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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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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노동자의 과잉공급으로 유지되는 한국의 디자인 제도는 디자이너들의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로지 주어진 목표에 순응하는 인내심 있는 존재만을 원할 뿐. 그렇지 못한 자는 도태될 뿐이다." 한국의 디자인은 프로젝트의 사소한 과정처럼 여겨진다. 기획, 편집이 갑이고, 디자인은 마치 을처럼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클라이언트가 바라는 대로, 고용주가 원하는 바를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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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노동자의 과잉공급으로 유지되는 한국의 디자인 제도는 디자이너들의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로지 주어진 목표에 순응하는 인내심 있는 존재만을 원할 뿐. 그렇지 못한 자는 도태될 뿐이다."
 한국의 디자인은 프로젝트의 사소한 과정처럼 여겨진다. 기획, 편집이 갑이고, 디자인은 마치 을처럼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클라이언트가 바라는 대로, 고용주가 원하는 바를 눈치코치로 빠르게 근사값의 결과물을 내놓는 오퍼레이터 디자이너를 선호한달까. 디자이너 의견을 개진하기엔 스케줄도 빠듯하고, 걸리적거리는 절차를 달가워할 거래처도 별로 없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개입될 여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말을 잃어버린, 입 다물게 된 한국의 디자인. 저자가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이다. 


"한국 디자인에 필요한 새로운 주체는 시각적 기술에 매몰된 디자인 노동자도, 경쟁력을 외치는 디자인 전사도 아닌, 교양 있는 디자이너이다." 저자는 교양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알토란 같은 디자인 고전 열 권을 추천한다. 아돌프 로스 <장식과 범죄>를 시작으로, 니콜라우스 페브스너 <모던 디자인의 선구자들>, 허버트 리드 <디자인론>, 다니자키 준이치로 <그늘에 대하여>, 야나기 무네요시 <공예문화>, 아브람 몰의 <키치란 무엇인가>, 에이드리언 포티 <욕망의 사물, 디자인이 사회사>, 빅터 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장 보드리야르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 김홍식 <민족건축론>까지.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의 목록만 훑어보아도 디자인 교양 수업 커리큘럼 담아둔 것마냥 든든하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은 한 권쯤 소장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각 장의 도비라마다 구하기 어려운 원서와 번역본을 비교해 흑백 도판으로 실어놓았다. 옛 디자인 고전의 정갈한 표지 디자인이 새삼스레 담백하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게 보았던 챕터는, '빛의 문명과 동양적인 것의 운명'이다. 다나자키 준이치로의 <그늘에 대하여>를 이야기한다. 빛과 그늘, 어둠을 예찬하며 삶의 감각이 문명의 메타포로 치환되는 순간들을 포착한 단상 수필. 저자인 최범 평론가가 꼽아놓은, 동양인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구절이 와닿았다. "나는 국그릇을 앞에 두고서, 주발이 살그머니 귓속으로 스미는 듯이 쉬익 울고 있는, 저 먼 벌레 울음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이제부터 맛볼 음식에 생각을 멈출 때, 언제나 자신이 삼매경에 빠져 드는 것을 느낀다." 읽고 있노라면 문장의 청신함 매료되어 함께 빠져 든다. 문장을 필사하며 이 책을 꼭 찾아보리라 적어두었다. 갖고 싶은 책이 하나 더 늘었다. 



y*****a 2015.07.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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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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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서구에서 동양으로, 디자인사의 중요 지점들을 넓은 보폭으로 짚어 가며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고전'을 소개한다.* 디자인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결코 어려운 수준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는 않고, 적당한 문제의식 또한 제기하고 있으며, 본 책을 통해 더 깊은 수준의 지식―문제의식―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디자인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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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서구에서 동양으로, 디자인사의 중요 지점들을 넓은 보폭으로 짚어 가며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고전'을 소개한다.



* 디자인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결코 어려운 수준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는 않고, 적당한 문제의식 또한 제기하고 있으며, 본 책을 통해 더 깊은 수준의 지식―문제의식―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디자인 교양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특히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전들의 실제 본문을 부분적으로 함께 실은 (이 부분은 내지 색의 변화로 구분하고 있다.) 것도 흥미롭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디자인 고전 버전인 걸까?)



* '디자인사'라는 바탕은 각각의 고전들이 자연스레 한데 엮일 수 있도록 좋은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자유로운 논지의 선택-전개에는 다소 방해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 책의 전반이 고전에 대한 소개와 간단한 해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전면에 드러날 만한 구석은 없(적)다. '여는 글'과 종종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구절 외에는 저자의 존재감 자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책이다. 그러한 면에서 책의 제목이 다소 붕 떠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이라는 제목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 초점을 두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d*******o 2015.07.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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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 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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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 최범(출판사 : 안그라픽스)-전통 계승의 문제는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것이다.현재 한국 디자인의 전통 논의가 과연 김홍식이 제기한 문제에서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불과 30여 년 전 한국 사회와 건축에 제기했던 문제를지금 돌이켜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본문 p 194에서)-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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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 최범

(출판사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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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계승의 문제는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것이다.

현재 한국 디자인의 전통 논의가 과연 김홍식이 제기한 문제에서

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불과 30여 년 전 한국 사회와 건축에 제기했던 문제를

지금 돌이켜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본문 p 19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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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하여 졸업을 앞두고 있는 현재,

아직까지도 수업을 들으며 무언가의 갈증을 느껴왔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지금 우리는 디자인이란 것의 어디쯤 서있는 것일까?

디자인사를 공부했지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디자인사에 대한 명확한 맥락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무엇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일까? 


뿐만 아니라, 이번 졸업전시를 준비하며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한 서적이 필요했다.


하지만 디자인 개론이라던지, 디자인학이라던지, 디자인론1이라던지 등등

디자인에는 왜 정확한 이론서가 없는 것일까?

물론, 그 것이 맞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갈증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디자인 필독서에 대한 부분이 매우 미흡했다. 

어떤 책을 '디자이너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으로 선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올해 초에만 만났더라도

졸업전시회 작품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아니, 이 책을 한창 방황하던 1학년 1학기때 만났더라면

조금은 빨리 슬럼프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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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대별, 지역별로 그 흐름을 대표할 수 있는 책과 그 저자에 대해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그 언저리의 이야기까지 함께하며

단순한 주입식으로 배웠던 디자인사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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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평론가 최범이 읽어주는 고전 10선

세 권의 평론집을 통해 한국 디자인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정체성과 방향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온 디자인 평론가 최범의 새로운 책이다. 

상상마당에서 진행한 ‘디자인 고전 읽기’ 강좌를 바탕으로 쓴 이 책에는 열 권의 고전이 등장한다. 

이 고전들은 디자인과 예술과 인문학 분야를 아우르며, 바로 ‘그때’,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창조성을 발휘해야 할 때 읽었어야 했던 책들이다. 

지은이는 고전 속에서 현재의 담론을 자연스럽게 꺼내며 디자인을 넘어 

우리의 현실을 함께 생각하고 정확히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끈다. 

고전을 통해 생산된 의미 있는 텍스트를 찾아내고 하나하나 꿰어나갈 때, 

미래의 디자인 문화를 풍성하게 할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줄 것이다

(안그라픽스 소개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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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저자 최범│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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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권의 평론집을 통해 한국 디자인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정체성과 방향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온 디자인 평론가 최범의 새로운 책이다. 상상마당에서 진행한 ‘디자인 고전 읽기’ 강좌를 바탕으로 쓴 이 책에는 열 권의 고전이 등장한다. 이 고전들은 디자인과 예술과 인문학 분야를 아우르며, 바로 ‘그때’,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창조성을 발휘해야 할 때 읽었어야 했던 책들이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저자 최범│안그라픽스" 내용보기
세 권의 평론집을 통해 한국 디자인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정체성과 방향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온 디자인 평론가 최범의 새로운 책이다. 상상마당에서 진행한 ‘디자인 고전 읽기’ 강좌를 바탕으로 쓴 이 책에는 열 권의 고전이 등장한다. 이 고전들은 디자인과 예술과 인문학 분야를 아우르며, 바로 ‘그때’,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창조성을 발휘해야 할 때 읽었어야 했던 책들이다.

저자는 고전 속에서 현재의 담론을 자연스럽게 꺼내며 디자인을 넘어 우리의 현실을 함께 생각하고 정확히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끈다. 또한, 고전을 통해 우리의 말을 회복시켜주고, 로고스(logos) 즉 논리와 이성을 갖게 해주며, 회복된 말 속에서 주체적 질문을 꺼낼 원동력을 만들어준다.




인생의 도움말은 대체로 나보다 경험이 많은 자에게서 온다. 후회하지 않도록, 자신이 했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최범 디자인 평론가가 우리에게 일러준다. '그때 이 책들을 읽었더라면 나는 더 디자인 분야에서 탄탄한 기초를 가지고 현대 한국 사회의 말이 없는, 영혼이 없는 디자인에 조금 더 다르게, 특별하게, 쉽게, 멋지게 이바지 했을텐데.’

모든 학문에는 기초서, 바탕이 될 만한 이론을 담은 대표적인 책들, 개념서, 밑바탕이 있다. 그런데 디자인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에 디자인이 없는 곳이 없는데 이러한 디자인은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그 학문의 근본은 무엇인지 답을 딱히 내리려고 하지 않음에 반박한다. 반박에만 그치지 않고 최범 디자인 평론가는 그 해답은 디자인 고전에 있다면서 그가 꼽은 디자인 고전 10선을 우리에게 읽어준다. 고전은 자칫 따분한 교과서 같을 수 있지만 그는 그 위에 맛있는 양념을 얹어 우리에게 먹여준다. 

막힘 없이, 불편함 없이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들은 고전이라는 말에 갇혀서 그것을 멀리하고 지내는 나를 포함한 디자인에 발 담구고 았는 모든 사람들을 반성하게 한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적어 준 책이 이제라도 나에게 다가와주어서 고맙다는 생각과 이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요즘은 디자인을 다루면서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을 만날 때마다 이 책을 추천하고 물어본다. ‘당신의 디자인 교과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자세로 임했다. 이 책의 제목에서 호소하는 후회처럼 간절히 읽고 싶었다. 연필을 들고 인터넷을 뒤져보며 책을 읽었다. 책을 읽어갈수록 나의 기초는 깊어지며 상식 또한 넓어졌다. 


k*******0 2015.06.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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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는 ‘그 책’을 바로 오늘 읽자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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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90사람을 사랑하는 ‘그 책’을 바로 오늘 읽자―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최범 글 안그라픽스 펴냄, 2015.6.1.  하싼 화티라는 분이 쓴 《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열화당,1988)라는 책이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1994년에 처음 알아본 뒤 매우 크게 놀랐습니다. 집짓기(건축)를 바라보는 눈길이 이러할 수 있구나 싶어서 몹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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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90



사람을 사랑하는 ‘그 책’을 바로 오늘 읽자

―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최범 글

 안그라픽스 펴냄, 2015.6.1.



  하싼 화티라는 분이 쓴 《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열화당,1988)라는 책이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1994년에 처음 알아본 뒤 매우 크게 놀랐습니다. 집짓기(건축)를 바라보는 눈길이 이러할 수 있구나 싶어서 몹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던 무렵 나는 외국말(네덜란드말)을 배우는 사람이었는데, 둘레에서 내가 손에 쥔 책을 보더니 ‘네가 왜 그런 책을 읽니?’ 하고 핀잔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답게 사는 길을 배우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부질없으니까.’ 하고 짧게 대꾸했습니다.


  브루노 무나리라는 분이 쓴 《예술로서의 디자인》(일지사,1976)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1999년 언저리에 처음 보았습니다. 예술이나 디자인하고 얽힌 일을 하지 않았으나 어쩐지 눈길이 끌렸습니다. 이 책은 예술하고 삶은 동떨어지 않았음을 밝히고, 디자인은 언제나 삶을 가꾸는 길로 나아가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보기 좋도록 꾸미는 일이 예술이나 디자인이 아님을, 사람들이 저마다 삶을 사랑하도록 이끄는 손길이 예술이나 디자인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배웠습니다.



한국 디자인을 지배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이러한 구호이다. 한국의 현대 디자인은 출발부터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이라는 위로부터의 목표에 강력하게 종속되었다. 그리하여 디자인은 우리 삶의 환경을 쾌적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선한 도구’가 되지 못하고 국가에 의해 ‘동원된 도구’가 되어 버렸다 … 주료 디자인은 무엇인가. 현대 디자인의 주류는 당연히 소비주의 디자인이다. 소비주의 디자인은 현대 소비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서 생산과 소비를 매개하며 소비적 가치를 추구한다. (11, 157쪽)




  야나기 무네요시 님이 쓴 《공예문화》(신구문화사,1976)를 읽을 적에는 그릇 한 점을 빚어서 쓰는 마음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릇뿐 아니라 수저 한 벌도, 옷 한 벌도, 신 한 켤레도, 싸리비랑 대바구니도 새삼스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먼 옛날부터 고이 쓰던 살림뿐 아니라 오늘 이곳에서 누구나 흔히 쓰는 살림을 찬찬히 아끼면서 건사하는 손길로 일으키는 아름다운 삶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빅터 파파넥 님이 쓴 《인간을 위한 디자인》(미진사,1986)을 읽을 무렵, 둘레에서 저더러 ‘디자인을 하는 대학교에 갈 생각이느냐?’ 하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때에 빙그레 웃으면서 ‘나는 내 살림을 아직 정갈히 건사하지 못하지만, 내 살림부터 정갈하면서 알차게 건사하는 길을 배우려고 이 책을 읽어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도 《예술로서의 디자인》도 《공예문화》도 《인간을 위한 디자인》도 모두 ‘건축이나 디자인을 다루는 책’이 아닌 ‘삶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책’이라고 느껴서 곁에 두고 읽었습니다.



우리는 로스를 가리켜 ‘망치를 든 건축가’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는 서구 건축사에서 누구보다도 더 낡은 건축을 부수는 데 열정을 바친 사람이기 때문이다 … 이성과 과학의 근대 서양 문명은 결코 동양 문명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 유리와 전기의 문명은 종이와 등불의 문명보다 아름답지 않다는 것. 지금은 비록 너희 서양 문명에게 압도당하고 있지만 우리 전통을 버릴 수는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근대 아시아의 맹주로서 일본이 발명한 동양의 모습이기도 하다. (23, 81쪽)



  최범 님이 빚은 이야기책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안그라픽스,2015)을 읽습니다. 디자인평론을 하는 최범 님은 디자인하고 얽힌 ‘오래된 책’ 가운데 열 권을 골라서 이녁 마음을 움직이거나 건드린 대목을 되짚습니다. 오래된 책에서 오늘날 삶을 밝히는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오래된 책이 앞으로 오래도록 이 지구별에서 아름다운 숨결을 북돋우도록 사람들 생각을 건드리는 대목을 헤아립니다.



야나기가 찬탄한 조선 공예품은 그저 작위적인 느낌이 나지 않는, 솜씨를 드러내거나 다투고자 하지 않은, 마치 저절로 빚어진 것 같은 하찮은 물건이었다. 그럼에도 감동을 주는 이러한 작품을 설명할, 서구 미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미학이 필요함을 야나기는 절감했다. 그렇게 조선 예술을 이해하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 바로 민예론이다 … 그는 천재의 미술 대신 일상의 공예를, 귀족공예 대신 민중공예를 찬양했다. (94∼95, 96쪽)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우리는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을까요? 아마 조금 더 슬기롭게 바꿀 만하리라 느낍니다. 그러면, 오늘 그 책을 읽는다면 우리는 삶을 어떻게 바꿀 만할까요? 이제까지 좀 어수룩하거나 어설프게 살림을 꾸렸다고 하더라도, 바로 오늘 이 자리부터 새로운 마음이 되어서 즐겁고 아름답게 삶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때 꼭 그 책을 읽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그때 그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가슴속에 아름다운 꿈을 품지는 않아요. 오늘 그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바로 오늘부터 마음속에 사랑스러운 꿈을 담지는 않습니다.


  고전명작을 반드시 읽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고전명작을 젊은 날에 일찌감치 읽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고전명작은 누구한테나 ‘때가 되면’ 찾아옵니다. 아니, 누구나 ‘스스로 때를 알아채어’ 고전명작에 손을 뻗습니다. 삶을 손수 가꾸거나 꾸리거나 일구거나 짓고자 하는 뜻이 설 적에 비로소 고전명작을 읽을 만합니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삶이 아닌, 저마다 스스로 즐겁게 살려는 뜻으로 새길을 열려고 할 적에 바야흐로 고전명작이 눈에 뜨이기 마련입니다.



파파넥이 말하는 ‘현실 세계’란 무엇인가. 이미 이야기했듯 그는 오늘날 디자인이 소비주의를 위해 봉사하며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비윤리적이며 또 반환경적이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윤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환경 문제와도 커다란 관련이 있다 … 파파넥은 소비사회의 현실을 현실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가짜 현실이다. (158, 159쪽)



  디자인하고 얽힌 ‘오래된 책(고전명작)’은 열 권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은 딱 열 권으로 추린 고전명작을 가만히 보여주면서, 다른 수많은 아름다운 책으로 사람들이 스스로 손길이랑 눈길이랑 마음길을 뻗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 한 권을 읽든 책 만 권을 읽든, ‘고이는’ 지식이 아니라 ‘흐르는’ 슬기가 되어 아름다운 넋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끝에는 야나기 무네요시 님과 픽터 파파넥 님을 둘러싼 ‘사회의식’ 이야기를 붙입니다. 어떤 고정관념이나 편견이나 선입관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열린 마음이 되어 두 사람을 바라볼 때에, 우리가 이 나라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생각과 슬기와 삶과 살림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가 진정 물어야 할 것은 야나기가 우리를 사랑했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의 민중사랑, 민예사랑, 주체성이 왜 우리 근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가. 왜 식민지 조선과 이후 한국은 반민족적·반민중적 세력에 의해 지배되었는가. (224쪽)



  내가 나를 사랑할 때에 내 삶을 스스로 엽니다. 우리가 우리를 사랑할 때에 우리 삶을 손수 짓습니다. 꼭 민중사랑이나 민예사랑이나 주체성 같은 이름을 안 붙여도 됩니다. ‘삶사랑’이어도 되고 ‘삶’이나 ‘사랑’이어도 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삶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흙을 파서 질그릇을 빚는 마음을 헤아립니다. 풀줄기에서 실을 얻어 물레를 잣고 베틀을 밟은 뒤 바느질을 해서 옷을 깁는 마음을 헤아립니다. 나무를 베고 손질하고 말려서 기둥과 서까래와 들보로 얹고는 집을 짓는 마음을 헤아립니다.


  먼 옛날부터 모든 사람은 시골사람이었고 흙사람이었으며 숲사람이었습니다. 먼 옛날부터 누구나 손수 집이랑 옷이랑 밥을 지을 줄 알았습니다. 따로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니지 않았어도, 먼 옛날부터 어떤 사람이든 집·옷·밥을 손수 지어서 누렸습니다. 건축학을 알아야 짓는 집이 아니라, 사람들 누구나 손수 짓는 집이었어요. 디자인을 알아야 빚는 질그릇이 아니고, 호미나 괭이나 낫이 아닙니다. 삶과 살림을 알고 사랑하기에 누구나 손수 질그릇을 빚고 호미나 괭이나 낫을 갈았어요.


  그때 그 책은 바로 오늘 읽으면 됩니다. 고전명작이라는 책도 읽고, 삶이라는 책하고 사랑이라는 책도 읽습니다. 바람이라는 책하고 비와 눈과 풀과 나무라는 책도 읽습니다. 4348.6.1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인문책 읽기)



h*******e 2015.06.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