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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계절 시리즈. 매력적인 표지로 손을 놓을 수 없다. 소설보다를 통해 계절을 알고 시간이 지남을 느낀다. 이번 봄 시리즈 단편 3개는 귀신이야기 인가?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사실 초반에 섬뜩했지만 시공간을 넘어서 할아버지의 아픔을 읽는 듯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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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봄 2026>엔 김채원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 위수정의 <귀신이 없는 집>, 최예솔의 <서해에서> 세 편의 소설이 실렸다. 봄이니까, 무언가 시작되거나 다시 내딛게 될 소중한 한 걸음의 방향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세 편의 소설이다. 그중 신중하게 조심스레 읽어나가는 작품은 <귀신이 없는 집>이다. 여기엔 아무도 없네요. 사람도. 귀신도. 사람도 없고 귀신도 없는 집이라니, 물론 매우 고독하겠다. 그것은 애초부터 내려오는 존재론적 고독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도 있지. 잠시 뒤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재원은 메시지를 읽는 대신 휴대폰을 꼭 쥐었다. 휴대폰을 열지 않으면 평온한 집. 나와 적막만이 함께 사는 집. 자신이 겪은 하루를 상미는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재원 자신 조차도. 왜 그러할까? 의문 부호 하나를 손에 쥐고 책을 읽어 나간다. 딸의 유학으로 인해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재원은 가족이 없는 집에서 ‘적막이라는 낯선 세입자’와 동거를 시작한다. 쓸쓸함만 있는 건 아니다, 은근한 해방감이 있다는 경험을 하니 좋은 점도 있다. 혼자 살아가며 혼자만의 비밀을 만들어 품고 살 수 있다는 묘한 행복. 은근한 해방감. 처음에는 그랬다. 은근했다. 그건 반드시 좋은 삶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어도 둥지처럼 편안한 공간이 되어준다. 더불어 몸, 집, 사회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귀중한 사유를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이 소설의 주요한 설정 중 하나인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이라는 낯선 현상과 마주하는 약간 무거운 충격도 맞닥뜨려야 한다. 기러기아빠 재원이 크로스드레서 취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재원의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은 아내 상미가 유일하므로. 식사하기 전 열어본 택배 상자엔 후쿠스케 17데니어 검정 스타킹 두 켤레가 담겨 있다. 포장을 벗긴 후 조심스레 스타킹을 꺼내 본다. 매끄러운 스타킹이 차르륵 펼쳐지며 피부에 닿는다. 아름다운 실루엣과 감촉에 재원은 허기를 잊는다. 보드랍고 탄력있는 스타킹에 발을 넣고 끌어당겨 올릴 때 피부에 느껴지는 은근한 조임. 재원의 아랫배가 천천히 달아오른다……. 7센티 힐을 신자 엉덩이는 자연스레 뒤로 빠졌고 상체가 앞으로 나와 몸의 라인이 달라진다. 재원은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가며 한참 더 자신의 모습을 응시한다. 여장을 아무리 잘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남자라는 걸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면 어때! 크로스드레서 ‘코요’의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고 그렇게 시작된다, 관계는. 오프 잡을까요? 코요의 메시지를 본 순간 재원의 심장이 투둑투둑 뛰었고, 핼러윈 만남으로 이어진다.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모두가 허용해 주는 날인 탓이다, 순전히. 코요는 블로그에서 보았던 사진과 너무 달랐고, 코요의 살이 닿자 재원은 피부가 짜릿했으며, 혼란스럽다. 이것은 매혹인가 혐오인가. 둘 다 인가. 둘은 하나인가. 사람들은 흘끔거렸고, 코요는 그들을 향해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재원은 숨고 싶었다, 제발……. 다시 돌아온 적막만이 존재하는 집. 적막이 다가와 재원의 주위를 서성거린다. 나 오늘 이상한 나라에 다녀왔다고, 적막에게 말을 건다. 다시 갈 수 있을까. 없겠지. 적막은 말이 없다. 적막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가장은 외롭다, 홀로 누워도 그러하다,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다. 독자도 외롭다, 그러니 최예솔의 <서해에서>를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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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봄2026 #김채원 #위수정 #최예솔 #문학과지성사 다시 마주한 소설 보다, 2026년 봄을 만나다 작년에 문학과 지성사의 도서를 읽으면서 알게 된 <소설 보다>시리즈. 그 시리즈와 만나며 그해, 그 계절을 함께하는 책으로 소장하기 좋아 올해도 변함없이 만났다. 압화를 올려둔 책의 표지가 마음에 콕 박혀 올 봄 이곳 저곳 가지고 다니고 싶어지는 책이라 아껴있으려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펼쳤다. 그렇게 마주한 세편의 소설은 다양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소설 보다>시리즈의 장점은 각 소설이 마무리가 된 후 작가님의 인터뷰다. 소설을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을 주기에 한번 읽고 넘어갈 수없어 다시금 읽게 만든다. 할아버지의 소식이 뜸해져 할아버지의 생사가 궁금해지는 동시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무엇에 심취해 계신지 궁금해하는 두가지 감정으로 할아버지가 계신 곳에 가보게 되는 나와 혜임. 할아버지가 잘 계시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재밌게 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지 보게 된다. 할아버지가 이야기한 종묘원에서 예상치 못한 것과 마주하게 되어 놀랐지만 그것을 본 나와 혜임은 덤덤해보여 의아하기도 했다. 그것이 왜 그곳에 왔고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씨앗을 심듯 묻어놓고 가는 그들의 뒤로 별 세개가 떨어졌다. 그 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지 생각하게 만든 김채원 작가님의 <별세개가 떨어지다>였다. 이번 소설 보다 : 봄 2026 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위수정 작가님의 <귀신이 없는 집>은 소재부터 독특했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아닌 자신도 모르는 채로 살아온 다른 정체성을 마주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게 만들었다. 자신을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 남성으로 정체화하며 자신의 크로스드레싱을 취미로 삼고 있는 주인공 재원의 등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제도와 남들의 시선속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지만 집에서만은 자유로울 수 있는 재원, 그의 취미와 취향을 이해하며 공유했던 아내 상미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하지만 기러기 아빠로 홀로 집을 지키며 그의 취미는 적정선을 넘어서게 되고 그런 재원을 존중하는 듯했던 상미마저도 사회적 보수성 뒤로 숨으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그런 취미를 상미가 아닌 어느누구에게도 들키고 쉽지 않은 그의 마음은 앞집 남자의 시선에서 더욱 불쾌함을 느끼게 한다. 그 시선이 마치 사회적인 시선으로 느껴지고 아내에게 솔직하던 그가 몰래 한 그 행동은 재원의 최대 일탈인 동시에 그의 흠으로 다가오게 된다. 재원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신의 취미를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을까? 복잡한 그의 심정을 다 알 수 없어 못내 아쉬울따름이다. 헤어진 연인과 만났다는 공통점이외에는 어떤 인연도 없었던 성은과 서해는 우연한 만남으로 친하게 지내게 된다.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지만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너시간 훌쩍 흘러가버리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두사람. 그런 두사람의 친해지는 과정, 그들이 겪는 현실들, 그리고 성은의 연애까지 담겨 시간의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 시간을 들여다 보면서 마치 단단해지는 친구라는 이름을 볼 수 있게 했던 <서해에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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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외 2인 작가의 소설을 모은 <소설 보다 : 봄 2026>은 소설 보다 시리즈 작품집이다. 해마다 분기별로 4권의 책을 발간하고 있는데 선정된 작가들의 면면이 싱그럽다. 특히 요즈음같이 도서값이 비싼 때에 착한 가격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집을 통해서 소설을 보다 즐겁게 보다니(?) 어찌 안좋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