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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영화의 담백함과 음영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드는데, 어제 밤엔 지금까지 본 흑백영화 중 가장 인상에 남을 우리 옛 영화를 감상했다. 첫 장면에 '민족을 위하여 이미 가신 거룩한 님들의 피묻은 자취를 다시 더듬어 봅시다' 이렇게 경건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화, '자유만세'. 이 작품은 영화사적으로는 독립군의 치열한 항일 투쟁을 담은 광복영화의 효시라는 의미가 있고, 이외에도 이 한편의 작품에서 우리 현대사, 영화사와 관련한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자유만세'의 배경은 1945년 8월, 서울, 광복 직전으로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최인규는 친일 영화를 만든 과거 행동을 속죄하는 마음에서 연출했다고 하고, 48년도에는 월북을 한 경력의 소유자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6.25를 겪으면서 뒷부분 필름이 유실될만큼 보관상태가 좋지 않고, 결말 부분이 화면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비운의 작품이고, 중간중간 내용이 튀어서 흐름이 툭툭 끊기기도 했다. 거기에 악역을 맡은 주인공 배우가 월북해, 그 부분을 편집하다보니, 전체적으로 구성이나 개연성면에서는 엉성하다. 그런 가운데에도 남녀의 애정을 담아내고 있어서,독립운동의 스릴러적 요소에 멜러성까지 담아내려고 한 시도는 평가해주고 싶었다.
내용적인 면 외에도 눈에 띄는 점이 이후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걸출한 감독과 배우들을 배출했다는 점이다. 신상옥과 정창화, 홍성기 등 우리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감독들이 스탭진에 참여했고, 명배우로 꼽히는 김승호가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외에도 한은진, 복혜숙 그리고 연극배우 윤소정의 부친인 윤봉춘까지,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그리운 얼굴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한은진씨는 알아볼 수 있었고, 복혜숙, 김승호, 강계식 등은 얼굴을 알고 있음에도 정확하게 누군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여주인공은 황여희라는 연기자인데, 연기력은 시대를 앞선 배우가 아니었나 싶었다. 발성과 연기가 옛 연기 특유의 꾸미거나 과장스러움이 없고 상당히 자연스러운 것이. 이 작품은 영화적 완성도보다는 영화사적 의미와 영화 인물들과 관련해서 살펴보면서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 작품은 영상자료원 홈피 https://www.koreafilm.or.kr/ 에 가입하시면 VOD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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