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기 전 아이들에게 이 책을 먼저 읽혔다. 어느 것이 더 재미있을까? 둘 다 재미있었다. 해리포터처럼 빠른 전개나 스릴이나 기괴함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욱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에 좋았다. 작가 루이스가 어린이를 위해 쓴 동화적 배려가 느껴졌다. 잔인한 장면 없이 잔인함을 전달해 주었고, 사자의 위풍당당한 품위를 통해 권위와 사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영화처럼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의 의미를 잘 전달해주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예수의 일대기나 성경 에니메이션 들을 제외하고.. 예수가 왜 우릴 대신 죽어야 했는지...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가 왜 아무 힘도 쓰지 않고 순순히 그 무시무시한 로마 군병의 채찍을 다 맞아냈는지... 왜 아무 죄 없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야만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지... 이 한편의 영화에서 다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사자가 에드몬드를 구하기 위해 순순히 마녀의 칼에 목숨을 내어놓는 장면, 그 흉악한 마귀 나부랭이들의 조롱과 갈기가 다 잘려나가는 수모를 참으며 털썩 옆으로 쓰러지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 상상이 영화에서 더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던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마녀의 모습을 상상만해도 추웠고, 하얀 색을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갑자기 주위에 냉기가 도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영화 속 마녀의 모습은 시커먼 눈과 새빨간 입술을 하고 음란한 눈빛을 번쩍이는 그런 마녀의 모습이 아니라, 마음 속까지 차디차게 얼어붙게하는 백색 마녀였다. 아름다와보이기까지 하는 그 마녀의 모습은 외모보다도 그의 말과 행동에서 더욱 교활하고 간사하고 상대방을 이용가치로만 대하는 철저한 이기주의를 보여주었다. 그러한 모습들은 우리들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모습들이었다. 악함은 외모보다 악한 마음에서 더욱 드러난다. 사람을 이용해먹고, 거짓말하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그 모든 것이 마녀의 마음이다. 성경에는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으며..."라 했다. 한 사람의 인격을 소중히 대해주는 아슬란(사자)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마녀와 아슬란의 차이는 바로 그러한 마음에 있음을 보여 주었다. 마녀의 지팡이에 닿기만 하면 무엇이든 돌로 변해버리게 된다. 인간의 마음도 그 지팡이에 닿은 돌처럼 냉정하고 차갑고 딱딱한 마음이 얼마나 많은가. 아슬란은 무엇이든 살려내고 귀히 여기며, 마침내 한 배신자를 위해서 자기의 생명을 주기까지 사랑한다. 배신자 에드몬드가 형제를 마녀에게 팔려고 할만큼 먹고 싶어 했던 터키 젤리도.. 마녀가 던져버리면 허공에 사라지고 마는 허상일 뿐이었다. 인간의 욕심을 자극하여 유혹하는 사탄의 온갖 터키 젤리들-그것이 돈, 명예, 재산, 외모, 학식... 우리 삶의 허상들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 현실을, 아이들에게 이처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니.... 분명 훌륭한 영화다. 또한 정의의 돌제단은 마녀도, 아슬란도 지켜야 하는 하나의 법이었다. 그 돌제단에 쓰여있는 죄 있는 자는 마녀에게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율법 또한 성경에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배신을 한 에드몬드는 죄의 댓가로 마녀에게 보내져야만 하는 것이다. 아슬란은 에드몬드를 대신하여 율법의 법칙을 지켜 죽어야 했다. 그러나 죄 없는 자의 사망은 율법을 완성하는 동시에 깨뜨리는 것이었다. 희생의 사랑은 모든 법의 완성이며 법 위에 올라서는 법이 된 것이다. 성경에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는 말씀과 같이. 아슬란이 부활한 후에 마녀의 성으로 가서 돌로 변해 버린 아슬란의 백성들을 구하여 나온다. 예수께서 죽은 지 3일만에 부활하셨는데, 그가 그 3일 동안 무엇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는 지옥 권세에 잡혀있는 영혼들을 구원하러 가셨을 것이다. 그를 믿는 자에게는 영생이, 그를 안믿고 끝까지 부인하는 자에게는 지옥이 약속되어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점은 이러한 모든 기독교 복음의 메세지가 겉으로 드러나 노골적으로 교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상적 재미와 이야기의 흐름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복음과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준다. 또한 영화적으로도 디즈니 영화답지 않은(?) 깊이와 여유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수다스러운 인물, 과장된 캐릭터도 없이, 의미의 강조도 없이 느림과 대사의 절제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영화는 소설을 풍부하게 해주고, 영화를 보고 나니까 소설이 더욱 재미있게 읽히는, 영화와 소설이 둘 다 성공한 좋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