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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달 - 사쿠라기 시노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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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호텔 로열’로 사쿠라기 시노를 처음 만난 이후‘유리갈대’(2016년), ‘빙평선’(2018년) 등 2년마다 한 편씩 그녀의 작품을 읽어왔는데,올해는 욕심을 좀 내서 ‘빙평선’에 이어 2015년에 출간된 ‘굽이치는 달’까지 읽게 됐습니다.   모두 6편의 단편이 연작 형태로 수록된 작품집인데,언제나 그렇듯 이야기의 주 무대는 훗카이도 동부의 작은 항구도시 구시로입니다.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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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호텔 로열로 사쿠라기 시노를 처음 만난 이후

유리갈대’(2016), ‘빙평선’(2018) 2년마다 한 편씩 그녀의 작품을 읽어왔는데,

올해는 욕심을 좀 내서 빙평선에 이어 2015년에 출간된 굽이치는 달까지 읽게 됐습니다.

 

모두 6편의 단편이 연작 형태로 수록된 작품집인데,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의 주 무대는 훗카이도 동부의 작은 항구도시 구시로입니다.

작가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한 구시로는 무척 특이한 분위기를 내뿜는 곳입니다.

넓은 습원(濕原)이 자리 잡은 탓에 신비함, 스산함, 애틋함이 녹아있는 것 같고

마치 안개 속의 풍경처럼 아스라한 느낌까지 주는 곳입니다.

바다에서 살아있는 생물처럼 다가오는 해무 때문에 도시 전체가 갯내에 휘감겨 있었다.”

빙평선의 수록작 중 한 편에서 언급된 구시로에 대한 압축적인 묘사인데,

이런 분위기는 사쿠라기 시노의 모든 작품에 전반적으로 녹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굽이치는 달은 구시로의 독특한 분위기가 덜 배어있는 편인데,

그것은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한 인물이 도쿄 변두리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들은 모두 구시로에 위치한 도립 습원고등학교 독서부 멤버들입니다.

이들이 20대 초반이었던 1984년부터 약 25년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인물은 단편 하나하나의 주인공을 맡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1984년 스무살 연상의 유부남과 야반도주한 한 친구와의 인연을 담담히 그리고 있습니다.

 

스가 준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삿포로에서 화과자집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사장이자 유부남인 교이치로와 불륜에 빠진 뒤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 도쿄로 야반도주합니다.

1984년의 주인공 기요미는 준코가 야반도주 직전 마지막으로 연락한 친구였고,

1990년의 주인공 모모코는 과거의 준코처럼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상태에서

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준코의 편지를 받곤 그 행복을 확인하려고 도쿄로 찾아갑니다.

1993년의 주인공 야요이는 준코에게 남편을 빼앗긴 삿포로 화과자집 주인으로,

7년 만에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남편과 준코가 있는 도쿄로 향합니다.

2000년의 주인공 미나에는 학생 때부터 흠모했던 국어선생 다니카와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그는 학창시절의 준코가 푹 빠져 있던 상대이기도 합니다.

2005년의 주인공 시즈에는 준코의 엄마로, 평생 여러 남자에게 전전하느라 준코를 방치했다가

60대가 돼서야 자신의 미래가 두려운 나머지 준코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2009년의 주인공 나오코는 독서부 멤버 중 유일한 미혼으로,

부모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있던 중 준코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됩니다.

 

이렇듯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준코가 놓여있지만, 정작 준코가 화자인 작품은 없습니다.

말하자면, 모든 화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동시에 준코에 대해, 준코와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2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이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과 인연이란 것이

얼마나 짙고, 깊고, 되돌리기 어렵고, 잊기 어려운 것인가를 설명하는 중요한 설정입니다.

그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과 인연이란 단어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숱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애()든 증()이든 한 방향으로만 치닫지도 않습니다.

 

이런 관계와 감정과 인연을 지켜보는 일은 설령 소설이라 하더라도 만감을 교차하게 만드는데

정곡을 콕콕 찌르면서도 담백하고 알싸한 사쿠라기 시노의 문장으로 그것들을 읽다 보면

어느 새 독자 스스로 준코가 되거나 그 친구들, 엄마, 남편을 빼앗긴 여자가 되어

한없이 깊게 감정이입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쿠라기 시노가 그려낸 구시로의 아련한 모습을 맛보지 못한 건 무척 아쉽지만,

6명의 화자와 1명의 중심인물이 이끌어가는 특별한 분위기의 굽이치는 달

개인적으론 호텔 로열다음으로 그녀의 베스트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 중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순수의 영역만 못 읽었는데,

특히 (국내출간작 중) 유일한 장편인 순수의 영역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언제쯤 또 그녀의 신간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껴 읽어야 할 형편인 건 분명한데,

마음 같아선 당장 두 작품 모두 장바구니에 넣고 싶은 심정이니, 참 난감할 따름입니다.

h****s 2018.10.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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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면서도 담담한 연작소설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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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보인 일본 작가이다. "순수의 영역",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등 전작을 재밌게 읽어서 이번 책도 기대되었다. 이 책은 연작소설로 각 장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각 장마다 그녀들의 삶의 고난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호텔에서 일하는 기요미는 손님들에게 엉덩이를 내어주며 가족을 책임져야하고, 모모코는 승선일에만 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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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보인 일본 작가이다.

"순수의 영역",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등 전작을 재밌게 읽어서 이번 책도 기대되었다.


이 책은 연작소설로 각 장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각 장마다 그녀들의 삶의 고난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호텔에서 일하는 기요미는 손님들에게 엉덩이를 내어주며 가족을 책임져야하고,

모모코는 승선일에만 볼 수 있는 유부남과의 제한적인 사랑을 하고 있고, 

야요이는 남편이 자취를 감춘 뒤 가게를 혼자 꾸려나가고 있고,

미나에는 예식에 관심없는 남편을 보며 또 다른 이유때문에 괴로워하고,

시즈에는 늙은 몸으로 홀로 살아가며 딸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나오코는 오로지 일만 하며 다른 행복을 못 느끼고 호흡기에 연결된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한 명 한 명 얼마나 삶이 쓸쓸하고 힘든지 문장으로 분위기로 그 고단함이 느껴져셔 마음이 먹먹했다.

사라져버린 남편을 찾아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그녀가 불쌍해서 마음이 울컥했고,

즐거움도 없고, 행복도 없이 그냥 의미없이 흘러가는 그녀가 보기에 힘겨웠고,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야 할 순간에 다른 이유로 불안해하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일본소설은 그동안 이야기 재미위주로 읽어와서 문장에서 느껴지는 재미라던지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의 재미는 몰랐었는데

사쿠라기 시노 작가의 책은 마치 우리나라의 묵직한 한국소설을 읽는것처럼 

담백한 것 같으면서도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 있다.

그녀들의 절실한 마음들이 담담하게 그려지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이 연작소설로서 더욱 매력적인 점은 각 장마다 다른 그녀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모두 다 "준코"라는 여성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준코"는 도저히 행복할 것 같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하며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걱정하는 듯하지만 알게모르게 그녀들은 "준코"와 본인들의 삶을 비교해서 위안을 삼고 있다.

그 위안을 받고자 "준코"를 찾아가지만 그녀들은 의외의 것에서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받는다.

연작소설로 또 하나의 매력은 각 장마다 시간이 흐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같은 시점에서 화자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면서 화자도 바뀌는 부분이 더욱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어주었다.


불행한 것 같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들의 삶을 통해

만족해하며 사는 삶이 무엇인지, 받아들이며 사는 삶이 무엇인지,

과연 어떤 삶이 불행한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역시 다음 책도 기대되는 작가이다.


 

d****i 2015.06.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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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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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기 시노의  《굽이치는 달》은 1987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준코의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그녀가 스쳤던 몇몇 여성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담았다. 챕터마다 시간은 몇 년씩 널을 띄며 화자가 교체되었지만, 각자의 이야기에서 준코를 비롯한 다른 작중인물의 처지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꿈꾸던 삶과는 다른 '지극한 현실'에 몸과 마음이 지친 그들은 밝고 싹싹한 준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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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쿠라기 시노의  《굽이치는 달》은 1987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준코의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그녀가 스쳤던 몇몇 여성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담았다. 챕터마다 시간은 몇 년씩 널을 띄며 화자가 교체되었지만, 각자의 이야기에서 준코를 비롯한 다른 작중인물의 처지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꿈꾸던 삶과는 다른 '지극한 현실'에 몸과 마음이 지친 그들은 밝고 싹싹한 준코의 불운을 기준 삼아 자신의 행복도를 저울질했었다. 그럼에도 준코의 꾸밈없이 맑은 미소를 볼 때면 오만한 마음도 창피해지는 것이었다. 책은 화과자점 여주인의 남편과 야반도주한 준코를 비난하는건 접어두고, 사회가 비딱하게 보는 삶일지라도 감사하는 준코를 재조명하였다.

그러나 사실 그 행복의 전제란게 타인(화과자점의 여주인)의 삶을 침범했다는 데 있으므로, 그저 결과만 보고 준코의 행복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비록 화과자점 여주인이 그 도피행각에 대힌 트라우마가 없고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야반도주. 정말 그럴 수 밖에 없었나싶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불운한 선택을 했더라도 맞닥뜨린 삶에 책임을 갖고 수용하는 자세를 말하고 싶은걸까. 물론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도 돌이키지 않고 묵묵히 '마이 웨이'를 가는 타입이 훌륭하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준코의 사례는 솔직히 극단적이라 아무리 깊이 생각해도 정답은 없다. 아니, 한 사람의 삶이 정말 이상적이냐 아니냐는 건 너무 오만한 질문 아닐까.

그녀는 행복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그녀의 선택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그걸 받아들이냐, 아니냐는 건 다른 사람의 행복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더 파고들면 우리의 삶은 행복 혹은 불행의 한 편에만 달리는 편도행이 아니라는 것. 즉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 사실《굽이치는 달》은 이런 일도 있으니 당신 생각은 어떠냐는 철학적 문답을 목적으로 한 책이 아니다.

준코를 이해한다고 너그러운 인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지 못 한다고 무관심한 인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 그만 생각해야겠다.
 
y******2 2016.01.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