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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맑았던 어느 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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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에 따라 어느 정도 말이 많아지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다른 사람은 해보지 못했음직한 특별한 경험들이 하나 둘 늘어나다 보면 입이 간지러워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말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어서 자신이 겪었던 그 숱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일체 함구한 채 태연히 지내는 사람들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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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에 따라 어느 정도 말이 많아지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다른 사람은 해보지 못했음직한 특별한 경험들이 하나 둘 늘어나다 보면 입이 간지러워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말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어서 자신이 겪었던 그 숱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일체 함구한 채 태연히 지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입이 무거운 건지, 답답한 건지 아무튼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잘 지낼 수 있는 DNA를 타고 난 셈이다.

 

나로 말하자면 그런 부류에는 속하지 않는다. 너무 수다스럽지도 않지만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처럼 답답하지도 않다. 그래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가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묵언수행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려나. 암튼 대학민국 남성의 수다스러운 정도를 조사한 통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그런 이상한 주제에 대하여 연구 아닌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어느 사회에서건 한둘쯤은 꼭 존재하게 마련이다.) 나는 적어도 표본오차에 속하는 특이한 인간은 아닐 것으로 믿고 있다.

 

박세현 시인이 쓴 <시인의 잡담>은 꽤나 특별한 책이다. 시인은 실상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닌, 말을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시인에게 '잡담'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를테면 그것은 햇빛이 쨍쨍한 날 장화를 신고 출근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한편으로는 시를 읽는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이제 시인은 잡담이나 하며 세월을 보낼까, 측은해지기도 한다. 책을 펼치면'시는 죽었는데 시는 그걸 모르다'는 의미심장한 문장이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자신의 블로그에 ‘한 줄의 페허’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조각글들을 책으로 엮었다는 <시인의 잡담>은 '잡담'처럼 쉽게 이해되거나 한쪽 귀로 득고 한쪽 귀로 흘려 보낼 만한 성질의 시답잖은 문장은 찾아볼 수 없다. 언젠가 대학 시절에 시인이 된 내 친구는 말했었다. '어렵게 쓴 시는 독자도 어렵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이다. '너의 시는 너무 어렵다'는 나의 말에 대한 그의 반론이었다. 이 책이 딱 그렇다. 하나하나의 문장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친구의 논리를 따르자면 시인은 하나하나의 문장에 어지간히 공을 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일언지하에 말하자면,

가치라는 말처럼 무가치한 말은 없다.

 

저마다 자기 언어의 품에서 살아간다.

 

새겨 읽어야 할 부분은 밑줄 긋지 않은 그 대목이었어." (p.128)

 

위의 인용구처럼 시인의 잡담은 시와 아포리즘(경구)의 혼재, 운문과 산문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산문이라기 보다는 길어진 운문이 맞을 듯하다. 책 속에는 시인의 미발표 시도 수록되어 있다. 시가 오롯이 시집에 실리지 못하는 슬픈 현실, 산문집 속의 시는 왠지 모르게 애잔하다. 하기에 그의 잡담을 잡담 수준으로 치부하기에는 쑥스럽고 미안해진다. 그러나 시인의 숙명은 시를 떠나서 살 수 없기에 시인은 산문집을 표방한 한 권의 책에 곁다리로 시를 실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인에게 덧씌워진 삶의 굴레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시는 시시하고 너절하다. 현실적 가치를 가리는 말은 아니고, 그 속으로 들어갈수록 가파른 벼랑과 마주한다. 누구나 한번 들어간 사람은 되돌아나오지 못한다. 이 시시한 스캔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나는 시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시는 없고, 시 비스무레한 것에 나는 늘 홀린다. 내가 열망한 것은 시엿으나, 내가 도달한 것은 시가 벗어 놓은 헛것이었다. 의붓어미를 친어미로 알고 산다. 이것이 나의 진짜 행복이자 가짜 진실이다." (p.272)

 

시는 언어인 동시에 청정한 울림이다. 눈으로 읽는 글자인 동시에 가벼운 떨림이다. 생일 선물로 시집을 주던 시기에 나는 선물로 받은 시집을 닳도록 읽었었다. 내가 읽었던 것은 시인이 쓴 한 줄 시구도, 시집을 선물한 누군가의 마음도 아니었다. 영원을 노래한 우주의 음성, 그 잊을 수 없는 가락에 대한 진한 향수였다. 시가 찬란했던 시절은 온 우주의 날씨가 맑음이었다. 시의 몰락은 우주의 그늘, 두려움의 구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 그늘 속으로 속절없이 들어가고 있다. 나는<시인의 잡담>을 읽으며 시가 맑았던 어느 한 시절을 망연히 생각했다.

이달의 사락 s*****l 2015.07.07. 신고 공감 15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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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과 시가 뒤섞인 비빔밥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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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과 시가 뒤섞인 비빔밥 같은 책 안타깝게도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권위를 지닌 책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어떤 외국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고전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 다시 읽고’ 있는 책이라고. 파우스트를 지금 읽는다고 하면 교양을 의심받을 수 있기에 ‘다시’ 읽는다고 퉁친다. 사랑스런 위선이다. 모든 책은, 영화는,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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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과 시가 뒤섞인 비빔밥 같은 책

 

안타깝게도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권위를 지닌 책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어떤 외국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고전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 다시 읽고’ 있는 책이라고. 파우스트를 지금 읽는다고 하면 교양을 의심받을 수 있기에 ‘다시’ 읽는다고 퉁친다. 사랑스런 위선이다. 모든 책은, 영화는, 그림은, 심지어 삶조차 ‘다시 읽혀야’ 할 무엇이 아닐지. 원래 잡담의 뜻이 그러하듯이 시에 관해서 정색하지 않고 떠들어대는 너절하고 쓸데없는 헛소리가 이 책을 가로지르고 있는 본색이다. 자신의 블로그에 ‘한 줄의 페허’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조각글들을 책이라는 공예품으로 재가공했다. 짤막한 조각언어들이 책의 몸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왕의 산문집과 비슷하지 않다. 그 점은 이 책의 특징적이고 논쟁적인 대목이다. 산문이지만 반 정도 산문이고 반은 산문을 배신하는 산문이다. 산문이면서 시적 호흡과 리듬을 유지하는 글이다. 정색하지 않고 시와 시의 근처를 대놓고 잡담하고 있는 것도 한 특징이다. 저자는 시를, 시만 겨냥하고 있다. 즉, 시가 독서의 중심에서 멀어진 현실 속에서, 그걸 잘 알면서, 그렇더라도, 시를 쓴다는 것의 의미를 통렬하게 숙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문 속에 시가 있다기보다, 시와 잡담이 서로 조응하고 있다. 시집 속에서 시를 읽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음도 색다르다는 생각이다.

k***4 2015.07.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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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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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주인이 영업 끝내고 마이크 잡고 독창하듯이호프집 주인이 문 닫고 소주잔 기울이듯이아무튼 어쨌거나 시는 이처럼 아무도 없는 순간에만당신의 고요한 지점을 두드린다. 5번 고향곡처럼 시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포장 이전에 시는 삶이고, 언어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언어에 묻어 있는 삶이라는 말이 옳겠습니다.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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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주인이 영업 끝내고 마이크 잡고 독창하듯이

호프집 주인이 문 닫고 소주잔 기울이듯이

아무튼 어쨌거나 시는 이처럼 아무도 없는 순간에만

당신의 고요한 지점을 두드린다. 5번 고향곡처럼 


시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포장 이전에 시는 삶이고, 언어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언어에 묻어 있는 삶이라는 말이 옳겠습니다. (p.210)

이달의 사락 k******4 2017.09.04.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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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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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세현님의 산문집....시인의 산문집이라고 하면 낭만적인 이야기가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였다...그러나 박세현님의 산문집은 상당히 솔직하다..글 하나 하나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솔직함 속에서 사회를 보는 그대로 바라 보려는 노력이 있기에 시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어설픈 시인은 독자들에게 외면 받기 쉬우며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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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세현님의 산문집....시인의 산문집이라고 하면 낭만적인 이야기가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였다...그러나 박세현님의 산문집은 상당히 솔직하다..글 하나 하나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솔직함 속에서 사회를 보는 그대로 바라 보려는 노력이 있기에 시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어설픈 시인은 독자들에게 외면 받기 쉬우며 그래서 시인은 항상 세상을 바로 보기위해서 노력하고 노력하는 듯하다...그것은 시인으로서 숙명이라는 생각하게 된다..


시 안에 느낌을 담기 위하여 언어를 바꾸고 고치고 다듬는다...그리고 시의 글 한 줄 한 줄 깊숙한 곳에 그 의미를 감추어 두고 독자는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숨바꼭질 놀이를 하게 된다...맞춤법에서 벗어난 시...그것은 시의 숙명이 아닐까...우리가 쓰는 언어가 세상을 담는 모든 의미를 담아내기에 부족하기에 시는 언어를 왜곡하고 100개의 단어에 1000개의 의미를 넣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된다.시인은 언어는 왜곡하지만 세상을 왜곡하지 않는다...


인생이 고통스럽고 힘들며 무의미한 경험이 연속 되기에 시가 존재하는 것 같다...우리 삶에 행복만 존재한다면 시를 우리에게 외면 받거나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시인은 시를 쓰지만 행복이 우리에게 다가오면 시인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모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게 된다..그래서 시의 존재는 언제나 이중인격자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그래서 시인은 그 누구보다도 고달프다.그리고 삶의 결핍...자본주의 사회에서 시 한편 한편의 기본 단가만 측정할 뿐 시인이 하나의 시를 쓰기 위해 사유하고 관찰하는 최소 기본 수당 시간은 계산하지 않는다...그래서 시인의 삶은 힘들며 고달프고 적자 인생을 살게 된다....그리고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살아가는 투잡스 인생이다...


시인의 잡담...시인의 산문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새끼손가락 하나만큼은 넓어지는 것 같다...그러면서 한편 우리의 모순된 사회상도 같이 느끼게 된다....

이달의 사락 k*******2 2015.07.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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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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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雜談)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설명한다.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 그렇다. 이 책은 제목처럼 시인이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이다. 그래서 잡담이 맞다. 일부로 아는 척하지도 않고, 일부로 아름답고, 선하게 말을 꾸미지도 않는다. 그래서 ‘잡담’이다.   처음, 시인의 글을 읽어가며, ‘뭐, 이런 글이 다 있지?’ 싶었다. 왠지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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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雜談)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설명한다.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 그렇다. 이 책은 제목처럼 시인이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이다. 그래서 잡담이 맞다. 일부로 아는 척하지도 않고, 일부로 아름답고, 선하게 말을 꾸미지도 않는다. 그래서 ‘잡담’이다.

 

처음, 시인의 글을 읽어가며, ‘뭐, 이런 글이 다 있지?’ 싶었다. 왠지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지절대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산만함과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낸 듯한 언어들이 독자를 당혹케 한다. 하지만, 점차 읽어가는 가운데 묘하게 빠져든다.

 

시인이 적어 내려간 산문들은 논리적인 구성을 갖고 있지 않다. 산발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하나의 제목으로 묶여 있는 글들이라고 해서 하나의 맥락을 가지고 있는 글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때로는 바로 앞 문장과 다음 문장이 안드로메다만큼의 간극이 있기도 하다. 그러니, 그저 펼쳐지는 부분을 읽어도 무방하다. 게다가 작가의 글이 때론 저속하기도 하며, 때론 말장난을 늘어놓기도 한다. 때론 비약이 심하여 이야기가 산으로,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때론 취중진담처럼 들리기도 하며, 때론 찌질한 소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글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 제목처럼, 쓸데없는 지절거림과 같은 잡담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쓸데없진 않다. 쓸데없는 지절거림, 잡담 안에 시인의 깊은 통찰력이 담겨 있으며, 시인의 시를 향한 영혼이 담겨 있다. 시인은 자신의 잡담 속에서 무엇보다 시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내뱉는다. 그러한 고민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시인에게 있어, 시는 없는 구멍에 뭔가를 자꾸 집어넣으려는 몸짓이란다(38쪽). 그러니 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작업일지를 상상케 한다. 없는 구멍에 뭔가를 자꾸 집어넣으려는 어리석은 몸짓이라니.

 

게다가 시는 모호하다. 그래서 시인은 시는 오리무중이라 말한다(95쪽). 시는 불가피하게 오리무중을 오리무중으로 뚫고 나간다는 것. 심지어 너무 분명한 시는 시가 아니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독자로서 시를 잃고 이해되지 않을 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말할 때, 마침내 시는 시 같아진단다(15쪽).

 

아~~ 그래서 시들이 어려웠구나 생각해본다. 하지만, 너무 시인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시는 솔직히 공감하기 어렵고 괜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떨쳐낼 수 없다. 공감할 수 없는 문학은 글쎄다.

 

물론, 다양한 시에 대한 정의를 내려가며 시를 향해 접근하는 잡담들이지만, 결국 시인은 시는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또다시 시를 이렇게 정의한다.

 

“시는 정의하는 순간 틀어진다. 시는 정의하기 직전까지다. 마치 그대의 동의를 얻기 직전까지의 번뇌와 망설임과 괄호 안에 가둔 희열의 순간이 사랑을 생성시켜 주는 것처럼. 나에게 시는 강력한 현실이자 더없는 환상이다. 아무 것도 아니면서 그것 없이는 살아도 살아지지 않는 그 무엇이다.”(268쪽)

 

결국 시인에게 시란 그것 없이는 살아도 살아지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시인에게 시란 정의할 수 없는 것이지만, 시인의 생명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시에 대한 시인의 정의 가운데 이러한 정의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시는 언어에 묻어 있는 삶이다(210쪽). 그렇기에 시는 삶을 입는다(229족). 이 말을 바꿔, 삶을 입지 않은 추상적인 언어유희는 시로서 부적격하다는 의미로 봐도 될까? 삶과 괴리된 언어적 잔치는 참 시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를 응시하는 것이고, 자기 삶의 미열과 증상을 문자 언어로 다스리려는 인문적 실천입니다. 시 쓰기는 언어와 언어의 문맥 속에 자기를 위치시키려는 자발성이지요.(302쪽)”

 

산만한 잡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시인의 잡담에 묘하게 마음이 끌리는 이 책, 『시인의 잡담』을 통해, 시에 대한 시인의 자기 성찰에 귀기울여봄직하다.

h***r 2015.06.27. 신고 공감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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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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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거나 눈이 오는 날 혹은 안개 자욱한 그런 날은  그 어느 때보다 시집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헌데 독서를 많이 하는 이들도 더러는 시를 읽을때 난해하고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오류를 적잖이 겪어 봤을 것이다.시를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시를 읽을때 진정 시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과 시를 읽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곤 한다.이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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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거나 눈이 오는 날 혹은 안개 자욱한 그런 날은  그 어느 때보다 시집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헌데 독서를 많이 하는 이들도 더러는 시를 읽을때 난해하고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오류를 적잖이 겪어 봤을 것이다.시를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시를 읽을때 진정 시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과 시를 읽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곤 한다.이는 언어를 마주하는 태도의 차이라 여겨진다.예컨대 시란 무엇이고,시를 어떻게 읽을지,시의 역할이나 그 중요성을 생각치 않고 읽지는 않을테니 말이다.나 역시도 국문과인데도 불구하고 문학의 한 장르인 시를 읽고 그 함축된 시어들을 통해 올곧이 시가 말과 글로 탄생되지만 그 안에 담긴 비유와 상징을 놓치고 내가 보고자 하는 글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기에 시를 읽을때 난해함이란 선입견을 깨고 싶은 생각을 늘 마음 한 켠에 꿰차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 읽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늘 바라보던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내볼 수 있었던 듯 하다.
 
 
'시인의 잡담'은 시에 관한 단상과 시가 함께 어우러져 시는 무엇이고,무엇이 시인인가에 대한 말 그대로 잡담을 담고 있다.저자는 등단 30년 동안 8권의 시집을 출판했고 그가 말하는 자신만의 시의 진수는 '시적인 아름다움'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역으로 시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이 오려면 앞서 말한 시적인 아름다움이 표현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그 아름다움이 사람들을 시로 끌어당기며,그 아름다움을 얻고자 하는 희망이 곧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고 말이다.시는 문학의 왕이라고 말한다.이는 문학 중에서 시가 가진 진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시를 떠올리면 비유나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음을 안다면 시가 어떤 감성으로 표현될지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잡담이라고 하면 흔히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이란 뜻을 담고 있긴 하나 저자는 시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는 잡담 아닌 깊이있는 말을 비추고 있다.그러나 포장 이전에 '시는 삶이고 언어'라고 말한다.이는 언어에 묻어있는 삶이 곧 시란 것이다.그는 시를 쓴다는 것의 의미를 매섭고 날카롭게 생각하고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게 시와 산문을 통해 시를 정의하고 있다.적어도 그는 시로부터 해방 된 자신의 시를 쓸 수 있는 진정한 시인인게다.이따금 시를 읽을때 시가 추구하는 물음과 탐색,시인의 세계관,체험,맹아적 힘,말의 힘등을 통해 내 안에 묵혀있던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 감정의 정화도 경험하고 나름 감정훈련과 감정표현등이 풍부해짐을 느끼고 있기에 시 읽는 것에 그간 갖고 있던 선입견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였던 듯 하다.
k*****5 2015.07.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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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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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의 허를 훅 찌르고 있다. 책이란 어때야 하는지, 시인이 발언하는 담론의 품격은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 등 우리 내면에 정형화되어 있는 이미지를 보기 좋게 깨뜨리고 있다. 우선 내용의 맥락이 일관되게 꿰어지지 않는다. 대중 없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아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람! 이렇게 알맹이 없이 거두절미 늘어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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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의 허를 훅 찌르고 있다. 책이란 어때야 하는지, 시인이 발언하는 담론의 품격은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 등 우리 내면에 정형화되어 있는 이미지를 보기 좋게 깨뜨리고 있다. 우선 내용의 맥락이 일관되게 꿰어지지 않는다. 대중 없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아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람! 이렇게 알맹이 없이 거두절미 늘어놓는 잡담을 묶어서 책으로 내다니, 너무 뻔뻔한 것 아냐! 하는 푸념이 나왔다. 한 두 줄 완전 주관적인 관념을 쓱 펼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얘기로 전환하여 이거 참~ 괜히 책을 잡았구나 하는 후회가 일었다.

 

그리고 정서 과잉이었다. 에세이를 넘어 미셀러니라 해야 할 정도로 감정을 여과없이 배설하고 있어 적잖이 언짢은 대목도 있었다. 그래서 앞부분을 읽다 솔직히 그만두려 했다.

 

그러나 곧 진가가 드러났다. 군데 군데 숨어 있는 혜안과 탁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비정형의 말과 생각과 사상 가운데 깔아 놓은 숨은 그림들의 윤곽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이 시시껄렁하게 여겨져 던져버리고 싶은 분들은 먼저 95쪽부터 99쪽까지 읽어보기 바란다. 바짝 다가앉게 될 것이다.

 

학위논문과 첫사랑은 교묘하게 서로를 참조하면서 닮았다. 젊은날의 작업이라는 것. 순정을 바친다는 것. 뭘 모르고 허둥댄다는 것. 소득이 적다는 것. 누군가의 응시 아래 있다는 것. 건너뛰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첫'단계. 다시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아련한 애증으로 남는다는 것. (95쪽) 

 

이렇게 반짝거리는 발견들을 어찌 잡담이라 치부할 수 있단 말인가. 필자는 가끔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는데 신성불가침 영역을 건드리는 일도 망설이지 않는다. 무장무애의 경지에 이르러서랄까.

 

대한민국이 도달한 지점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위다. (103쪽)

 

민주주의 언저리를 맴돌 뿐 진정한 민주주의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짧은 얘기로 촌철살인 세상을 찌르고 있다.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론 아프기도 한 대목이었다. 슬라보예 지젝의 강연을 듣고선 자신의 정치적 좌표를 떠올리며 번민하기도 한다.

 

회기역에서 자본주의 지하철을 타면서, 나는 지젝의 논조에 공감했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좌회전 깜빡이 넣고 우회전 하는, 분열적인 주체였던 것.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아프리카 난민 걱정을 대신하는. (188쪽)

 

분열적인 주체라는 말에서 얼마나 뜨끔하던지. 생각해보니 의식적으로 조정하는 내면과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행동의 틈새가 어찌나 크게 느껴지는지 그 생각으로도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았다.

 

이 책의 백미는 그의 시 아홉 편을 소개한 5와 6사이이다. 주관적인 견해로는'나는 좌파인터내셔널'과 '개운사'가 압권이라 하겠다. 감정이입이 어떤 것인지 저절로 느끼게 해 준 시였다. 이 시를 읽는 기쁨만으로도 던지지 않고 끝까지 버틴 보람이 있었다 하겠다. 또 글쓰기에 관한 멘트는 시사하는 바가 참 심장하였다.

 

책 없이 아는 것이 강신의 세계라면, 책 있이 아는 것이 세습의 세계다. 세습무에게서 책을 뺏으면 장님이 된다. ^^ 강신무가 아니면서, 책 없이도 마구 쓰는 사람은, 에, 또(뒷말 생략)

 

당연히 세습무인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생략된 뒷말은 거친 상욕이거나 아님 넌지시 퇴단 권유하는 발언일 거다. 강퇴당하지 않으려면 어떡 해야 하는지 박세현은 또렷이 알려주었다.

 

하여 박세현의 [시인의 잡담]은 결코 잡담 같지 않은 잡담, 혹은 잡담의 뜻을 바꾼 진정어린 잡담. 그래서 어쩜 요즘 유행하는 시쳇말로 잡담 인 듯, 잡담 아닌, 잡담 같은 진담의 향연이었다. 그 묘미에 한껏 취해 한바탕 꿈을 꾼 듯하다.

a*****7 2015.07.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비밀토끼의 독서평 / 박세현 산문집, '시인의 잡담'_을 나는 오늘 팔로우했다.
"♩비밀토끼의 독서평 / 박세현 산문집, '시인의 잡담'_을 나는 오늘 팔로우했다." 내용보기
오늘은 입담 좋은 한 시인의 sns와 같은 메모?를 잡지보듯 카페에서 읽고 있다.          <작가와 비평> 출판사에 읽고 싶었던 신간 책을 한 권 보내줬다. '시인의 잡담'이라니_ 시인이면 시를 써야지, 산문집을 써 냈단다. 호기심이 생긴다. 제목, 작가 프로필, 목차, 작가의 머릿말 등을 먼저 살펴 본 뒤 내 안의 기대지평을 한껏 끌어 올린 상태에서 독서를 시작하는 습관이
"♩비밀토끼의 독서평 / 박세현 산문집, '시인의 잡담'_을 나는 오늘 팔로우했다." 내용보기
오늘은 입담 좋은 한 시인의 sns와 같은 메모?를 잡지보듯 카페에서 읽고 있다. 
 
 
 
 

<작가와 비평> 출판사에 읽고 싶었던 신간 책을 한 권 보내줬다.
'시인의 잡담'이라니_ 시인이면 시를 써야지, 산문집을 써 냈단다. 호기심이 생긴다.
제목, 작가 프로필, 목차, 작가의 머릿말 등을 먼저 살펴 본 뒤 내 안의 기대지평을 한껏 끌어 올린 상태에서 독서를 시작하는 습관이 있는 나는
오늘도 당연스럽게 목차와 작가소개란을 살펴본다. ​
헉.​
박세현
1953년생, 시집 여덟 권_ 기타 등등
이게 다다.
핸드폰 셀카로 찍은 듯한, 시크하게, 큰 얼굴이 화면 꽉 차게 나온 사진과 함께 적힌 시인에 대한 소개말은 저게 전부다.
심지어 어떤 시집들인지 제목 따위로 소개하지 않았다.
씨익~ 이 사람 좀 멋있다.
 
시인답게 재밌는 시적발상으로 일상에 대해 혹은 시쓰는 태도에 관하여.. 짧게 짧게 기록한 메모들을 엮은 일종의 산문집이다.
편집이 특이하다. 간간히 글자 크기도 파격적이고
여느 산문집들처럼 문장을 꽉 채운 것이 아니라.. 행간걸침의 말들이 카톡방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재치있게 배열된 어휘들이 춤을 춘다. 재밌다. 

 
"혹시와 역시 사이에서 시만 도려내는 인부를 시인"이라고 부르잔다. ㅋㅋㅋ
해석할 필요없는 시적 아름다움이 미적 감각을 배제하고 이 책 속에 이러저리 흩어져 있다.
참으로 아름답지 못하게 아름답다. ㅋㅋㅋ




 
 
# 누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읽고 나면
이거다 하는 게 없다는 말을 했다.
그말이 맞는 것 같다.
그 점이 좋지 아니한가




====================================================================================
아 하루키....ㅋㅋㅋ
그렇구나. 내가 왜 하루키 소설만 읽고나면 대체 이게 뭐야?하면서도
또 이 작자를 이토록 편애하나_싶었는데 하루키는 그 맛에 읽는거였대 :) 훗~

 
 
#신문 보는 사람이 먼대로 갓으니 신문넛치 마세요.
신문갑 바들생각하세요.

유종호의 '시란 무엇인가'의 책갈피에 끼어 있던 메모다.
어느 교회의 심령부흥성회의 초대장(1998)뒷면에다 정성스럽게 또박또박 쓴 글씨다.
맞춤법을 벗어난 필체가 문체로 전환되는 진기함!
16년 동안 그 책 속에서 천천히 묵어서 시가 된 문장이다.
시는 가끔 이런 것이기도 하다.


=======================================================================
시창작 수업에 자료로 쓰고 싶은 대목이다.

22살까지는 그래도 시를 곧잘 썼었다.
잘 썼다는 게 아니라 즐겨 썼다는 말아다.  '시우'라는 소규모 문학동인으로 지내면서 시인의 꿈을 꾸던 리즈시절이 생각난다.
잔디밭에 앉아서 서로의 창작시를 감상하며 논평회를 했었지. 가끔은 술집_으로 옮겨가 2차전(쟁)을 치르기도 했었다. ㅋ
그 때 썼던 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ㅡ.ㅡ
(보통언니!! 언니는 그 시들 다 갖고 있어? ㅋㅋㅋ)​




그런데 시란 알면 알수록... 어려웠다. 허영심 찬 발상의 표현 기교를 벗겨내고 나면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나는 시에서 아니 시창작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쉽게 쓰는 게 어렵지, 어렵게 쓰는 것은 쉽다."라고 말한 걸 보니 이 책의 저자 박세현 시인도 같은 고민을 한 모양이다.
 




sns와 스마트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과 여러가지 감상 등을 기록으로 남긴다. 
 

각자 의미있는 사진과 함께

어떤 이는 가볍지만 섬세한 재치를...
통통 튀는 혹은 물결치는 라임을...
적절한 여백의 미를...

잘 살려 내어 절로 시 한 편을 창작해내기도 한다.

그런 이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팔로우를 하거나 공감을 누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산문집에 팔로우하고 싶다~~

마침표를 찍지 않은.. 끊어지듯 이어지는 시니컬한 어조가 마음에 든다.
이 책은 첫사랑의 그애와 닮았다. 음, 정확히 말하면 첫사랑의 그애가 쓰던 시가 자꾸 떠오른다.
아궁이였던가..시제목이 ㅋ

박세현, 이 시인이 시는 어떻게 쓰나 모르겠지만 시인의 머리 속을 살짝 오픈한 책은 과히 마음에 든다.
툭툭 뱉은 듯한 말파편들이 읽는 이에게도 '즐거운' 시 창작의 욕망을 살살 부추기는 그런 책이다.
 

 

 

 

(http://blog.naver.com/rnldudnal 개인블로그 주소)

 


r*******l 2015.07.0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시인의 잡담
"[서평]시인의 잡담" 내용보기
이런 시를 읽다보면 항상 어려운 단어들이 나옵니다. 시인들만의 언어유희라고 할까요. "생각이 아상(我相)이다". 아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봅니다. 참 어려운 단어였네요.   이 책은 시도 아니고 수필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시인과 이야기하는 느낌입니다. 제목처럼 시인의 잡담인 것 같기도 합니다. 편안하게 책장을 술술 넘기다가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앞에서부터 다시 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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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를 읽다보면 항상 어려운 단어들이 나옵니다. 시인들만의 언어유희라고 할까요. "생각이 아상(我相)이다". 아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봅니다. 참 어려운 단어였네요.

 

이 책은 시도 아니고 수필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시인과 이야기하는 느낌입니다. 제목처럼 시인의 잡담인 것 같기도 합니다. 편안하게 책장을 술술 넘기다가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앞에서부터 다시 차근차근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인문학의 깊이가 깊은 시인의 말을 다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번 꼽씹어서 읽다보면 왠지 느낌이 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가령"삼월이 평장한 세월의 무덤같네"은 무슨 뜻일까 깊이 생각해 보았답니다.

이 책은 한 줄 한 줄 쉽게 쓰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뭔가 쓰고 고치고 한 느낌입니다. 쉽게 빨리 쓴 것 같지만 여러 의미를 내포한 문장들이 많이 나온답니다.

"목련등을 켤까요"라는 문장도 참 좋았습니다.

 

요즘 표절을 많이 했다는 "신**"씨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시 이 책을 봅니다. 참신한 문장들이 많아서 더 좋아지네요.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되는데요. 멋진 자신만의 이야기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대단합니다. 창작의 어려움이 많겠지만 창작의 기쁨도 크지요.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 내 유일한 비밀은 내가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 작가와 나의 소통이 이뤄지는 부분입니다.

 

책의 가운데 부분에는 진짜 "시"가 나옵니다. 아홉 편이 나오지요. 함축적인 단어를 쓰고 있는 시는 한 줄 한 줄 머리속에 외워보았습니다. 시가 아홉 개뿐이라서 더욱 애착이 가네요.  산문시라서 길이는 길지만 한 페이지에 쏙 들어가는 길이라서, 보기는 좋았습니다.

 

시인이 중국에 가고 싶다고 쓴 글이 있었습니다. 유럽이 더 좋지 않겠느냐만은 거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시인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가식없이 글을 쓴다는 것을 느꼈네요.

7호선 전철을 타다가도, 비가 오는 수요일에도, 봄밤을 핑계로 멋진 글을 쓰는 작가처럼 "이 책을 읽는 오늘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k****0 2015.06.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지리한 외로움이 느껴졌던 시인의 잡담
"지리한 외로움이 느껴졌던 시인의 잡담" 내용보기
누구에게나 동경은 있다. 아무리 노력해서 가질 수 없는 것,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곳. 나에게 그 것은 시였고 그 곳에는 시인이 있었더랬다. 박세현 산문집 <시인의 잡담>은 절제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 사이로 속살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언뜻 보면 잡담이기에 그냥 넘기기 쉽지만 그 속에 시인으로서 비범함이 숨어있다랄까. 그런 책이다. <시인
"지리한 외로움이 느껴졌던 시인의 잡담" 내용보기

 

 

누구에게나 동경은 있다.

아무리 노력해서 가질 수 없는 것,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곳.

나에게 그 것은 시였고 그 곳에는 시인이 있었더랬다.

박세현 산문집 <시인의 잡담>은 절제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 사이로 속살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언뜻 보면 잡담이기에 그냥 넘기기 쉽지만 그 속에 시인으로서 비범함이 숨어있다랄까.

그런 책이다. <시인의 잡담>은.


내가 시를 읽는 이유는 시를 이해해서가 아니다. 이해하지 못해서다.

돈이 없어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할 때 느끼는 아쉬움이나 절망감을 소멸시켜줄 만큼

시를 읽으면 본질적인 한계가 느껴진다.

일상을 지루하게 만드는 건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다. 단조로운 언어때문이다.

시를 읽으면 나의 언어가 얼마나 쳇바퀴 굴러가듯 살아가고 있는지 느껴진다.

그리도 힘겹게 나의 언어가 살아내고 있는지 <시인의 잡담>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시란 그런 것이라고 무심하게 내뱉는 작가의 글에서 시에 대한 그의 애증을 보았다.

삼십여 년 애증으로 가득한 부부의 삶처럼 그와 <시>도 그러하겠지.

시를 쓰는 것보다 시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시를 그리워하는 삶. 그거면 내가 헛되게 살아왔다 생각되진 않겠지.

 

언젠가 시는 노래이기 때문에 읽어야 하고 불러주어야 한다고 들었다.

피곤에 찌든 그에게 좋아하는 문장을 들려주었다. 그는 나처럼 느끼지 못했더랬다.

그러나 다음 날, 거울에 빼곡히 써놓은 편지를 보고 그는 문자를 보냈다.

"오늘 우리집 욕실 거울이 시의 옷을 입었다."

그는 나의 말과 나의 감정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불러준 <시인의 잡담> 속 글은 이랬다.

「 피아노 소리가 울리자 방안에 있던 물상들이 다 시의 옷을 입는다.

음악이 사라지자 다시 맨얼굴로 돌아오는 물상들.

저 순간을 시라고 말하고 싶다. 나머지는 '없는' 신의 영역이다. 」


 

k******8 2015.07.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