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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약간의 시큰둥 신드롬에 걸려있는터라([클로저]가 아니면 더 심했으리라), 왠만큼 재미있지도 않으면 별다섯은 어려울터인데, 요 코넬 울리치 (aka 윌리엄 아이리쉬)의 단편선은 정말 기쁜 마음으로 별다섯을 주고, 귀차니즘에 감염된 손을 들어 2권을 잡았다. [환상의 여인], [검은옷의 신부], [상복의 랑데부]등으로 아이리쉬의 느와르이면서도 한국적인 '한'이란 것마저 느껴지는 분위기는 이 단편선에는 약간 흔적을 남길뿐, 또다른 아이리쉬를 만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1권에선 8편의 단편이 소개되고 있다.
'담배', 어쩜 어리버리하다고 무시당하지만, 성실하고 고지식하며 약간 머리를 덜 쓰는 것일 뿐인 토미는 무서워하는 조직의 보스가 시킨대로 라이벌 보스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그리고 받은 최종지령, '상대방에게 다가가 보스가 준 담배갑에서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담배를 건네줘라.'는 것. 하지만, 무심한 토미는 닫힌 담배가게 앞에서 담배를 찾는 이에게 담배를 건네고...
편집자이자 아이리쉬 비평전문가 프랜시스 네빈스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는데, 역시나 엔딩의 깜찍함이란.
'동시상영', 와우, 아주 짧은 단편인데 가슴조마조마하면서 읽었다. 도대체 누가 여친이랑 극장에 가서 자기옆에 탈주한 흉악범이 앉아있을거라고 생각하는가 (난, 대체로 알고싶지않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너무 자세히 털어놓는 사람들만 있을뿐인데).
'횡재', 톰 키오는 별볼일없는 남자, 어느날밤 5센트짜리 맛도 지지리도 없는 커피를 파는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어떻게든 시간을 떼우려하고 있는데, 옆자리에선 한 남자가 그 맛도 지지리도 없는 커피를 연달아시키면서 각테이블마다 설탕통을 스푼으로 뒤지고 있다 (우욱, 그거 입에 안넣은거겠지?). 궁금해서 한번 뒤져본 자신의 테이블위 설탕통엔!!!!! 하하, 정말 귀여운 작품이다.
'목숨을 걸어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과연 '이기지않는 전투에 나가는 겐신과 나가면 꼭 이긴다는 신겐'이랑 누가 더 멋진걸까?라고 생각했는데....난 '신겐' 여하간, 지는 내기는 걸지않는다면서 교묘하게 내기돈을 통해 주변인의 삶을 파탄내고 있는 프레더릭스는, 이야기 화자의 친구 트레이너를 도발시켜 내기를 걸게한다. 서로가 모르는 사람 둘 사이에 동기를 제공하면 살인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역시나 '가장 강력한 신은 우연이다'
'요시와라에서의 죽음', 황인종이니 원숭이니하는 상당히 불쾌하면서도 무식한 표현이 남아있음에도, 이야기는 재미있으니 패스. 탐정시험을 공부하는, 미해군 잭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2일간 상륙허가를 받았으나 그닥 재미는 없다. 그러던차 요리집에서 피를 묻힌 한 여인이 자신이 남친의 살인누명을 받았으니 도와달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신나지만 안쓰러운 액션. 사건의 종결과 증언기록을 위해 경찰에도 출두하지 않는 점령군의 힘이란... 아이리쉬가 어릴적 본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깊은 영향이 커서도 남아있다고.
'엔디코트의 딸', 이거 정말 기발했다. 고등학생 딸와 여동생과 사는 경찰서장 엔디코트.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권총은 서랍에서 없어졌는데, 힘든 모습으로 집에 들어온 딸이 스쳐지나간 뒤 권총이 나타났다. 읽는이가 무심하게 (음, 십대의 반항이라 반발할까봐 가만히 지켜본걸까?) 살인사건현장으로 출동한 서장은, 왠지 범인과 딸내미가 겹쳐진다. 아이리쉬가 가장 좋아한 작품이라고.
'윌리엄 브라운 형사', 요거요거 꼭 [클로저 (The closer)]의 한 에피소드를 보는게 아니라 읽고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제목은 윌리엄 브라운이지만 이야기는 그의 어릴적부터의 친구이자 동료이자 부하직원이 된 그릴리의 시점에서 보여진다. 'to protect and to serve'하기 위해 경찰이 된 그릴리와 달리 야심만만한 윌리엄 브라운. 갖은 반복적, 치밀한 legwork는 그에게 미뤄둔채 승진이 보장되는 범인체포에 힘쓰는 윌리엄이 어떻게 출세가도를 달리고, 그 옆에서 그 모든 실상을 점점 파악하게 되는 그릴리가 대조적으로 보여진다.
아이리쉬는 추리소설 흥미롭게 쓰기 이상으로 약육강식의 정글같은 도시와 욕망에 찬 인간에 대해서 의 내공, 통찰력을 가진듯. 정말 뛰어난 단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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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한 그의 작품을 계속 찾을 기회를 차단하는 단점이 있다. 담배를 되찾기는 결코 쉽지 않은데... 담배 하나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딸을 의심하는 경찰관 아버지의 심리를 잘 묘사한 '엔디코트의 딸' 등 그야말로 독특한 설정으로 기막힌 반전을 이끌어 낸 그의 주옥같은 단편들이 이 책엔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