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독서 감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계속 책를 읽었던 것 같은데 글로는 남기지는 못했네요.
이번에 읽은 책은 기독교의 고전이라고 하는 존 번연(John Bunyan) 작품의 『천로역정』이었습니다.
어느 글에서 보니까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나와있었습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집집마다 이 책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다른 종교의 경전이 아닌 기독교 일반 서적이 2위를 했다니 대단한 책인 것 같습니다.
(다른 종교의 경전을 낮춰보거나 별로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기 전에도 기독교의 고전이니만큼 이미 책 제목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명한 책에 오히려 손이 더 안가서 그런지 이 책도 교회를 다닌지 10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이름 있는 책을 먼저 읽어야 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책 선정에 관한 안목이 워낙 없어서 말입니다.^^)
신앙 생활(교회 생활)을 하면서 처음에 갖게 되는 의문 중 하나가 바로 '하나님은 존재하는가?'일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그것 만큼이나 허무하고 멍청해 보이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래 넌 멍청하구나'라고 이야기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되었고 받아들여지게 되었답니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YES'로 왔지만 한번의 의심도 없이 그렇게 믿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것은 '지금 내가 선택해서 가는 길이 바른 길인가?', '하늘의 하나님을 따르는 길인데 왜 이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라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는동안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에 대한 확신과 함께 믿음을 굳세게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가득 차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 더 멀고 힘들게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길에 대한 낯설음과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감동은 '이 길이 나만 가는 것이 아니고 또한 내가 겪고 있는 낯설음과 고난이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구나'였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길을 통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가고 있는 신앙의 길이 너무 평온해지고 확신이 넘치게 되었답니다.
책의 내용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책이 지어질 때는 1부만 있었는데 후에 2부의 글이 지어져 한 권으로 출판되었습니다.
1 부의 내용은 '크리스찬'이라는 한 남자가 한 권의 책(성경)을 읽고는 자신이 지고 있던 큰 짐(죄)을 깨닫고 구원받고자 자신이 살던 '멸망의 도시'에서 떠나 '하늘의 도시'로 떠나며 겪는 순례의 여정을 담아 놓은 우화형식의 내용입니다.
자신의 큰 짐으로 인하여 괴로워하던 '크리스찬'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자신의 괴로움을 털어놓고 같이 그 도시를 떠나 '하늘의 도시'를 향해 순례의 길에 들어설 것을 권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그것을 진지하게 듣지 않습니다.
그렇게 혼자 순례의 길을 떠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결국에는 '하늘의 도시'에 도달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기독교의 진리를 잘 알려주고 그 인생의 여정을 더 쉽게 이해시켜 주는 이유는 이 우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지역의 이름 때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 크리스찬'이 지나가는 지명만 보더라도 그가 살았던 '멸망의 도시', 그리고 '낙담의 늪', '죽음의 계곡', '허영의 거리', '하늘의 도시' 등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의 처한 현실 혹은 지나왔거나 앞으로 지나쳐야 할 상황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등장 인물들의 이름들도 그렇습니다.
'수다장이', '게으름', '허영', ‘고집쟁이', ‘쉽게 휘어짐', ‘세속의 현인' 등 이름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2부의 내용도 1부와 마찬가지로 '하늘의 도시'를 향한 순례의 여정을 담아 놓은 이야기인데 여기에서 순례자는 다름아닌 1부에서 나왔던 '크리스천'의 아내와 그의 네 아들입니다.
책을 읽기 전, 제목 외에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기독교의 진리를 심도 깊은 철학이나 논증으로 써 놓은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너무 쉽고 흥미롭게 쓰여진 책이었습니다.
신앙생활을 10년 이상이나 했지만 때때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책에서 표현한 '순례의 길'에서 벗어나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 책을 통해 그러한 마음으로부터 정리가 되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또 어떠한 일들을 더 겪어야 하는지 지금의 피곤함이 종국에 받을 그 영광과 비교하면 얼마나 하찮은 것들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가슴에 새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제목만 알고 책을 읽어보시지 않은 분이 있으면 꼭 추천합니다.
누구의 말처럼 이 책은 읽을 때마다 감동이 달라진다고 하던데 아마도 순례의 길에서 자신의 서 있는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저의 느낌은 분명히 저와 다른 곳에 서 있는 분에게는 다르게 받아 들여지겠지만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여정이 얼마나 복된지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