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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뭐하느라 이 영화를 안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용진, 붉은 수수밭, 국두는 다 보았는데,,, 여하튼 이 영화의 원작인 쑤퉁의 소설 <처첩성군>을 먼저 읽고, 이제야 이 영화를 보았다.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자면, 원작의 '우물'이 옥상의 '빈방'으로 바뀌는 점이 우선 보인다. 그리고 소설은 여주인공 송련의 심리 묘사가 많아서 좀더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후원 우물가의 귀기어린 분위기 묘사가 압도적이며, 그 풍경은 곧 여주인공의 내면풍경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송련 개인보다 축첩제도란 과거의 유제에 포인트를 준 것 같다. 처첩간의 권력쟁투 위주로 큰 얼개가 보인다. 또 영화는 송련의 몸종 연아의 입장을 더 깊이 다루기에, 다양한 계급의 여성들이 현실에서 직면한 삶의 문제와 소망을 더 잘 보여준다.
부친의 사망으로 몰락한 집안의 여대생 송련은 진부자의 네번째 부인으로 시집간다. 그 집안은 주인이 방문할 부인의 집에 홍등을 미리 밝히는 풍습이 있다. 홍등이 걸린 부인은 다음날 식사의 메뉴선택은 물론, 가내에서 소소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네 명의 처첩들은 진부자의 총애를 둘러싼 암중쟁투를 벌이고, 초연한 첫부인, 묘략에 능한 둘째부인, 외부 남자와 애정행각을 몰래 벌이는 세째부인, 진부자의 희롱하는 손길에 자신의 신분상승을 꾀하는 몸종 사이에서 송련은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결국 자신의 의도와 달리 가해자가 되어 연아와 세째부인을 죽게 만든 송련은 끝내 미쳐버린다. 그리고 다음해 여름, 진부자는 앳된 다섯째 부인을 맞는다.
영화는, 붉은 색채의 이미지가 강하다. 점등, 멸등, 봉등,,,,명멸하는 붉은빛의 등들은 당시 몰락해가는 유제를 안고가는 1920년대 중국의 모습일까? 혹은 남성에 의해 밝혀지고 꺼지고 봉해지는 그녀들의 여성성을 상징할까?
또한 완벽한 대칭구조로 보여주는 중국 전통가옥 사합원의 풍경이 볼만하다. 특히 첩첩이 닫히고 열린 문틀 사이로 송련의 모습을 잡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 중국 옛가옥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진부자가내에 갇힌 주인공의 답답한 내면을 표현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별당아씨나 작은 마님이 거주하는 공간과 다르다.) 이 영화가 해외에서 중국학 관련 시각자료로 쓰인다는데, 그 이유를 알만하다.
여하튼, 희푸른 눈위에 붉게 밝힌 등불빛, 그 아래 여대생 당시 교복을 입고 서성이는 공리의 초점 잃은 눈동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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