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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중이지만, 타이베이에 대한 관심으로 읽었다. 읽고 보니 내가 아는 게 참 없다. 편견의 전형, 아니 전형보다 편견 쪽으로 훨씬 쏠려 있다. 대만에 대해서도 모르고. 생각하고 보니 일본에 비해 중국에 대해서는 꽤 비호감 수준이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겉으로는 일본이 싫다고 하면서 일본적 취향을 더 찾았던 것 같다. 내 속에는 그런 게 사는 모양이다.
책의 내용은 충실했다. 타이베이가 오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역사적 배경과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잘 보였으니까. 전체적으로는 여행기보다 인문학 도서라는 인상을 얻는다. 내용이 가볍지 않고 무게가 있다는 뜻이다. 교과서처럼 보이는 듯도 하고, 홍보책처럼 보이는 듯도 하다. 역사와 사실에 충실한 객관적인 글이라 읽다 보니 공부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정도 익힌다면 타이베이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재미가 좀 떨어졌다.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사진 편집 방법도 한몫 했고. 사진만 모아서 배치하고 각 사진에 번호를 단 뒤 다른 쪽 페이지에 해당 사진에 대한 설명을 해 놓은 것. 읽기에 친절하지 않은 방식이다. 본문도 하나의 소제목에 5~8쪽 정도의 내용을 배치했는데, 소제목 아래 다시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 안내해 주었으면 더 분명하게 보였을 듯 싶다. 집중력을 유지하기에는 좀 긴 편이었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가운데 사진을 한 쪽 가득 담아 두었으니 읽다가 잘리는 느낌도 있고.
책을 읽는 중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대만 편을 보게 되었다. 보려고 하니 안 보이던 게 보인다는 말, 이것인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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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진정한 여행이란 그 지역에 가서 떠나온 곳을 잊어버릴 정도로 살고, 다시 돌아와 다녀온 곳과 비교하는 것”이라고. 즉 가서 유명한 것만 둘러보고 먹고 오는 것은 관광이지 여행이 아니라는 취지이다. 떠나온 곳을 잊어버릴 정도로 산다는 것도 그렇게 오래 산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현지에 동화되어 치열하게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의미에서 철저하게 위 정의에 부합하는 여행을 하고 온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책을 써오고 있다. 첫 번째 책은 대만에 대한 학술서적으로, 두 번째는 대만 전체에 대한 개론서, 이번에 새로 쓴 세 번째 책이 바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를 다루는 일종의 기행문이다. 이 책들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대만과 타이베이 현지를 깊이 음미하고 돌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타이베이 구석구석을 안내하면서 굳이 현지를 가보지 않아도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는 물론이고, 그 배경 이야기를 역사에서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다. 1부는 대만과 대만 사람들에 대해 총론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2부에서는 타이베이에 있는 중화의 역사를 서술한다. 3부에서는 대만의 현대사를 개관하며 역사 속의 대만 뿐 아니라 지금의 대만정치와 그 중심인 타이베이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타이베이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명소들을 짚으며 대만의 문화와 생활을 전한다. 여행안내서라고 보기에는 딱딱하고 배경지식이 많으며 실용도는 조금 떨어질 수 있어도, 안내서와 함께 실제 그 장소에 가서 이 책을 읽는다면 따로 안내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친절하다. 여행을 가지 않은 채 대만과 타이베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또는 구경해보기 위해서 읽어도 좋은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넓은 식견에 감탄하게 된다. 현지인들조차도 꼼꼼히 다 알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세세한 부분까지도 저자의 연구를 통해 책에 서술되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진가를 발휘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3부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첫 저서의 부제가 말해주듯이, 가깝지만 우리가 잘 알지는 못한 채 잊어버린 이웃국가가 대만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중국이 국제사회에 부상하고 있고, 따라서 대만 역시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3부를 읽으면서 대만의 현대사도 우리나라와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부분을 소개하고 우리의 관심을 환기하고자 저자가 할애한 3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우리가 대만을 제외한 채 중국만을 보고 연구하는 것은 새의 한쪽 면만 보고 연구하는 것과 같다. 대만과 중국의 양안관계는 근현대사가 만들어낸 쌍둥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대만을 소개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서는 중국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지금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대만을 함께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어느 새 잊어버린 대만을 학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 끌어올린 저자의 노력에 깊이 감탄하며, 저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