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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클로호지 콜 지음 / 김하현 옮김 / 국민서관
모두가 잠든 사이 커다란 벽이 생겼습니다. 아빠는 장벽 건너편 서쪽에, 소년과 엄마, 여동생은 장벽 동쪽에 살게 되었지요. 가족들은 아빠가 그리웠지만 삼엄한 감시아래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매일 밤 소년은 아빠가 장벽을 부수고 데리러 오는 꿈을 꾸었지만 장벽은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어요. 울고 있는 엄마를 본 소년은 장벽 근처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 땅을 파기 시작했어요. 땅굴을 완성한 후 가족은 몰래 집을 빠져나와 땅굴에 다가갔어요. 그런데 그때 강렬한 불빛이 비치며 성난 군인의 목소리가 가족을 불러 세웠어요. 소년은 용기 내어 아빠 이야기를 하고 군인은 그 무엇도 가족을 갈라놓을 수 없다며 가족들을 그냥 보내주었어요. 마침내 소년의 가족들은 늦지 않게 아빠를 무사히 찾아갔습니다.
'엄마가 말했어요. 모두가 잠든 사이, 커다란 벽이 생겼다고요. 아빠는 하루아침에 장벽 건너편에 갇혀 버렸어요.'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양쪽 페이지에 걸쳐서 동서를 가르는 높은 장벽과 장벽 아래로 몰려든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장벽'은 바로 분단의 상징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그래서 더 이 그림책이 가깝게 와닿습니다. 베를린 장벽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별과 극적인 재회를 담은 이 그림책은 전쟁에 관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아요. 긴장감 있는 이야기와 단순한 듯 하지만 상징적으로 그려진 암울한 색채의 그림이 전쟁의 슬픔과 비극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가로막힌 높은 장벽 말고도 커다랗게 그려진 군화나 불빛을 비추는 군인의 모습은 전쟁의 두려움과 긴박감을 느끼게 해요. 차갑고 어두운 색채는 위협적이고 아슬아슬했던 시대적 분위기를 더해주는 듯 하고요. 땅굴에 다가가다 군인에게 걸렸을 때 이 가족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날카롭기만 하던 군인의 얼굴이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띨 때 과연 전쟁이 왜, 누구를 위해 일어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총만 거둔다면 그들이 바로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형제인데 말이에요. 또 군인이 말한 것처럼 모두가 '그 무엇도 가족을 갈라놓을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 전쟁이란 없겠지요..
다행스럽게도 이 이야기는 소년과 가족이 다시 아빠를 만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런 해피엔딩을 현실에서 만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지요. 6·25 한국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어 버린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살아생전 내 가족과 고향을 만나리라 했던 그들의 다짐은 60여 년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까운 한으로 남기도 합니다. 전쟁의 이유도 모른 채 가족과 헤어져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전쟁이 왜 일어나면 안되는지 또 전쟁이 없어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말해주는 책입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지요. 학교에서도 관련 행사로 저학년은 무궁화, 태극기 그리기나 애국가 외워쓰기를 하고 고학년은 통일이나 호국안보에 관한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하더라구요. 작은아이는 애국가 쓰기라 어렵지 않았는데 큰아이는 무얼 할지 정하지 못하길래 그에 관련한 책들을 골라 읽어보게 했어요. 그리고 마침 이 책도 그 즈음에 만나 아이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 나누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작은아이랑 책을 읽고 카페에 올라온 [장벽] 도서의 독후활동지를 활용해 보았어요. '우리 가족이 남과 북에 나뉘어 산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요? 라는 질문글입니다. 엄마하고는 김장때 2박3일로 떨어져 있던 게 가장 길었던 이별이었는데 떨어져 산다는 걸 알까 싶어.. 그것과 비교 안되지만 그때 들었던 생각을 떠올려보자 했어요.
짤막한 단답형 말고 문장 글쓰기를 해보자 했더니 시가 낫겠답니다. ㅜ.ㅜ 자기가 북쪽에 있고 엄마와 아빠, 오빠는 남쪽에 살고 있다는 설정으로 하겠다면서요..^^
활동지에 쓴 글이 꼭 시화그림처럼 보이네요.^^ 주인공 소년이 어느새 홀로 북에 남은 딸아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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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색감의 그림과 제목에서부터 주제에 대한 무게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제목으로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듯 베를린 장벽을 소재로 한, 베를린 장벽 붕괴 26주년 기념으로 만든 책인데요. 장벽으로 인해 아빠와 생이별을 하게 된 소년이 아빠를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습니다.
모두가 잠든 사이 커다란 벽이 생겼습니다. 아빠는 하루 아침에 장벽 건너편에 갇혀 버렸지요. 아이는 아빠가 걱정입니다. 엄마는 아빠가 계신곳이 더 나을거라 달래주지만 아빠가 계신 곳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아이는 매일 밤 꿈을 꿉니다. 아빠가 장벽을 부수고 가족을 데리러 오는 꿈을 말이지요.. 아이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장벽을 넘고 싶어합니다. 저마다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지만 모두가 장벽을 무사히 넘지는 못합니다. 아이도 방법을 모색합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아빠를 영영 만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아이는 매일 조금씩 땅굴을 파고 군인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빠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대체적으로 어둡고 차가운 색감의 그림이 베를린 장벽이 들어섰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잘 대변해주는 듯 합니다. 특히, 아빠가 계신 서독은 밝고 따뜻한 색감을, 아이와 가족이 있는 동독은 차갑고 어두운 색감을 통해 서로 대비된 모습을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잠든 마을을 감시하는 커다란 군화발, 마냥 무섭기만 느껴지던 군인 아저씨의 선량한 미소, 땅굴을 파기 시작한 아빠 앞에 밝은 빛을 등지고 서있는 가족의 모습..... 그림만으로도 시대적 상황이며, 아이의 마음, 기쁨과 슬픔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남북분단이라는 우리의 현실과 닮아있는 내용과 무게감있는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먹먹한데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말 또한 큰 울림을 주고, 오래오래 귓가를 맴돕니다. 베를린 장벽은 지나간 과거가 아닙니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휴전선 너머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시금 하나가 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며칠 뒤면 6.25이고, 남북분단이 된 지 벌써 70년이 된다는 것을요. 이렇게 부모인 저는 남북분단이며, 휴전의 의미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게 된 반면 아이들은 이제 막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왜 6.25가 발발하고 휴전이 되었으며, 이 작은 땅덩어리가 남북으로 갈리게 되었는지를 곧잘 묻곤합니다. 휴전이면 전쟁이 끝난게 아니지 않냐며 당장이라도 북한과 전쟁을 할 수도 있겠다며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그 걱정과 궁금증을 덜어낼만한 답을 주기가 어렵곤 했는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어 주겠다는 생각입니다. 책을 읽어주니 아이들이 자연스레 남북분단의 현실을 떠올리고 통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냅니다. 한 나라가 서로 다른 이념으로 인해 둘로 나뉘는 것이 개개인에게 얼마나 큰 아픔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기에 통일의 이유와 필요성을 보다 크게 자각시켜주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이 아닐까 합니다. 책의 마지막 문구가 가슴에 콕 박혀 쉽사리 잊히지가 않습니다. 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꼭 오기를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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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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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젊은 여성과 최근 메르스(MERS)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고국의 부모님들은 바이러스보다도 '남북분단'의 상황을 더 두려워하신다고 전하더라고요. 심지어는 일가친척이 '남북한 전쟁 나면 어떡하느냐'고 한국행을 만류하기도 했답니다. 정작 대한민국의 국민은 남북분단, 대치상황을 적극 변화시킬 대상이 아닌, 피부처럼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여 가지만 말입니다. 미국의 대학생 중에는 북한과 남한을 구별 못 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매우 구체적 지식을 가지고 '어째서 한국인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외국에 있는 나보다도 무관심한 거냐?'고 콕 집어 물어오는 이도 있었지요. 톰 클로호지 콜의 <장벽 (원제: Wall)>을 뜨거운 마음으로 읽고 처음 드는 생각 역시, '어째서 정작 한국에서는 분단 현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그림책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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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화자이자 베를린 장벽 때문에 졸지에 아버지와 생이별한 소년에게 베를린 장벽은 그저 '커다란 벽'입니다.
모두가 잠든 사이 갑자기 세워져, 하루아침에 아빠를 반대편에 가둬버린 몹쓸 벽입니다. 아빠 없이 엄마와 여동생과 살게 된 소년은 상상합니다.
'아빠가 홀로 외롭지는 않으실까?' 꿈도 꿉니다. 아빠가 장벽을 부수고 가족을 데리러 오시는 꿈을. 달랑 작은 삽 하나를 들었을 뿐이지만,
꿈속에서 벽을 뚫은 아버지는 그 무엇보다도 위대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베를린 장벽은 철옹성입니다. 까마득하게 높고도 두텁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아이는 쉬지 않고, 아빠에게 갈 방법을 고민합니다. 아이뿐만이 아닙니다. 졸지에 가족과 생이별하게 된 많은 이들이 장벽을
넘으려 갖은 애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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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톰 클로호지 콜은 구구절절 설명 대신 위압적일만큼 커다란 군화를 크게 그려넣었습니다. 그 압도적인 군화발에 비하면 소년은
개미처럼 작고 미약해보입니다. 게다가 소년이 사는 도시는 군화 신은 군인의 감시 아래, 발가벗겨져 있습니다. 철저한 가시성의 영역 아래 놓여
자유를 빼앗겼습니다. 동독 서독을 오가는 편지도 검열 당하고, 가족을 되찾으려는 여러 전략도 취조 당하고, 장벽을 넘으려다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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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행동했습니다.
작은 손으로, 작은 삽 하나 달랑 가지고 땅굴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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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엄마와 여동생을 데리고 땅굴로 들어가려는 찰나, "멈춰 (Halt!)"라는 고함이 벼락처럼 소년을 덮칩니다. 무서워서 몸이
덜덜 떨렸지만 소년은 아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군인은 "그 무엇도 가족을 갈라놓을 수 없다(nothing should come
between a father and his family)"며 소년과 소년의 엄마와 오누이를 그냥 보내주었지요.
![]() 작가는 소년이 싸워서 찾은 자유,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는 자유를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장벽> 초반 삽화는 진한 청회색과 음울한 브라운 톤이 주를 이루어 인간의 의지와 가족애 따위를 비웃기라도 하는 전쟁과 구조적 힘을 무겁게 그려내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의 가족이 장벽을 넘자 화사한 오렌지와 보라색이 등장합니다.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소년이 내려다보는 서독은 빛의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물론 분단 상황의 아픔으로 깊은 상처는 입었지만, 소년의 아빠가 계시기에 밝은 오렌지빛을 발합니다. 작가는 이미 뭉클해진 독자에게 마지막 페이지에서 또 한 번 뭉클함을 선물해줍니다. 물어물어 찾아간 아빠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아빠 역시 땅굴을 파고 있었습니다. 책 꽂이에는 <밧줄 묶는 법>이니 <마리 A의 기억> 등의 책이 꽂혀 있습니다. 아빠 역시 가족을 품에 안고자 철옹성 장벽을 넘을 투쟁을 벌이고 있던 것입니다. "그 무엇도 가족을 갈라놓을 수 없다(nothing should come between a father and his family)"는 본문 문장이 귓가에 윙윙 맴돕니다. 분단 70주년의 대한민국에서도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기적을 꼭 만들어내었으면 합니다. 더 잊혀지고 약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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