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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간 자리 우리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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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간 자리, 우리 뒷 모습   이청준님의 산문집은 그의 인생관과 작품관을 잘 보여 준다. 어려운 단어나 토속어등이 있지만 생각하면서 읽게 한다. 작가의 내면을 엿보는 재미가 있기도 하고 나를 반성해 보기도 하고, 자연인의 보편적 욕심도 본다. 관조적인 사유들과 문학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도 인상적이다. 오래전에 영화 서편제를 통해 그를 알았고 그 후 우리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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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간 자리, 우리 뒷 모습

 

이청준님의 산문집은 그의 인생관과 작품관을 잘 보여 준다. 어려운 단어나 토속어등이 있지만 생각하면서 읽게 한다.

작가의 내면을 엿보는 재미가 있기도 하고 나를 반성해 보기도 하고, 자연인의 보편적 욕심도 본다.

관조적인 사유들과 문학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도 인상적이다.

오래전에 영화 서편제를 통해 그를 알았고 그 후 우리들의 천국을 읽었는데 어려웠고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소설은 임권택의 영화에 서편제, 축제, 천년학등에 원작으로 쓰이고 얼마전에는 이창동의 밀양의 원작인 벌레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그전의 것으로는 김수용의 병신과 머저리, 정진우의 석화촌, 김기영의 이어도, 이장호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등이 있다고 한다.

영화 천년학을 비디오로 빌려 보았는데 서편제의 감동보다 못하고 소설에서처럼 한맺힌 소리꾼의 운명을 공감하기 힘들었다.

집에서 보는 비디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에 대한 큰 기대 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 100번째의 작품에 평가는 어땠는지?

심형래의 디-워를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진지하지 못하게 웃음이 나왔다.

 

이청준에게 남도사람은 보편적이고 특이하다.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의 그러한 삶들이 울리는 공명이 마음 시리다. 어쩌지 못하는, 아니 피하지 않는 질곡속에서 사는 이웃에게 삶은 그의 젊은 역정만큼이나 어쩔 수 없는 것들로 가증하고 가혹했던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 소설이란 경험자만이 쓸 수 있는 실제하는 사실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서편제에는 의붓아버지가 청강수를 딸의 눈에 넣는 패륜적이며 한맺힌 소리꾼의 서술이 유연하게 흘러간다. 이것도 사실이라 믿고 죽고 찾는 장면들도 사실이라 믿는다.

어제 비 오는 날, 청주에서 주거환경의 개략적인 조사를 하는데 노란 유니폼의 키작은 요구르트 아주머님이 땀을 흘리며 자기 아파트로 들어간다. 우리가 육안 조사 할 집이었는데 집안에는 약주 한 잔 하신 아저씨, 그리고 이태백 같은 장성한 아들이 협소하고 어두운 곳에 무표정하게 침묵하고 있었다. 오후 3시는 내 생각으로 두 남자가 집에 있어야 할 시간은 아니었다.

삶의 간난이여! 아! 아! 새벽부터 요구르트를 돌리고 돌려야만 하는 변함없는 일상은 어제도 오늘도 다르지 않고 내일도 다르지 않구나! 돌리고 돌려야만 변하지 않는 내일을 맞을 수 있구나.

나는 두 남자를 연민으로 쳐다보지 않았고, 두 남자는 주거환경을 조사하는 생경한 넥타이를 적의와 경계가 담긴 눈길로 보고 있지 않았다.

나는 일견하여 겉모습만 보았기에 나의 생각이 작은 부분에만 국한하여 그들의 단편을 잘못 보았다고 생각한다.

요구르트 아주머니의 반복되는 인고는 희망하는 것들을 계속 발효시키는 중이며 좋은 것들을 계속 잉태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고속도로, 서울가는 고속버스안에서 창밖으로 노란 유니폼의 아주머니는 지금쯤 곤하게 주무실 것 같았다. 나도 1시간 동안 깊이 잤다. .

산문집 리뷰를 쓰면서 옆 길로 샜다.

 

머물고 간 자리, 나의 뒷 모습은 지금의 모습이기도 하고 훗날의 늙은 모습이기도 하다.

책에는 흔한 추천의 글이 없었다.

 

2007.9.5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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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산문집은 네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문학 작품을 둘러싼 담론 위주의 글과 작가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와 의미를 통찰한 글, 그리고 정보화 시대와 물질 중심 사회의 세태를 꼬집은 시사적인 글, 그리고 이미 출간된 몇몇 작품들에 대한 두 편의 짧은 산문이다.

 

내용 일부

-하지만 들볶임과 시달림 끝에 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나면 그 인물들은 대개 마음속에서 사라져 떠나가게 마련이어서 더 이상 문제가 될 게 없다. 이보다 답답하고 괴로운 것은 소설 쓰기 올해로 40년을 넘기면서 이제는 심신이 피로하고 낡아 가는 느낌에 가당찮은 긴장기를 좀 놓고 지냈으면 싶은데, 아직도 속에서 종주먹질을 해 대며 사람을 들볶아대는 몹쓸 ‘인물들이 적잖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씌이지 않은 인물들의 종주먹질> 중에서

-그런데 먼 이국 길을 떠나기 전 선교사의 배려에 따라 아이가 마지막으로 제 엄마의 무덤을 찾아가 하직인사를 드리던 날이었다. 그 날도 겨울 날씨가 쌀쌀하기 그지없는데, 아이 혼자 언덕 너머 제 어미 무덤으로 올려 보낸 선교사가 아래 쪽 길가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는 기척이 없었다. 내심 이상히 여긴 그가 언덕을 올라가 보니 아이는 그 차가운 바람기 속에 자기 옷을 모두 벗어 엄마의 무덤을 꼭꼭 싸 덮어 주고 자신은 발가벗은 몸으로 하염없이 그것을 지키고 서 있는 것이었다……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 중에서


-하지만 다른 한편 그 시절 사람들의 그 궁상스런 가장 흉내질 속엔 어쩌면 흉내 아닌 제 가족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믿음과 사랑이 깃들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그 수많은 언덕 위의 불빛들이 그렇듯 따스하고 아름답게 빛날 수 있었던 듯싶다. 그 결핍과 부재가 낳은 간절한 믿음과 사랑. 그 창문들은 어두운 세상을 향해 그것을 이야기하고, 내게도 어떤 훈훈한 소망에 젖게 해 주었으리라. -<따뜻한 영혼의 눈빛> 중에서

 

-그것은 내 삶의 기억이 지나치게 메마르고 척박해지지 않으려는 일종의 자기 최면풀이 같은 것이었다. 한 마디로 누구에게 아무 것도 신세를 진 일이 없는 삶이라니! 그래서 아무 것도 갚을 일이 없는 삶이라니! 제 이웃에 무엇을 베풀지 못한 삶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지만, 그 이웃에게 아무 것도 신세를 진 일이 없는 삶, 그래서 아무 것도 되갚을 일이 없는 삶 또한 못지 않게 각박하고 초라하고 적막한 꼴이 아닐 것인가. -<신세 질 줄 아는 삶> 중에서

 

-지난 가을 입주해 들어간 우리 신축아파트 동네에는 쓰레기가 넘쳐났다. 더러는 남의 눈을 피해 야간을 이용하여 규정 밖의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던지고 가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그런데 젊은 경비원 한 사람이 밤낮 가리지 않고 그 쓰레기들을 일일이 다 한 곳에다 추려 정리했다. 주간근무 때면 저녁 교대시각 전까지, 야간근무 때면 밤사이에 내다 버린 쓰레기들을 새벽부터 아침까지 깨끗이 정리해 두고서야 주간 근무자와 자리를 바꿔 퇴근했다. 사람이 떠나갈 때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댔다. 그 뒷모습이 아름다우려면 그가 머물다 떠나간 자리가 깨끗하고 아름다워야 함이 물론이다. 그러니 그들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머물고 간 자리, 우리 뒷모습> 중에서


-어찌 보면 그 자체가 무책임하고 불의해 보일 일이었다. 하지만 오랜 뒷 날 나는 나름대로 그 오불관언식 침묵과 관용의 지혜를 이렇게 읽어볼 수 있었다. 세상이 다 옳은 길뿐이고 착한 사람뿐이라면 오죽 좋으리. 세상이 어차피 그렇지 못할 바엔 서로가 참고 헤아려가며 함께 살아가는 길밖에. 저들인들 그렇게 태어나기를 바랐거나, 그렇게 살기를 원할 리가 없는 이치고 보면. -<자애의 역사> 중에서

j****s 2007.09.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