있다.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인식할 수 있으면 시간을 대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조애나 메이시는 우리에게 '깊은 시간Deep Time'을 경험해볼 것을 적극 권한다. 그녀가 제안한 '깊은 시간' 연습은 우리를 현재라는 시간 상자 안에서, 심지어 평생이라는 제약된 시간 안에서 나오게 함으로써 우리를 과거(진화적 발달을 포함하여)와 미래에 연결시켜준다. 깊은 시간은 우리보다 앞서서 살아간 사람들과 우리 뒤에 올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며 우리가 삶을 좀더 큰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좀더 확장된 시간의 개념이라는 렌즈를 통하여 삶을 볼 수 있다면 눈앞의 목표나 이익 때문에 생태를 파괴하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141).
 

[덧붙임] 1. 원서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쉽고 간결한 문장이 맘에 들어서 원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는데, 아마존에서 미리읽기로 읽어본 문장들이 맘에 든다. 쉬운 영어가 가슴에 콕콕 박힌다.

2. John Abbot가 그렸다는 삽화집도 꼭 사서 혹은 빌려서 봐야겠다.

3. 예스24에서도 이 책의 원서를 판다. 원서의 제목은 Teaching the trees.

참고로 아마존에는 이런 책도 판다.

John Abbot: Birds, Butterflies and Other Winged Wonders.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책이름이 'John Abbott'로 나오는데, 삽화를 그린 자연주의자이자 예술가인 사람의 이름은 'John Abbot'가 맞다. 책 표지 그림을 봐도 책제목이 'John Abbot'라고 되어 있고, 내가 본 책의 원서인 Teaching the trees에도 그렇게 표기하고 있다.)

4. 이 책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귀한 선물은 Joanna Macy. 그런데 애석하게도 국내엔 저작 중 한 권도 번역된 게 없다. 어느 출판사에서든 번역을 해서 국내에 소개해주면 좋겠다.



c*****g 2010.05.17.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나무 알기
"나무 알기" 내용보기
내가 나무를 안아줄 수 있을까. 글쎄, 자신이 없다.   책은 어여쁘다. 표지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그림도 썩 좋다. 다만 순전히 내 개인적으로 불편한 것이, 나뭇잎을 타고 오르는 애벌레들의 그림. 너무 생생하다. 좀처럼 사랑스럽지가 않다. 그 때문이다. 나는 나무를 안아줄 수 없을 것만 같다.   이 세상 어느 생명체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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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무를 안아줄 수 있을까. 글쎄, 자신이 없다.

 

책은 어여쁘다. 표지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그림도 썩 좋다. 다만 순전히 내 개인적으로 불편한 것이, 나뭇잎을 타고 오르는 애벌레들의 그림. 너무 생생하다. 좀처럼 사랑스럽지가 않다. 그 때문이다. 나는 나무를 안아줄 수 없을 것만 같다.

 

이 세상 어느 생명체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는 말, 해충이라는 것도 해를 입는 쪽에서 봤으니 해충인 것이지, 그 자체로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라는 말, 마음 깊이 새긴다. 내가 보기 싫어하는 벌레조차도 지구 차원에서는 소중한 생명체의 하나라는 것, 어쩌면 나를 비롯한 인류가 지구 차원에서는 가장 위험하고 해로운 생명체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더 많이 반성하고, 더 많이 깨닫고 더 많이 사랑하고.  

YES마니아 : 로얄 j***6 2010.08.23. 신고 공감 0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나무를 안아본 날이 언제였던가?
"나무를 안아본 날이 언제였던가?" 내용보기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마음이 고요해 졌다. 거의 이주일에 걸쳐 아주 조금씩 책을 읽어 나갔다. 처음에는 지루하리 만큼 진도가 나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면 내가 숲에 들어가 나무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하루를 마치고 자기 전 책을 읽노라면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이 삼림욕을 하고 난 느낌이었다. 우리 집 주변, 내가 살고 있는 제주는 육
"나무를 안아본 날이 언제였던가?" 내용보기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마음이 고요해 졌다. 거의 이주일에 걸쳐 아주 조금씩 책을 읽어 나갔다. 처음에는 지루하리 만큼 진도가 나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면 내가 숲에 들어가 나무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하루를 마치고 자기 전 책을 읽노라면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이 삼림욕을 하고 난 느낌이었다.

우리 집 주변, 내가 살고 있는 제주는 육지의 큰 도시에 비해 나무와 숲을 가까이 접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사람들은 그들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나도 늘 푸른 숲을 보면서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가 얼마나 큰 보물을 옆에 두고 사는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는 늘 아카시아가 쓸모없는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통해 이 자연에는 쓸모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꽃이 하나 피고 열매를 맺고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가 있고.. 그 하나 하나가 그냥 우연 같아도 모든 것이 필연으로 맺어져 있다. 해충으로 여기는 벌레,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하나 하나에도 그 역할이 있다. 나무는 그 모든 것이 순환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창밖으로 베어져 버린 삼나무, 소나무 숲이 다시 보인다. 인간들의 눈에는 별 쓸모없어 보여 베어진 저 나무들도 자연 어머니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자식이었을 것을.. 숲을 지날 때 나무를 가만히 안아보리라, 그 안에 있는 생명들을 느껴보고 싶다.

 

어찌보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생명을 담보로 시작한 일일지도 모른다. ~ 우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우리가 그런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우리는 생태계에 좀더 예민해지고 관대해지며 그것과 하나가 된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에게 자구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복잡하게 얽힌 인연에 따라 제대로 사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p62

 

제대로 사는 것나는 지금, 우리들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팀버튼의 화성침공이란 영화에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한다. 이에 미국의 대통령이 왜 우리를 죽이려 하냐고 묻는다. 그때 외계인의 우두머리가 너희 인간들과 닮은 종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이러스라고 말한다. 바이러스는 혼자 힘으로는 절대 살아 갈 수 없고 다른 종의 생명과 희생을 영양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우주에서 가장 쓸모없는 종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모두 죽어야 한다고 한 대사가 생각난다. 인간들이 지구의 인연 안에서 자신의 참된 역할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언제가 모두 자멸하지 않을까.

 

우리는 달나라에 가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의 뒷마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는 것

내가 처음 이 사왔던 이 동네는 소나무들이 참 많았다. 몇 년 전부터 길이 뚫리고 택지가 개발되면서 그 푸르던 숲이 많이 사라졌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아래 우리는 진정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별 의미없이 느껴졌던 식물과 나무, 자연이.. 지금은 다시 보인다. 내가 저들과 소통하며 소중한 인연을 기억하며 제대로 살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y****e 2015.06.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