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의학적인 면은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 비해 새로운 것도 없고 -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문과 DNA분석이다 - 법의학적 수사 분량도 그리 많지 않다. 법의학보다는 전통적인 형사물과 더 가까운데, 작가가 [Once upon a time in America] 대본을 썼다는 경력을 지켜주듯 애잔한 킬러의 사연은 감동적이다. 다소 레옹을 연상시키는 면이 없이 않으나... 에피소드에서도 두가지 사건수사와 해결이 병렬식으로 이루어지듯이, 이 작품에서는 고급아파트에 살고 있는 프리랜서 카탈로그 카피라이터가 엘리베이터 - 이 엘리베이터는 살고있는 층에는 서지 않고, 15층 이상의 팬트하우스 급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 에서 살해당하고, 또 한 사람은 마피아 두목에 대한 반대증인으로 검찰보호를 받고있다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발견된다. 후자의 경우에, 겨울이라는 환경이 수사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눈위를 걸어간 사람의 체중이라든가 등등. 하지만, 9.11사고로 아내를 잃은 맥반장엔 아내와의 추억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CSI 라스베가스의 대성공으로 인해 Spin-off 드라마가 마이애미, 그리고 뉴욕 시리즈로 이어지고 - 런던 시리즈가 기획된다는 내용이 있던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를 흉내내다가 만 드라마들로 인해 입맛이 쓰다 - 각각의 시리즈는 우려와 달리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시리즈를 이어나간다. 사실 맨처음에는 마이애미 시리즈건 뉴욕 시리즈건 다소 달갑지 않았다. 인기에 편성에 부족한 내용의 에피소드를 남발하지 않을까 했는데, 라스베가스는 보다 법의학적인 증거원칙주의에 입각하고 - 가장 중요한 법의학 분야는 곤충학이다 - 마이애미는 보다 대형사건이 있으면서,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것을 좋아하는 팀원과 총기분석이 주조를 이른다. 뉴욕은 보다 차분하면서도 우울한 색조를 가지면서, 이 중간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큰 재미는 없으나 점점 들어 맥반장이나 보나세라 등 보다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거란 추측이다. 아무래도 뉴욕이 배경이니까. 여하간, 이 작품에선 첫번째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는 것이 재미였으며, 여러가지 사건에서 가장 처음으로 증거를 수집하면서 얼마나 많은 위험요인들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지 - 보나세라, 감기인줄 알았는데... -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높은 열의를 가지고 수사에 임하는 모든 수사관련 직업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이들이 없으면 정의도 없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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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본 CSI: 번역서인지.
맥스 알란 콜린스가 쓴 라스베가스, 마이애미를 읽어봤지만 그 작품들은 과학수사대 드라마의 느낌과 '재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던 이 '겨울의 죽음'은, 프롤로그부터 남달랐다.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하나도 상관없을 것 같은 인물들을 하나하나 지나며, 작가는 뉴욕의 싸늘한 겨울밤을 읊조린다. 그리고 그들이 꾸고있는 꿈과, 맞딱뜨린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읊조리는 투는 시종일관 이어지고, 그것은 팬들의 우상인 과학수사대나, 우상도 그 무엇도 아닌 하나의 에피소드의 말일 뿐인 조연들에게까지 아주 따뜻하게 울려퍼진다.
이제껏 살인자에게 연민을 품은 적이 있었던가? 그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너무나도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과학수사대와 동일한 선상에서 묘사된다. 과학수사대 캐릭터의 모습들 하나하나를 부각시켜 CSI: 천하제일이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학수사대도, 살인마도, 그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일상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살인마들을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살인마도 과학수사대와 마찬가지로 한 '인간'일 뿐이라는 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문체 덕분에, 처음엔 졸음을 부르기 위한 도구로 책을 들었다가, 그만 새벽 4시까지 모두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동안은 책 내용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춤을 추듯 돌아가는 바람에 몇분간을 뒤척여야만 했다. 책 속에서 느껴지던, 한번도 가보지못한 도시의 먼지내음. 그리고 그 도시에 내리고 있는 차갑지만 조용한 눈.
작가는 살인사건을 이야기하고, 과학수사대는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살인마는 수사망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지만.
...그때의 뉴욕에 내린 겨울은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