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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물든 나뭇잎을 시샘하듯 가을비가 내리는 주말이다. 가을비와 안개와 단풍의 어울림이 포근하고 이채롭다. 매년 이맘때면 너나 할 것 없이 단풍,낙엽 보러 이산 저산으로 울긋불긋 단풍보다 山客이 더 많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산길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서글퍼지는 날씨지만 산객으로 길은 터져나갈 듯 복잡했다. 오가는 이들의 바짓가랑이는 너나없이 엉망진창이다. 질퍽이는 길과 인파를 피해 조용한 암자로 가는 샛길을 걸었다. 함께 한 일행들 모두 감탄사가 연발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샛노란 낙엽이 곱게 내린 길, 안개 살짝 흐려놓은 주흘산 가을 길 가을비 살금살금 마음을 적시면 하늘 가득 별들이 떨어진다. 평소에 자주 걷지 않던 안개 낀 암자를 오름 길은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이다. 때로는 적당하게 흐려놓은 풍경이 더욱 포근할 때도 있다. 올해 이곳의 암자주변 단풍은 보기 드물게 곱게 물들었다. 특히 작은폭포 부근에서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조잘조잘 흐르는 골짝 물소리가 운치를 더하는 까닭이다. 가을은 가고 겨울이 오고 있다. 나무는 겨울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아름다운 단풍을 선사한 후 이제 자기를 비우면서, 우리에게 떠남의 미학과 생명의 지혜를 나누어주고 있다. 나무는 봄에는 신록으로 여름에는 푸르름으로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보시를 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마지막으로 온몸을 뜨겁게 불태우고 자신을 비우기 때문일 것이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잎의 생육 활동이 막바지에 이르러 잎으로의 수분과 영양분의 공급이 둔화되어 간다는 것을 뜻한다. 살아 남기 위한 눈물겨운 월동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비움으로 내년에 새잎이 돋아날 것이다. 저무는 가을, 지는 낙엽처럼 우리네 인생도 흘러가고 져물어 가고 있다. 욕심과 욕망, 이기심, 웅켜짐을 떨구어 내고 떨쳐 버리고 나눔과 비움의 미학을 꿈꾸며 성찰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