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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감흥이 없는 작품은 아예 평을 안남기고 지나가는게 보통인데, 이 소설은 너무 허접하여 화가날 지경이다 보니 짧게나마 글을 남긴다. 대략적 내용은 이렇다. |
"뭘 해, 절허지 않구?" 오메, 오메, 내 새끼야아.
"저건 할머니 집이다." 좋은 소설! |
이윽고 낯익은 집 앞에 섰을 때, 사내는 문득 자랑스러운 마음이 되어 등에 있는 아이를 토닥거렸다. 아아! 이 긴장감! 서스펜스! 청년이 나가자 노인이 정면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짓물린 눈꺼풀 속에서 뜻밖에 형형한 눈빛이 나타났다. 노인이 사내를 돌아보았다.
꼭 한 번 읽기를 추천한다. |
어제저녁 답에 어머님이 마루 걸레질하시다 할머니가 흘린 담뱃재를 봤지 뭐예요." 양복 윗도리를 들고 뒤에 섰던 아내가 말했다. "들은 이바구로 니 할매 친정은 친가 외가를 따져 사촌조차 읎는 두 칸 초가에 삽짝 앞만 나서모 사철 시퍼런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였단데이. 니 할매 친정애비는 배를 타다 젊어 물귀신이 됐고, 친정에미가 청상에 과수 되어 딸 둘을 키우미 미역을 따다 호구나 이었다 카더라. 바다라 카모 하도 원한에 사무쳐 뱃늠한테는 절대로 딸을 안 줄라고 벼르다가 우째 모화 땅에 상처한 니 할배와 혼삿말이 있었던기라. 지금도 보모 얼굴이 갸름하고 이마가 반듯한 기 할매가 처녀 적은 꽤 새처벘을(예뻤을) 끼라. 니 할매가 시집와서 딱 두 분 친정걸음을 했다는데, 한 분은 동상이 시집간다는 기별이 와서 갔고, 한 분은 두 딸을 다 출가시키고 가랑잎맨쿠로 갯가에서 혈혈히 살던 친정에미가 쉰 몬 된 나이에 죽었다는 기별이 와서 하서로 갔단다. 그것도 다 내가 시집오기 전 일이고, 나는 들은 이바구니라. 내가 시집을 와서 니 할매가 한 분도 친정 가는 걸 몬 봤으이께. 가봐야 누가 있겠노. 그러이께 친정 이바구를 한 분도 입에 담지 않더라. 담배 피우며 저 동쪽 하늘을 보다 혼자서 눈물 짓는 모습이사 수천 분도 더 봤지러. 죽은 부모나 감포 쪽으로 시집가서 소식도 모르는 동상 생각이 나서 그랬겠지러. 아아들이 우짜다가, 늛고 늛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라 카는 노래 안 있나. 그 노래라도 부므로 그기 듣기 싫은지 귀를 막곤 했지러." 어머니가 내게 들려준 할머니 이야기였다. "추석이나 설날이나 제사 지낼 때 니 할매 하는 짓, 니도 봤제? 제사 다 지내모 제상을 문 쪽으로 반쭘 돌리놓고 꼭 따로 밥 두 그릇을 새로 떠서 올리놓고 할매 혼차 두 분 절 올리는 거. 그거는 제상에 밥 한 그릇 올리놓을 아들 자슥을 몬 두고 죽은 친정 부모님 제사를 니 할매가 대신 지내주는 기다."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가 벌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해방이 되고 아버지가 본격적인 좌익운동에 나서고부터였다. 아버지는 남로당 모화책에 울산지부 조직부장책을 맡아 뛰었다. 아버지는 자주 집을 비웠고, 지서 순경들이 거의 우리 집에 살다시피 했다. 순경과 서북청년단원, 대한청년단원들은 아버지를 찾아내라고 걸핏하면 어머니를 지서로 연행해 갔다. 연행당해 가면 어머니는 얼마나 타작매를 당하셨던지 온몸에 피멍이 들어 돌아왔다. 한번은 실신해 가마니에 실려 돌아온 적도 있었다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전짓불을 비추며 저들이 또 들이닥칠까봐 밤을 무서워했다. 할머니라도 집에 있어주면 그 무섬증이 덜하련만 할머니는 체구처럼 간이 작아 아버지가 좌익운동에 나서고 순경들이 집 출입을 하고부터, 태평양전쟁 말기에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서둘러 결혼한 호계 고모네 집에 숫제 눌러 사셨다. 어머니는 젖먹이 어린 나를 안고 밤이면 밤마다 공포에 떨며 뜬눈으로 새벽을 맞기가 일쑤였다. |
자식들이 굶고 기다리는 줄 알면서 어머니가 왜 안 오시는지 모르겠다. 지서로 갔을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만난다면 어머니도 펑펑 울까? 아니, 어머니는 지서에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 험담만 퍼부었다. 조금 전만도 처자식 이렇게 고생만 시키니 죽어도 싸다고, 아버지를 두고 악담을 퍼지르고 나갔으니 지서로 갔을 리 없다. 이모부님은 점잖은 분이시다. 이모님은 욕쟁이로 술장사를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모부님을 학자님으로 떠받든다. 이모부님은 중학교 한문 선생보다 한자를 더 많이 아신다. 하루에 몇 차례씩 큰 소리로 어려운 한서를 읽는다. 붓글씨도 잘 쓴다. 난초와 대나무도 잘 그린다. 활터에 활도 쏘러 다닌다. 그런데 이모부님은 술장사하는 이모님과 함께 산다. 말수 적고 점잖은 이모부님이, 목소리 크고 성질 괄괄한 이모님과 어떻게 한솥밥 먹고 살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와 아버지만 해도 그렇다. 아버지는 일본에 가서 대학 공부까지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한글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른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어떻게 맺어졌는지 나는 모른다. 슬프고 가난한 우리의 근현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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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책 메모에 송기원의 '월행'이 있었다. 빌려 보기로 하고 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단편소설이었다. 사실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메모해 둔 것이었다. 내 볼 책 메모에는 그런 책이 참 많다. ㅋㅋㅋ 대체 이 제목 지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아버지가 드디어 잡혔다는 소문이 읍내 장터마당 주위에 퍼졌다. 아버지는 어제 수산리 그곳 장날 장거리에서 사복 입은 순경에게 붙잡혔다 했다. 어제저녁 늦게 읍내 지서로 오라에 묶여 왔다는 것이다. 장터마당 주변 사람들은 오늘 중으로 아버지가 총살될 거라고 쑤군거렸다. 지서 뒷마당 느릅나무에 묶여 즉결 처분당할 거라고 말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다음에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