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정책이나 정권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미국 외교정책이 나아가야 할 바를 온건한 필치로 쓴 책이다. 미국인이 미국인을 위하여 쓴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객관성,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인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 사실을 따지기보다는 큰 틀에서 논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번역도 매우 잘 되어 있어 한국인이 쓴 책처럼 마음 편히 읽을 수 있었다. 미국의 외교정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제정세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국제정세에 박식한 사람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국제정세에 문외한인 사람이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아래는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것. - "미국이 지구화된 세계에 내재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요 열강들을 협력적 질서 속으로 통합시켜야 한다." (134쪽) 지구화(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가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가고 있는 지구가 여러 가지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테러리즘, 핵확산, 기아, 온난화 등은 온 지구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 요소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 요소들은 단일 국가나 행위자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인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강대국,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 여전한 테러의 위협이 이러한 사실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세계는 위기와 함께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오랜 세월 전쟁으로 얼룩졌던 세계사는 자신을 파멸로 이끌 뻔했던 무기의 개발과 확산 덕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앞으로의 전쟁은 관련국을 모두 초토화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열강 간의 분쟁, 적어도 무력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열강이 지역과 이데올로기를 넘어 손을 잡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열강을 자신의 협력자로 끌어들여 위협에 맞서는 것이다. 이는 초강대국으로서의 책임일 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도 보탬이 되는 일이다. 일방주의적, 아전인수격 외교 정책이 불러일으킨 전 세계적 반미주의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세계를 향해 손을 내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열강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은 자국과 다른 나라의 국익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상대국의 국익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때에 따라 양보(예: 무역 제제 해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와 함께 자신이 내세우는 신자유주의 질서에 따라 자국의 보호주의적 정책을 먼저 철폐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미국은 관련국뿐만 아니라 제3국 간의 국익 사이에서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분쟁의 씨앗을 줄여야 평화로운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를 억제하는 동시에 중국을 자극하는 대만의 독립 의지를 억누를 필요가 있다. 지구화는 위험과 기회를 함께 갖고 있으며, 위기에 무릎을 꿇느냐,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여느냐는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