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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눈과 함께 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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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라는 해설에 끌리어 읽기 시작했다. 산골마을의 아버지가 어디론가 가 버리고 어머니랑 단둘이 사는 세영이라는 소년, 그 소년의 성장기가 내용이다. 김주영 작가는 어린 소년의 성장기라는, 어쩌면 흔할 수도 있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가슴속에 스며들게 하는 마법같은 힘을 지녔다.   우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부드러운 서술이다. 작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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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라는 해설에 끌리어 읽기 시작했다. 산골마을의 아버지가 어디론가 가 버리고 어머니랑 단둘이 사는 세영이라는 소년, 그 소년의 성장기가 내용이다. 김주영 작가는 어린 소년의 성장기라는, 어쩌면 흔할 수도 있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가슴속에 스며들게 하는 마법같은 힘을 지녔다.

 

우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부드러운 서술이다. 작가의 글솜씨는 책을 내내 손에 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듯 하면서도 넘치지 않는 묘사가 아닌가 싶다.

 

“방안은 바닷속처럼 고요했다. 저녁 이내처럼 희뿌연 미명과 시간조차 멈추어 버린 듯한 방안의 적요는, 새벽잠을 부채질하는 나른한 미약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에 방안을 묘사한 부분이다. 어쩌면 상당히 지루해질지도 모를 나른한 겨울 아침의 방안 모습을 묘사하면서 독자를 시나브로 글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명, 적요, 미약’이런 단어 하나하나가 낯설지만 문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글의 특징을 또 하나를 들자면 세영이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여러 가지 상징물의 등장이다. 어느 시골 마을, 누룽지라는 개, 길쌈하는 어머니, 그리움의 대상인 삼례누나, 어디엔가 있을 아버지 그리고 눈까지.

 

어린 날의 추억을 생각해보면 항상 그 곳에는 눈이 있다. 하얗게 쌓이는 눈은 밤새 기다리던 나의 눈을 피해서 밤에 몰래 내려 아침에 밖을 쳐다보면 눈이 부시게 만들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이면 얼른 장갑을 끼고 뛰쳐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눈에 얽힌 기억이 누구든지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인 세영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은 처음부터 눈이 내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 산골마을에서 수북하게 쌓인 눈, 그리고 이 눈 때문에 세영이와 세영이 어머니는 다른 이웃들과 단절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 단절된 속에서 삼례와의 만남이 다가온다. 이 글에서 눈이 가지는 주된 상징성은 만남이다. 삼례가 집을 떠나 다시 읍내에 왔을 적에 세영이가 삼례를 만나는 때는 항상 눈이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오는 날에도 눈이 있었다. 어쩌면 세영이는 거의 겨울에만 살던 아이처럼 눈은 항상 세영이의 옆에 등장한다.

 

또한 여기에서 눈은 단순히 단절과 만남의 공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세영이의 환상속에는 히말라야라는 먼 곳에 있는 높은 산의 눈의 궁전이 그려진다. 어린 동심의 세계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더하여 눈은 순수함의 상징이다. 삼례와 세영이가 읍내에서 만나던 날, 성적인 호기심이 순수한 마음으로 순화되는 것도 다 그때 내리던 눈의 순수성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내 속내가 들통난 것이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엷게 드리운 어둠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시야에 펼쳐진 것은 오직 별빛에 하얗게 빛나고 있는 눈나라 뿐이기 때문이다."

 

항상 세영이를 따라다니던 누룽지도 빼놓을 수 없는 이 글의 상징물이다. 바둑이와 야옹이가 많이 나오던어린 시절의 동화처럼 누룽지도 점점 커 가는 세영이 옆에 항상 있곤 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을 아버지. 어린 소년 시절 어딘가에 있을 그리움의 대상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되고 세영이에게는 그런 그리움의 대상으로 오래 전에 나가버린 아버지가 있었다.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있을 아버지는 어린 소년에게는 상당히 그리움의 대상이었음은 틀림없으리라.

 

급격한 결말 또한 이 글이 지닌 특징 중의 하나이다. 멀리서 떠돌던 아버지가 돌아오고 그런 아버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또 맞이했던 어머니가 갑작스레 사라지고 아버지의 귀환 후 아버지가 던진 한마디 말에 세영이의 사팔눈이 밝혀지고 그리고 아버지의 귀가를 있게 한 것이 삼례의 역할이라고 하는 그 대목이 단지 몇 장에 지나지 않는 부분에 서술되고 있다. 세영이의 눈이 사팔뜨기임이 밝혀진 것은 어린시절의 종말이었을까? 어머니는 왜 그렇게 떠나야만 했을까? 그리고 삼례가 아버지의 귀가에 갑작스레 그 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무얼까?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결말은 자상하지 못한 작가에 대한 불만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부분이 이 글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글 곳곳에서 보이는 낯설은 단어를 하나의 자연스런 문장으로 만드는 작가의 글 솜씨, 적절한 상징물의 배치, 때로는 급격한 글의 진행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세영이의 어린시절 일어났던 일들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ps. 어릴 적? 쓴 글입니다. 아쉬움이 있지만 일단 그대로 올립니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0.12.31. 신고 공감 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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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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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람들이 가오리라고 말하기도 하는 '홍어' 였다. 언제나 부엌 문설주에 너부죽하게 꿰어 매달려 연기와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있던 말린 홍어가 보이지 않았다. 하찮은 홍어포 한 마리였지만,그것은 어머니에겐 내가 아홉 살 되던 해부터 집을 떠나 버린 아버지로 대신될 만한 건어물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인 <객주>에서도 보면 우리말사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낯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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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람들이 가오리라고 말하기도 하는 '홍어' 였다. 언제나 부엌 문설주에 너부죽하게 꿰어 매달려 연기와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있던 말린 홍어가 보이지 않았다. 하찮은 홍어포 한 마리였지만,그것은 어머니에겐 내가 아홉 살 되던 해부터 집을 떠나 버린 아버지로 대신될 만한 건어물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인 <객주>에서도 보면 우리말사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낯설기도 하고 곰삯은 맛이 나는 우리말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간혹간혹 만나게 되는 잘 쓰지 않거나 잊혀져진듯한 우리말들이 작가만의 묘미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홍어, 그 홍어를 부엌 문설주에 걸어 놓아 언제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처럼 집나간 남편을 대하듯 하던 홍어가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린 날 밤 낯선 여자가 부엌에 들어서 잠을 자면서 홍어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어머니는 남편이 집을 나간뒤로 바깥 출입을 할때도 소복을 단정히 입고 나간다. 삯바느질로 집안이 생계를 이어나가던 어머니와 열네살의 아들 세영에겐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로 이렇다 할 일이 없던 집에 지난 과거를 씻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듯 12월 3일에 어머니가 이름을 지은 '삼례' 가 들이닥치면서 부터 어머니와 아들의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삼례가 읍에 드나들면서부터 삯바늘질 거리가 늘어나기도 하여 좋았지만 그녀는 온다간다는 말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집을 나가고 만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그녀의 등장으로 인하여 어머니의 삶에도 변화가 일고 그녀에게 정을 주었던 어머니는 표현은 하지 않지만 많이 실망을 한다.

그로부터 낯선 여인이 아이를 업고 와서는 '호영' 이라는 아이를 놓고 달아나기도 하고 그들의 옆집에 사는 알듯 모를듯 하는 남자의 정체 또한 묘하다. 호영이가 들어옴으로 하여 어머니는 장에 나가 수탉과 함께 암탉 두마리를 산다. 닭이 나은 알을 호영에게 먹이려는 어머니, 그런 수탉을 옆집 개인 누룽지가 물어 죽이면서 옆집 남자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고 바느질 일손이 덜기 위해 들인 아줌마와 옆집 남자와의 묘연한 관계. 어머니는 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게 되어 외삼촌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는데 어느날 외삼촌이 온다며 부산하게 집안을 정리하기도 한다. 외삼촌의 등장으로 인하여 아버지가 근처에 있거나 집에 올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직감하는 세영,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출현이 반갑지만은 않다. 

세간살이도 정갈하게 다시 정리하고 집안팎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고치고 아버지 맞을 준비를 하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 오시고 그날밤에 눈이 소복히 내린 아침, 불현듯 어머니의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어머니의 마음은 무엇이었까. 간간히 읍에서 술집에 있던 삼례를 찾아가 그녀에게 술집에서 벗어날 돈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자신의 외가 친척이라 하며 거두어 주었던 삼례를 찾아간 것일까. 모호하게 보였던 세상은 소년의 사팔눈 때문인지 아님 다른 이유인지 소설은 모호하게 끝난다. 하지만 소설속의 풍경은 어린날의 추억을 되살려 주기에 만족스러우며 옛 사진을 들추어 보듯 흑백사진처럼 펼쳐지는 풍경들은 그 영상만으로도 좋은데 작가의 아름다운 문체가 한몫을 하여 더욱 좋다. 다른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 알듯 모를듯한 애매함이 서려있기는 하지만 특이하면서도 참 아름다운 소설이라 좋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흔적처럼 늘 부엌에 걸려 있던 홍어, 삭힌 홍어의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맛이 이 소설에 들어 있는 기분이다.

y******2 2009.05.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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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님의 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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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작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다.그러다 예전에 다른 책을 구입하면서 같이 곁들여 구입한 홍어란 책이 떠올라 읽었고,집중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책에 몰두해서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았다. 청소년 권장도서에 자주 들어가는 책이었지만 이건 어른들이 오히려 읽어야 할 필수도서란 생각이다.요즘 신세대 작가진들에게 부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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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작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다.
그러다 예전에 다른 책을 구입하면서 같이 곁들여 구입한 홍어란 책이 떠올라 읽었고,
집중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책에 몰두해서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았다.
청소년 권장도서에 자주 들어가는 책이었지만 이건 어른들이 오히려 읽어야 할 필수도서란 생각이다.
요즘 신세대 작가진들에게 부족하다 싶은 순수 우리말이 담뿍 들어가 있을 뿐 아니라,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기기에 전혀 멈칫함이 없을 정도로 술술 이야기에 빠져든다.
오랜 작품활동을 해온만큼 왠지 글도 고루하지 않을까. 너무 진지하고 어둡지 않을까. 어려운 문장으로가득차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단박에 부셔준 책이었다.
첫 장면부터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상황들로 시작된다. 불미스런 일로 동네를 야반도주한 아버지를 둔 소년 세영은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눈이 지독히 쌓인 아침날, 부엌에 숨어들은 냄새나고 지저분한 소녀로 인해 세영의 일상들에 변화가 오고, 소년의 사춘기, 호감등등이 글 전반에 묻어난다. 하지만 언뜻 사춘기 풋사랑에 그칠 뻔했던 소설은 더 나아가 소년의 눈을 통한 어머니의 삶을 투영시킨다. 항상 묵묵히 일상을 견뎌낸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 새겨져 있고, 자식으로서 자신의 보호막같은 어머니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이기적인 심리도 엿보인다. 소년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어른들의 감춰진 부분들, 다시 돌아온 아버지. 마지막엔 독자의 예상을 깨는 전개에 나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d****m 2011.07.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