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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중에서는 까치나 독수리처럼 인간에게 길조(吉兆)로 인식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불길하거나 혐오스러운 존재로 알려진 종류도 있다. 길조로 여겨지는 동물이야 인간들의 이런 생각이 별 상관없겠지만 흉조(凶兆)로 푸대접을 받는 동물 중에서는 생김새나 살아가는 환경 탓에 억울하게 욕을 먹고 있는 동물들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박쥐는 음습한 동굴에서 살아가는 동물로, 그 생김새가 쥐도 아니고 새도 아닌 이상한 생물이며 또한 몇몇 종류가 다른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는 이유 때문에 오래전부터 흉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박쥐에 대한 이러한 인식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박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오히려 박쥐가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쥐는 생물학적으로 쥐보다 두더지나 땃쥐에 가까운 동물로, 포유류 중에서는 유일하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생물이다.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하여 곤충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귀 앞쪽에 있는 이주(耳珠)와 코 뒤에 주름이 잡힌 비엽(鼻葉)이 초음파에 관련된 기관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비엽은 초음파를 흡수하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코가 딱딱해진 부분인데, 이는 마치 콧등이 쭈그러진 것처럼 보이는 탓에 박쥐의 얼굴을 더욱 흉측하게 보이게 한다. 하지만 물윗수염박쥐와 토끼박쥐와 같은 대부분의 박쥐류에는 이러한 비엽이 없어서 마치 햄스터처럼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
박쥐는 살아있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생물로 널리 인식되어 있지만 사실 박쥐류 중에서 흡혈박쥐는 단 세 종류뿐이라고 한다. 딱 세 종류밖에 없는 흡혈박쥐 때문에 나머지 수백 종의 박쥐들이 전부 피를 빨아먹는 혐오스런 동물로 오해를 받았으니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은 푸대접이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흡혈 박쥐는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류의 피부에 상처를 내어 그 피를 핥아먹는데 이러한 박쥐류는 잘 날아다니지 못하며 바닥을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다른 대부분의 박쥐들은 나방, 모기 등의 곤충을 잡아먹거나 꽃의 꿀을 빨아먹고 살며, 열대지방에 사는 대형 박쥐들 중에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사는 종류도 있다.
또한 박쥐는 하늘을 날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다리의 근육이 거의 퇴화되어 몇몇의 힘줄만이 남게 되었다. 박쥐가 중력에 의존해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한다.
저자는 박쥐가 인간에게 얼마나 유익한 동물인지를 서술하면서 주위에서 박쥐를 발견하면 무작정 죽이지 말고 자신에게 연락을 해달라는 말을 간단히 적고 있다. 저자가 책에 직접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메일 주소를 남긴 것을 보고 그가 얼마나 박쥐에게 애정과 정성을 쏟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박쥐의 모성애 또한 사람의 그것에 못지않다. 박쥐는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데 무리를 지어 사는 박쥐의 경우, 수많은 다른 새끼들 가운데에서도 냄새를 맡아 자신의 새끼를 분명히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또 어미는 거꾸로 매달려 새끼에게 젖을 주는데 위험에 처하면 새끼를 배에 붙이고 함께 도망친다. 이런 박쥐의 모성애만 보아도 충분히 흉조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듯하다.
박쥐는 집단을 이루어 살기도 하고 혼자서 살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 박쥐떼가 많으면 몇 만 마리의 대규모 집단를 이루기도 하는데, 날이 저물어 이들이 동굴 밖으로 날아갈 때면 마치 검은 구름이 이는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박쥐를 혐오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는 관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박쥐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요즘은 동굴에서도 박쥐의 군락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황금박쥐라고 불리는 붉은 박쥐는 멸종위기종에 올라 있는 것으로, 관찰하는 데에도 환경부의 허락이 필요한 희귀종이다.
이 책이 다른 박쥐에 관한 책들과 다른 점은 바로 박쥐에 대한 보호와 그 방법이 한 단락에 걸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박쥐의 생태와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박쥐의 실태와 그 이유, 해결방안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박쥐를 약재로 사용하고 있는 현 실태를 고발하고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박쥐를 보호하고 있는지 그 사례를 들면서 박쥐집 만들기나 박쥐 먹이주기 등 많은 보호활동을 적극 권장하였다. 이러한 대목에서 저자가 얼마나 박쥐라는 동물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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