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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가야 그림움이 보일까(1)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돋고 산 아래 먼 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애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가 있을까.
{파랑새는 있다} 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극중 차력사로 나왔던 이상인은 이 드라마에서 곧잘 독백을 하곤 했었다. 마지막회였던가. 이상인이 아니라 이상인과 삼각관계를 이루었던 남자 배우가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 보내며 읊었던 시가 바로 김재진 시인의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였었다. 당시 TV에서 이 시를 접하고 누구의 시인지 궁금해서 서점을 헤매고 다녔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우연히 김재진이란 시인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다.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울어야 그리움이 흩어질까 |
| 님의 시들을 대하다 보면, 떠나야지, 떠나야지 하는 조바심이 인다. 그 길의 끝에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왕이면 시인이 보여주는 그 길들을 가보고 싶어진다. 그처럼 여행의 길 위에서 지나가는 세월을 지켜보고 싶어진다. 그의 시집 한 세 권 쯤 가슴에 품고, 가는 길위에 안내서로 삼고 싶어진다. 그가 그려낸 풍경, 그가 가졌던 느낌 하나하나까지 공유해보고 싶어진다. 시인은 권한다. 여행은 낯선 이들 속에 앉아 맛없는 음식을 먹거나 보내기 싫은 사람을 보내야 할 때, 기약없는 이별을 할 때거나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 모르는 여인을 안고 싶을 때,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초처럼 녹아내려 지워질 때거나 행복한 도망일 때, 포도주를 음미하듯 눈감고 바라보는 향기일 때거나 숨죽인 채 들어보는 침묵일 때 가지라고...<여행은 때로=""> 그리고 여행은 그런 거란다. 천년 전 내 전생이 살아 있던 곳 복잡한 바자르와 골목길 지나 한장의 비단 감듯 몸치장하는 강 저쪽 흘러가는 것이라고. 여행은 일몰의 갠지즈가 사리를 바꿔입듯 한 송이 문다꽃이 귀 뒤에 꽂히듯 낯선 향기 앞에 한번쯤 멈추어 서는 것이라고. 똑딱거리던 시간이 발을 감추고 최면 걸린 욕망이 순례자처럼 입술이 다 닳도록 진언을 외며 오체투지하는 것이라고. 원색의 사리 걸친 한 생애가 먼지 속에 육탈되듯 나마스떼, 나마스떼,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양은그릇처럼 덜그럭덜그럭 흔들리거나 벗어나는 것이라고...<여행> 이 시집은 특별한 선물을 준다. 시인이 걸어간 실크로드의 고즈넉한 사진들과, 만나지는 고도들의 설명과 시심. 책을 덮으면 눈 앞에 와 닿을 것 같은 풍경들. 외로운 길, 벗은 나무, 잊고 스치는 들꽃들, 산과 사막과 무궁한 하늘의 실루엣. 모두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영상들이다. 먼저 시 속에서 시인을 만나고, 시인을 안내자 삼아 그리움이 보일 때까지 그의 시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은 시집,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여행>여행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