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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깊어지는 삶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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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되지 않는다. 단절된 장면처럼 보이던 순간들이 이어지고, 서로 무관해 보이던 인물들이 얽히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한낮의 불운』 속 여덟 편의 단편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인물들이 서로의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개별적인 이야기들은 하나의 세계로 확장된다. 단편을 읽고 있음에도 긴 호흡의 서사를 따라가는 듯한 감각이 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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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되지 않는다. 단절된 장면처럼 보이던 순간들이 이어지고, 서로 무관해 보이던 인물들이 얽히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한낮의 불운』 속 여덟 편의 단편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인물들이 서로의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개별적인 이야기들은 하나의 세계로 확장된다. 단편을 읽고 있음에도 긴 호흡의 서사를 따라가는 듯한 감각이 남는 이유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은 특별히 비극적이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평범한 위치에 서 있는 그들은 낯설기보다 익숙하며, 삶의 보편성을 품고 있다. 작가는 각 인물의 고유한 특성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가볍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내고, 그로 인해 인물들은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인상적인 것은, 인물들이 스스로를 삶의 주변부에 위치시키는 태도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엑스트라’처럼 인식하지만, 결국 각자의 삶에서는 모두가 중심이자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자신의 삶에서는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환기시키며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과 존재의 무게를 드러낸다.

작품 전반을 흐르는 불운은 극적인 파국과는 거리가 멀다. 다소 황당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방식으로 인물들의 삶에 스며든다. 그러나 그 가벼움 속에는 삶의 본질적인 아이러니가 자리하고 있다. 불행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고, 언제나 다른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어떤 사건은 불운처럼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변형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삶은 가능성으로 빛난다.

제목이 암시하듯 ‘한낮’과 ‘불운’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하나의 문장 안에 공존하는 것처럼, 삶 역시 밝음과 어둠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함께 흐른다. 우리는 그것을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는 있다.

『한낮의 불운』은 삶이 지닌 불확실성과 양면성을 저자만의 위트와 문장으로 풀어내며, 여덟 편의 단편에 각기 다른 개성과 리듬을 부여한다. 가볍게 읽히지만 깊게 남는 이 소설은 삶을 향한 섬세한 시선을 세련된 문체로 전달하며 우리의 일상을 다시 환기시킨다. 마치 아주 매력적인 친구를 곁에 둔 것처럼, 자연스럽게 끌리다 문득 깊어지는 소설이다.


#한낮의불운 #프랑스소설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서평

*도서증정 @dasanbook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7 2026.03.2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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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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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은 스물여덟, 인생의 방향을 바꾸려는 오귀스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책은 한 사람의 서사에 머물지 않으며 서로를 스치고, 비틀고, 은근히 연결되는 여덟 개의 삶이 이어지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베로니크 오발데는 불운을 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건조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누군가는 불행에서 도망치려 애쓰고, 누군가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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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은 스물여덟, 인생의 방향을 바꾸려는 오귀스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책은 한 사람의 서사에 머물지 않으며 서로를 스치고, 비틀고, 은근히 연결되는 여덟 개의 삶이 이어지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베로니크 오발데는 불운을 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건조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누군가는 불행에서 도망치려 애쓰고, 누군가는 그것을 타인에게 슬쩍 넘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비겁함이라기보다, 어쩌면 살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몸짓에 가깝다.


이 책은 불운을 이야기하면서도 이상하게 무겁지 않다. 오히려 그것을 살짝 비틀어 보여준다. 그래서 읽다 보면 웃기면서도 씁쓸한, 이른바 ‘웃픈’ 순간들이 계속 이어진다.


작가는 인생을 꽤 냉정하게 바라본다. 불운은 누구에게나 있고,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는 듯이. 그리고 그렇게 버티는 삶 한가운데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작은 행복이 툭 떨어진다. 이 책은 불운을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를 넘기고, 또 하루를 버틴다. 그런데 그 반복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정말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천천히 무언가가 바뀐다. 불운을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리며 더 이상 불운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해지는 그 지점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어쩌면 행복을 향해 사는 게 아니라, 그저 계속 살아가다 보면 우연히 마주치는 어떤 순간을 위해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3 2026.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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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낮의 불운>, 누구나 주인공이고 누구나 엑스트라인 세계에서
"[서평] <한낮의 불운>, 누구나 주인공이고 누구나 엑스트라인 세계에서" 내용보기
다산 책방으로부터 해당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책을 꾸준히, 다양하게 읽다 보면 모든 작가들이 몇 가지 오래된 주제에 대해 각자만의 해답을 이야기로써 풀어내는 걸 알 수 있다. 그것이 해답이 아니라 또 다른 의문의 연속이더라도 말이다. 처음에는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단순 옴니버스식의 단편소설 모음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각자
"[서평] <한낮의 불운>, 누구나 주인공이고 누구나 엑스트라인 세계에서" 내용보기
다산 책방으로부터 해당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책을 꾸준히, 다양하게 읽다 보면 모든 작가들이 몇 가지 오래된 주제에 대해 각자만의 해답을 이야기로써 풀어내는 걸 알 수 있다. 그것이 해답이 아니라 또 다른 의문의 연속이더라도 말이다.

 처음에는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단순 옴니버스식의 단편소설 모음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은 또 다른 챕터에서 엑스트라로서 재등장한다. (심지어는 직접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이름만 스쳐 지나간 이가 새로운 장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이 소설집의 가장 큰 코어를 이루는 주제의식이라함직하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다.


- 삶을 이끄는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밀을 엿보고 싶은 독자

- 무겁고 복잡다단한 이야기보다 각 개인마다의 사정, 또 그 사소함에서 나오는 유쾌함과 절망을 산뜻하게 즐기고 싶은 독자

- 나른한 봄에 짬짬이 읽기 좋은, 잘 번역된 소설을 찾는 독자

 

 첫 번째 챕터에서는 오귀스트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대체적으로 불운한 일상을-그렇다고 모든 순간이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 역시도 작은 행복과 사소한 행운을 누리며 살아왔을 것이다- 보냈기 때문에 더욱이 자조를 섞어 말하곤 한다. 아주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고 나면, 나머지 모든 상황이 ‘그보다는 나은’ 것으로 치부되어 오히려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달까.

 그리고 그는 어느 날 ‘반대로 살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 불운을 예견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우리는 하여튼 이러한 ‘확실한 출발점’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딱 12시가 되면 무엇을 하겠다 되뇌는 것처럼.(실제로 그 시간이 도래하면 딱 5분 지나면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곤 한다)

 그리고 그는 운명의 여인인 ‘에바’를 만났고, 사실상 음향실로 적절치 못한 공간을 계약하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이것은 크나큰 불운이다-, 그녀를 또 만난다는 생각에 그러한 불운은 더 이상 중요치 않다고 여긴다. 우리의 생각이란, 이만치도 어리석으면서 낭만적인 것이다.


 이 단편소설, 연작소설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다. 개인의 삶과 관계와, 고유한 생각과 가치간과 그들만이 기억하고 있는 작고 사소한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스스로를 만든다. 우리는 누구나 무대에서 주인공이자, 다른 이들의 무대에 등장하는 카메오, 엑스트라, 조연급 출연자다.

 
 심오한 삶의 비밀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살면서 단 한 가지를 잃는데,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잃어가는 것이 삶 그 자체라고. 어쩌면 박사가 고사리에 대한 열정을 한순간에 잃은 것처럼-어쩌면 오래전부터 서서히 잃어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영영 잃는다고 해서 즐겁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잃을 것을 알고 있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잃을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제 몸을 던져 넣을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이 같은 생각은 꽤나 과거부터 해왔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을 쉬이 이끌어낼 수 있으나, 또 금방 식는다는 것을 안다. 활활 타올라 감히 제대로 몸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는 것들이 어느 순간에는 그을음만 남기고 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찰나라 할지라도 그 열정을 아주 귀하게 여긴다. 1년 동안 야구에 잔뜩 빠져 온갖 패션 용품을 사들이고, 전국의 구장을 쫓아다닌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 열정이 다만 지금의 것임을 알기 때문에. 다시 겪을 수 있는 유의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이것은 내게 그대로 즐거움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여기 정체성에 깊이 의문을 품었던 우리의 보브-로즈(모두 그녀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이름이다)가 있다. 결국 여성의 불리함을 이겨내기 위해 남자의 이름을 택했다가 다시 여성형의 이름으로-이것 또한 ‘젠더적 발상’이지만- 돌아온 그녀는, 오히려 이분법적 젠더 분리를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챕터에서 묘사되었던 그녀의 모습과는 달리, 그녀 또한 그녀만의 사정과 생각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누구에게나, 그것이 괴짜 같은 모습이든, 이해 가능/불가능하든 간에 그 개인에게는 합당한 이유라든지, 역사라든지, 그러한 종류의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대한 이해를 한 뼘 더 넓히기 위해서라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주인공이고 누구나 엑스트라인 세계에서”.


이달의 사락 w*********e 2026.03.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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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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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발 한 발 나아간다는 것은, 이 세상의 누군가가, 심지어 내가 나를 믿기 전부터, 나를 믿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감미로운지. 그 누군가가 그저 내 엄마일지라도. 74"  언젠가부터 행복하지 않은 결말이 느껴지는 것들은 시작하기 어려워졌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그런 씁쓰레한 느낌을 오히려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해진 불행을 향해 가는 듯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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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발 한 발 나아간다는 것은, 이 세상의 누군가가, 심지어 내가 나를 믿기 전부터, 나를 믿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감미로운지. 그 누군가가 그저 내 엄마일지라도. 74"

 언젠가부터 행복하지 않은 결말이 느껴지는 것들은 시작하기 어려워졌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그런 씁쓰레한 느낌을 오히려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해진 불행을 향해 가는 듯한 이야기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져 괴로웠다. 우리의 오귀스트에게 쌓여가는 약간의 불운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이어지는 황망한 생의 종착점 같은 것들이 미묘했다. 어쩐지 '오라질, 운수가 좋더라니'*하던 나쁜 결말의 암시같아 불안했다.

 그래서 이어지는 에바의 이야기를 볼 때도 자꾸만 머뭇거리던 그 망설임이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나게 될까봐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도 에바의 삶은 그만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오귀스트의 삶을 조명하는 데에 에바의 삶이 쓰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한낮의 불운' 안에서의 모든 주인공들은 서로의 궤적이 아주 잠시 겹치거나 때로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 중에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데, 이렇게 한알씩 꿰어지는 구슬처럼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줍다보면 내 주변의 사람들도 좀 더 이해하고 싶어진다. 내가 보고 있던 상대방의 단면을 통해 내렸던 판단과 단절이 아쉽고, 타인의 내면에 담겨 있을 깊은 우주를 기대하고 궁금해지게 만든다. 사람에 대한 이해하고 싶어지는 마음, 새삼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를 읽고 보고 쓰고 그려내는 이유가 아니었던가 깨닫게 된다. 

 " 라셸은 우리 안에 거하는 악이 개인적이면서도 일반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우리 중 어떤 이들이 원래부터 능숙한 고문관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녀는 이 남자가 괴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순간도 의심하지 않지만 지금은 그도 완전히 무방비 상태다. 91"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미래의 남자와 철조망 소녀'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반짝이지 않는 크리스마스트리 꼬마전구(46)'같은 소녀이지만, 그리고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를 끌어안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이야기 안에서 소녀는 두 사람 몫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는 경쾌함이 마음에 들었다. 살의를 멈추고 목숨을 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도도 없었지만 그저 그녀의 존재 자체가 그 순간 가장 반짝이는 빛이 되지 않았던가.  

 '타는 듯한 수치심을 일찌감치 배워야했던(139)' 젤리의 그 날, 잊을 수 없는, 처음 택시를 탔던 날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처음 불행한 결말이 정해져있는 것처럼 암시를 하는 전개를 견디기 어려워한다고 했는데, 젤리의 이야기는 올랭프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던 사람 중 한명이 된 것처럼 그 갑작스러운 동요, 차가운 당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충격을 받았다. 차라리 미리 알았더라면, 하고 바랄만큼. 

 " 나는 젤리를 믿는다. 차 안에는 플라스틱 나부랭이들, 아기 카 시트, 뜯어보지도 않은 우편물이 있고 조수석 바닥에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들이 나뒹군다. 빈 캔과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가 글로브박스 안에 있고, 트렁크 안에는 파란색 크라프트지에 싸인 정체불명의 생일 선물이 있다. 그리고 젤리의 마음은, 왜 아니겠는가, 언제나 파란색 크라프트지에 싸인 그 미지의 생일 선물과 비슷할 것이다. 소중하고 헤아릴 수 없는 그 무엇, 그렇지만 망가지지 않고 실망스럽지도 않은 그 무엇과. 156"

 하지만 이 비정한 불행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래 깔려있는 작은 다행을 더듬어보게 만든다. 한 사람의 온 생을 관통하는 할퀴어 불거진 끔찍한 상처를 들이밀면서, 친하지도 않은 친구의 생일 파티에 어린 동생까지 떠맡겨 오게 된 변수를 두고, 동시에 이것이 삶이고 어떠한 벌이나 유감 때문이 아니라 때로 누구도 어찌할 수 없이 일어나는 일임을 이해하게 한다. 베로니크 오발데가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한낮의 불운'이 짧지만 깊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즘은 전보다 소설을 적게 읽게 되었는데, 도파민과 짧은 영상에 중독되었다는 핑계를 댔지만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종일 손바닥 안의 화면을 들여다봐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다면, 보고 싶고 기대되는 뭔가를 찾고 싶은데 그게 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면, 우리가 바라고 기다려왔을지도 모르는 삶의 이야기를 '한낮의 불운' 안에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이달의 사락 m******j 2026.03.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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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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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이자 베로니크 오발데의 첫 소설집이면서 8편의 연작소설이기도 한 작품이 바로 『한낮의 불운』이다. 표지만 보면 유럽의 멋진 도시 풍경을 담아낸 여행 도서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불운이 붙어 있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마치 이 책의 내용이 삶의 진실과 아이러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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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이자 베로니크 오발데의 첫 소설집이면서 8편의 연작소설이기도 한 작품이 바로 『한낮의 불운』이다. 표지만 보면 유럽의 멋진 도시 풍경을 담아낸 여행 도서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불운이 붙어 있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마치 이 책의 내용이 삶의 진실과 아이러니를 담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자칫 우울할 수 있는 비극이나 불운을 마냥 어두운 분위기로 침잠하게 만들지 않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귀스트 바라카가 겪은 낭패들」에서는 아버지 대에서부터 불운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믿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사람들 사이에서 유머의 소재로 쓸 정도로 달관한 주인공이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지만 부동산 중개인도 집도 어딘가 모르게 의뭉스럽다.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온 중개인 에바는 「“당신은 성공으로 빛나고 있네요”」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계약을 성공시켰다는 행운은 집으로 돌아온 이후 불운을 경험하지만 딸을 통해 힘을 얻게 된다. 
「미래의 남자와 철조망 소녀」에서는 라셸이라는 에바의 이웃에 사는 할머니 집에 강도가 드는 이야기인데 위험한 상황이 의외의 상황으로 흘러가며 「슈뮐 박사에게 나타난 기이한 새」와 「제대로 쓰이지 못한 재능」는 가장 강한 연결성을 보이는 작품으로 각각 라즐로라는 박제 수집가의 운전기사와 박제사 헤르만이 도도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헤프닝을 담고 있다.

「동네의 여왕」는 조라는 인물이 느꼈던 상실감 뒤 되찾은 웃음을 그려내고 있다. 

여덟 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네 삶에 담긴 행운과 불운이 연속을 잘 그려내고 있고 그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 속에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서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려내는 이야기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그 반대로 내가 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하기에 우리의 삶이 결코 혼자일 수 없음을 보여주어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g*****s 2026.03.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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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톡 쏘며 가볍지만 깊이 있는 프랑스 단편 소설집, 한낮의 불운
"재미있고 톡 쏘며 가볍지만 깊이 있는 프랑스 단편 소설집, 한낮의 불운" 내용보기
와... "진짜 산뜻하고, 신선하며 유쾌하다." 한낮의 불운을 읽고 느낀 한 줄 소감이다. 다산북스의 소설은 믿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 읽게 된 프랑스 단편 한낮의 불운도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어찌 보면 불행에도 약간의 쓸모가 있다. 거의 평범하고 때로 불행하지만 결코 실망스럽지는 않은 삶에 대하여출처 입력2024년 콩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베로니크 오발데의 작
"재미있고 톡 쏘며 가볍지만 깊이 있는 프랑스 단편 소설집, 한낮의 불운" 내용보기


와... "진짜 산뜻하고, 신선하며 유쾌하다." 한낮의 불운을 읽고 느낀 한 줄 소감이다. 

다산북스의 소설은 믿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 읽게 된 프랑스 단편 한낮의 불운도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어찌 보면 불행에도 약간의 쓸모가 있다. 

거의 평범하고 때로 불행하지만 결코 실망스럽지는 않은 삶에 대하여

출처 입력

2024년 콩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베로니크 오발데의 작품이다. 

단편 소설상을 받은 작품이고 8편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담긴 단편들이 실려 있지만 각 이야기의 중심인물들이 어떻게든 서로 이어져 있는 연작 소설이다. 

단편이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 보니 이걸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편의 특징은 장편에 비해 시간과 공간의 설정이 짧다는 것이다. 단편에서의 순간으로는 그 인물의 인생사를 길게 들여다볼 수 없다. 그래서 숨 쉴 공간이 생기고,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지금의 불행이 다시 행운으로 돌아오는 기적이 인생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단편의 묘미를 여태껏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이론으로 이해하는 단편의 특성을 가장 와닿게 한 작품이 한낮의 불운인 것 같다. 

한낮의 불운이 생의 행운으로 바뀌는 마술이 펼쳐질지 어떻게 아는가? 

인생의 모든 순간은, 결정적이다. 

필멸의 삶에는 흥망성쇠가 있고, 몰락의 순간과 몰락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큼 빛나는 순간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188p

작가의 유머 코드와 신선한 발상에도 풋 하고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가 있는 점도 이 소설의 장점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그녀는 생리를 할 때가 좋았다. 매달 작은 집을, 피의 모래성을 새로 지었다가 조용히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것 아닌가. 작은 집을 만든다는 것- 게다가 그 집에는 아무도 산 적이 없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위안이 되었다. 그건 마치 발현하지 않고 잠재된 초능력 같았다." 85p


"애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러는 건 아니야. 딸이 무슨 상전처럼 고깝게 말할 때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얘가 나에 대한 불만으로 이러는 게 아니야, 얘는 내가 아니라 엄마라는 역할에게 말하고 있는 거야."_45p


"친애하는 헤르만, 배은망덕의 시절은 결국 지나가는 것을(헤르만은 배은망덕의 시절을 늘 조화롭지 못한 신체 변화나 여드름투성이 피부와 연관 지어 생각했다. 그가 이 시절의 이중적 의미를 이해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아들 파블로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나서였으니까.)"_121p



그 외 기억하고 싶은 한낮의 불운 문장

출처 입력

  • 우리 집이 아니라 옆집에 떨어진 벼락은 언제나 위안이 되는 법이다._10p


  • 살면서 잃는 것은 하나뿐인데 그 하나를 끊임없이 잃어가는 거지. 그게 뭐가 됐든. 어떤 느낌일 수도 있고 작은 기쁨이나 희망일 수도 있는 그것을 되찾고는 해. 그것의 메아리라도 되찾았다가 또다시 잃어버리기를 무한 반복하는 거야. _42p


  • 어머니는 그에게 말하곤 했다. 너는 달의 뒷면 같은 아이란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로 볼 수 없는 면 말이야. 사람들은 달의 뒷면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궁궐과 오아시스가 넘쳐난다는 걸 믿지 못해. 하지만 엄마는 알아._127p


  • 한때 멕시코에서 신기가 영험한 아이였다고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꿈에도 모를 수 있다. 비결은 없단다, 사랑하는 에르난. 재능도 너무 띄엄띄엄 써먹으면(시계공으로서의 재능이든, 사면으로서의 재능이든, 다른 무엇이 됐든 간에) 결국 무뎌질 수밖에 없어. _134p


불행하다면 불행한, 어쩌면 영화에서는 엑스트라밖에 맡지 못할 평범한 이들의 삶에 닥친 비극을 희극을 사뿐 깃들여 맛보는 유쾌하고 신선한 장편 같은 장편소설이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고 연두가 올라오는 이 봄날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거짓말 아니고 다산 담당자님은 타고난 눈이 있으신 듯! 


#다산북스 #한낮의불운 #프랑스소설 #추천소설 #단편소설 
m*****e 2026.03.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 책은 나한테 왜이래? 싶은 날 꺼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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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유 없이 일이 계속 꼬이는 날이 있습니다.작은 선택 하나에도 어긋남이 겹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죠.“왜 하필 나지?”한낮의 불운은 바로 그런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집입니다.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8편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연작 형식의 소설입니다.이야기는 불운이 대물림된 것처럼 살아가는 남자, 오귀스
"이 책은 나한테 왜이래? 싶은 날 꺼내보세요." 내용보기


살다 보면 이유 없이 일이 계속 꼬이는 날이 있습니다.
작은 선택 하나에도 어긋남이 겹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죠.


“왜 하필 나지?”


한낮의 불운은 바로 그런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집입니다.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8편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연작 형식의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불운이 대물림된 것처럼 살아가는 남자, 오귀스트로부터 시작됩니다.

“오귀스트가 알고 싶었던 것은 불운도 유전이 되는지였을 것이다.”

그의 삶은 사소하지만 묘하게 어긋나는 사건들로 가득합니다. 번호를 받았지만 지워져버리고, 기대했던 일은 번번이 빗나갑니다. 


이처럼 이 소설은 거창한 비극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어긋남’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중개인 에바,
그의 딸 보브,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남편의 장례식을 막 치른 라셸의 이야기였습니다.

장례 직후 집에 들이닥친 강도, 그리고 그 앞에서 놀라울 만큼 담담하게 대응하는 한 노인의 모습. 그녀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독이 든 페스토를 만들어내고, 결국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상황은 마무리됩니다.


이 장면은 이 소설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불운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버텨내고,
또 어떤 우연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불운은 그것을 겪은 사람이 독보적 지위를 차지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문장처럼, 우리는 때때로 불운을 통해 스스로를 과장해서 인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합니다.

불운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그저 삶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하나의 장면일 뿐이라고.



“너는 달의 뒷면 같은 아이란다… 하지만 엄마는 알아.”


겉으로 드러난 삶의 일부만으로는 우리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면이 있고,
그 안에는 또 다른 가능성과 의미가 존재합니다.



“불운과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삶이 빛나는 이유는
내 삶의 상태 그 자체에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옮긴이의 이 문장은 이 소설집이 전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더 나아진 이후의 삶을 기다리며 지금의 시간을 견디듯 살아가지만, 이 책은 말합니다.

조금은 어긋나 있고, 조금은 부족하며,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 이 순간조차도 이미 충분히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삶이라고.



『한낮의 불운』
불운을 위로로 덮어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운을 포함한 채로도 계속되는 삶을
담담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달의 사락 h*****w 2026.03.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