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에폭시 기법의 표지는 예전의 골목길이 있는 상가를 연상시킨다.
<이책은> 서평 모집 당첨 도서
<저자는>
<책읽은 소감> 중국소설도 나름이겠지만 중국 역사와 연관된 게 아니라면 우리네 소설과 별반 다름이 없다는데서 거부감이 덜하다. 대륙의 문화이자 우리네와 역사상 여러 가지로 연관이 있어선지 닮거나 비슷하다. 전작에 이어지는 책이라 역시나 서민들의 삶이 배경이다. 전작 '말 한 마디 때문에:옌진을 떠나는 이야기' 이후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디: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만났다.
말 한 마디...나 만 마디...나 스타일은 거의 같은데 말 한 마디...는 내가 밑줄을 많이 그은 반면 만 마디...에서는 초반 몇 줄 뿐이다. 감동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닌 전작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속담 혹은 문구가 중국소설에서나 가능하다 싶은 나만이 느끼는 유머가 많았는데 여기선 그런 흥취는 없었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결코 웃기려 하지 않는 가운데 비어져 나오는 웃음은 기분좋음인데 그런게 없었다.
이 책의 스타일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떤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이 많다. 인물들을 소개하는게 몇 줄씩 되고 그 연관되는 지역명이 등장한다. 거기서 알게 된 연유가 등장하고 어찌어찌(사실은 큰일은 아닌)하여 일이 생기고 그 일로 인해 방문하려던 목적을 금방 포기하는 것. 그 포기하는 이유가 아주 사소한 비겁함 같은데 그걸 말장난처럼 나열하다보면 그게 맞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이런 식의 나열이다.
등장 인물이 많고 생소한 지역명하며 나중에는 누가 누구더라, 어떤 연관성이 있었나, 거기는 어디였지 등등 헷갈리지 시작한다. 아무리 정신을 집중하고 읽어도 끝까지 가는 동안 반복되는 스타일이다. 지루한 느낌은 크지 않다. 크게 머릿속으로 정신집중해야하는 이야기들은 아니기에.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친절함을 발휘한다. 앞전의 여차저차한 상황을 예의 쉬운 말로 간략설명을 해준다. 평소 같은 상황을 여러 번 반복해 주는걸 아주 짜증내는 내가 여기선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생각을 하고 있더라는.
전작 말 한 마디 때문에:옌진을 떠나는 이야기 에서 우모세와 우샹샹이 딸 하나를 둔 상태서 우샹샹은 도망가고, 부녀가 살 길을 찾는 가운데 딸을 인신매매 당한다. 우모세는 딸을 찾으러 동분서주한 가운데...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는 그 딸이 이러저러한 여러 사연을 거치면서 성이 여러 번 바뀌고 자신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결혼까지 한 상황이다. 자식을 여러 남매 두었으나 남편과는 웬수 아닌 원수처럼 지내다 남편이 죽고 평소 정도 주지 않았던 둘째 아들에게만 듣던지 말던지 자신의 육십 년 전 이야기를 해준다던지...
둘째 아들인 뉴아이궈가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결혼하고 그 결혼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일들의 나열이다. 자신이 답답하고 어려운 일이 생겨 상의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친구, 일상에서 어렵사리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생겼을때 대처하는 방법에서 실망하는 이야기, 결혼으로 인해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그 일로 인해 살인까지 하고싶은 충동을 느낀일, 그 와중에 어머니가 자신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 자신의 딸과 어머니가 대화가 되는 일 등등이다.
우리네도 살다가 대부분은 난관에 봉착했을 때 떠올리는 친구나, 지인, 이웃들에서 느낄 법한 이야기들이 소탈하게 펼쳐진다. 저마다의 사람들은 한 길인 마음인데도 평생을 살아도 알기 어려운데 평소 어떤 행동과 말투였는지에서 비호감과 호감으로 갈리는 경우를 본다. 주인공처럼 말이 없으면서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면서, 장추홍이라는 여인을 만나 처음으로 남자로 살아야하는 기쁨을 느낀거며 말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을 생각해내곤, 그게 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의 실마리와 만난다. 한 평생을 살며 마음 맞는 사람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 가족이든, 친구든, 지인이든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다. |
|
현대 중국이라면 조금은 통제된 사회를 연상하는 우리들의 입장이다. 공산 정권이라는 것이 구속과 억압을 주된 요소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런 사회적 구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자연스러운 여행, 자유스러운 삶 등이 바탕이 되어 인간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는 글이다. 읽으면서 현대 중국의 이야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많이 인간화된 인민의 정권의 치하가 보여, 세상의 변화된 흐름을 느껴보았다.
책은 중국의 고전적 소설 구성 기법인 회장체의 모습을 보이는 글로 되어 있다. 내용을 묶어 나누어 소제목을 적고 그것을 긴밀하게 연결해 나가는 형식이 그것이다. 중국의 많은 고전 소설들이 그러한 표현법을 사용하여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우리 소설 중에서도 구운몽 같은 것은 이러한 류에 속한다. 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등 기서에 해당하는 소설들도 이렇게 구성하고 있다. 중국 전통적인 소설 구성법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기법을 현대에 되살려 쓰고 있다. 그러면서 더 발전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소설이 가치 있는 이유다.
글은 연상의 기법을 사용하고도 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다른 인물의 얘기로 넘어 간다. 무려 한 세기를 이루는 가족의 이야기를 편재하여 그 속살을 끄집어내어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 얘기를 하면서 소통의 얘기를 해나가다가 어머니의 얘기로 넘어간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한참이나 하다가 할아버지의 얘기로 옮겨 간다. 친할아버지가 어머니를 잃어버리는 이야기, 그리고 또 어머니가 다른 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어머니의 상장기가 그려지고, 소통의 문제가 언급된다.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연속되고, 그것은 고독으로 남는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참으로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존재가 없는 것이다. 가족들과의 만남에서도 자신을 다 내어놓을 수 없다. 서로 상처를 입는 대화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말이 작아지게 된다.
주된 화자의 어머니 이야기가 많이 제시된다. 그녀의 이름은 차오칭어다. 아이 하나가 팔려간 것은 원래 아주 큰일이었다. 삼십삼 년이 지나 이 아이가 돌아온 것도 아주 큰일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팔려간 것은 삼십삼 년 전의 일이고 삼십삼 년 전의 큰일이 삼십삼 년 뒤에는 ‘소문’으로 변하고 말았다. 과거에 직접 일을 당한 사람들은 떠나거나 죽었고 남아서 ‘소문’을 듣는 사람들은 지난 세대의 일을 큰일로 여기지 않았다. 삼신삼 년 전에 사람을 판 것을 큰일로 여기는 사람도 없었고 삼십삼 년 후에 돌아온 것을 큰일로 여기는 사람도 없었다. 만감이 교차하긴 했지만 말을 하자면 한가한 얘기에 지나지 않았다. 차오칭어의 그가 태어난 옌진에 들었을 때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녀가 떠났을 때의 상황은 아무 큰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하나의 무의미한 이야기로만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인간 관계와 시간의 흐름이 미묘하게 일상적인 삶에 다가가는 무게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개인에게는 소중한 일이 시간을 통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일이 되어 있음을 만나면서 그녀는 삶의 가치를 뇌여 보는 것이다.
내용들이 참으로 자연스럽다. 우리들 사회의 모습과 별다른 점이 없다. 결혼과 관련된 내용도 그렇다. 강가에는 구백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었고 서족 하늘에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누나의 남동생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여 강가에 앉았다. 강물이 두 사람의 발 아래로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차오칭어는 살아 있을 때 뉴아이궈에게 옛날 자신과 뉴수다오의 혼사는 오십년 전에 그녀의 아버지 라오자오와 아버지의 친구인 라오한, 그리고 샤오원이 강가에서 상의한 결과라고 말한 적이 있다. 라오자오는 차오칭어의 아버지고 화자의 할아버지다. 뉴수다오는 화자의 아버지다. 이 글은 뉴아이궈에 의해 전개되어 간다고 보면 될 것이다. 위 내용은 한 인간의 삶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주변의 생각들에 의해 결정되어 가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는 부분이다. 차오칭어는 뉴수다오에게 시집 가기를 완강하게 거부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인물도 있고, 뉴수다오는 자신이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의 상황에 의해, 그들의 생각에 의해 결국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벌어졌던 일이다. 부모들이 결정하고 당사자들은 얼굴도 모르고 결혼해야 하는 일까지 있는 것이 우리의 경우다. 그런데 이 경우는 그렇게까지는 않다.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이 감정의 굴국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결국은 아픔이 남는 결혼이 된다.
인간 관계에서 서로의 뜻을 나눌 수 있는 자들이 극히 적은 것이 현대의 모습이리라. 글 속에서 제시된 인물들도 마음을 나누는 자들이 적음을 보여준다. 아니 진정으로 자신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자들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내용이 글 전편으로 흐르는 인간 관계의 모습이다. 그것은 고독과 연결된다. 그러기에 인물들의 말을 하고 말을 듣는 것이 어렵게 이루어져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처음 팡리나의 일이 터졌을 때 뉴아이궈는 먼저 허난 핑산으로 가서 두칭하이에게 몸을 기탁했다가, 산시 린펀으로 가서 동창생 리커즈에게 몸을 기탁했었다. 핑산으로 가든 린펀으로 가든 마음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집에 있을 때보다 더 혼란스러워 필산과 린펀을 떠나야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헤베이 보터우로 가니 마음이 혼란스럽지 않아 그곳에 남아 창저우 두제품 공장에서 차를 몰게 되었다. 하지만 보터우와 창저우가 친근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팡리나가 또 일을 내는 바람에 혀난 화현에 왔더니 마음이 혼란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친밀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화현으로 천쿠아이를 찾아온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 두칭하이, 리커즈, 천쿠아이 등은 화자가 한 때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들이다. 팡리나는 화자의 아내다. 주인공의 삶이 잘 표현되어 있는 부분이다. 많은 부분 어머니인 차오칭어의 얘기로 엮어져 나가는데, 이 부분에 와서는 이야기를 조각해 나가야 하는 필요에 의해 자신의 삶이 일목요연하게 그려진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고독한 자신의 삶을 이루어져 오고, 자신의 심리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가 잘 드러난다. 한 가족의 부분에 속하는 평범한 자를 주인공으로 세워 인생의 문제들을, 그 삶의 고독을 짚어보고 있다. 삶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마 이것이 지난 공산주의 체제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많이 변화된 중국 사회가 만들어낸 한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공산 정권 이전에 인간 본연의 삶이 녹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글을 읽으면서 중국 현대 문학 속에 되살린 고전적인 글쓰기 형태라고 보았다. 고전적인 글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화법이다. 내용도 현대인의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모색해 보고 찾아보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과 진배가 없어 잘 다가든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대동소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일반론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삶의 본원적인 아픔을 읽어 보면서 어떻게 이겨나가는가 하는 생각해 보는 글이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
|
얼마 전에 읽었던 [말 한 마디 때문에]의 2부이다. 여전히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뉴아이궈이다. 생소한 인물이지만, 내용을 읽어 나가다 보면 1부와의 연결고리를 금새 발견할 수 있다. 뉴아이궈는 차오칭어의 아들 중의 한 명이다. 차오칭어라고 하면 낯설지만, 양아버지인 양모세와 함께 있다 납치를 당해 사라진 아이인 챠오링과 동일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아이가 없던 한 부부에게 팔려 간 챠오링은 양어머니와 좋지 못한 사이를 유지하면서 자란다. 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뉴아이궈의 인생도 그다지 순조롭지 못하다. 결혼한 팡리나는 계속 상대를 바꿔 가며 외도를 하고, 친구들과도 사이가 틀어지곤 한다. 책의 첫머리에는 뉴아이궈의 소중한 사람이 나온다. 동창인 펑원슈와 군대전우인 두칭하이, 건설현장에서 만난 천쿠이이. 만터우 하나때문에 원수가 된 아버지들, 뉴아이궈와 펑원슈는 무척 친밀한 사이였지만 결국 말 한 마디때문에 절교한다. 자루 속에 담긴 은화에 얽힌 말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라오딩과 라오한. 절절한 말 한 마디때문에 평생 친구가 된 라오한과 라오차오. 책 속 인물들에게 있어서 말 한 마디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을 편히 할 수 있는 상대가 친밀한 상대이고, 거짓으로 꾸며서 하는 말은 아무리 멋진 말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팡리나와 이혼하지 않고 부부의 관계를 이어볼려고 뉴아이궈가 하는 말이 대표적인 꾸민 말이다. 상대방에게 좋은 말만 하려고 노력하지만, 듣는 상대방은 전혀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나쁘게 듣는 말이 되고 만다. 서로에게 했던 좋지 못한 말 한 마디는 몇 십 년의 세월도 건너 뛰어서 상대방의 마음에 깊이 박히는 화살이 된다. 그 화살은 결코 뺄 수 없다. 어머니인 차오칭어가 하고 싶었지만 알아듣지 못했던 말 한 마디. 우모세가 차오링에게 했던 말 한 마디. 장추홍이 뉴아이궈에게 하고 싶다던 말 한 마디. 책은 열린 결말로 이끌어낸다. 꽉 닫힌 결말을 좋아하는 나는 작가님이 원망스럽다. 그래서 하고 싶다는 말이 뭐였는데요? 말 한 마디에 그 사람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을만큼, 우리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중요하다.
|
![]()
요즘처럼 SNS를 통해 개인의 생각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오픈되는 상황에서, 침묵보다 자기표현이 미덕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왜 타인을 더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제대로 소통하고 있지 못한 걸까요? 그래서인지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답니다. 제대로 된 말 한마디, 타인에게 공감하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법을 이 책을 통해 배워볼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요. 게다가 이 책은 중국 문단을 뜨겁게 달군 대형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마오둔 문학상, 인민 문학상, 최우수 장편소설, 올해의 좋은 책 등을 휩쓸었으며 중국 최고의 사실주의 작가, 류전윈의 <말 한 마디 때문에>의 2부 이자 스핀오프격인 작품이라 합니다. 이 저자의 작품이 세계 10여 개국에 번역 소개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고 향토적이며, 어쩌면 모두가 고독한 인물들입니다. 주변에 사람은 있지만 제대로 소통할 수 없어 도피하고, 때론 그릇된 곳에서 위로를 받으려 하는 사람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해야 하는 말만 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할 말이 사라져버린 관계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은 존재 자체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틀리다고 단정 짓고 서로 배척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을 시작했는데 말을 나누는 순간 더 고독해지는 아이러니를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래서 우리는 서서히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내부로 침식해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각자 내뱉는 말들이 또 얼마나 공허하게 서로를 휘감게 되는지... 말이 통하는 친구, 진심으로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소통할 수 있는 한 사람만 있다면 그의 삶은 결코 외롭지 않을 텐데요. <만 마디 말을 대신하는 말 한마디>를 찾기 위해서 백 년의 고독을 겪어나가는 사람들. 한 번 내뱉은 사소한 말 한마디가 주는 무게와 파급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모든 오해의 화근이 되기도 하고 또 지극한 힘과 용기의 근원이 되어주기도 하는 그 말 한마디의 위력을 실생활에서도 가슴 무겁게 절감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 더욱 고통스럽게 대면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
|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는 제목으로 보아 1부인 <말 한 마디 때문에>와는 전혀 딴판인 말에 대해 그리고 있을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읽어보면 1부와 2부 모두가 말의 두 가지 모습에 대해 함께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문제와 사건을 일으키는 말, 상처 입은 이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말.
전작에서 라오페이는 아내 라오차이가 자신의 누나를 욕한 것에 화를 내고 그녀의 따귀를 때렸다가 그녀의 친정 오빠에게 과거의 잘못까지 모조리 들춰져 똑같이 따귀를 얻어맞는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화가 나 아내의 친정 오빠를 죽이겠다며 칼을 들고 길을 나선다. 그러다가 길가에서 양바이순이 들려준 하루 동안의 일 덕분에 사람을 죽이려던 생각을 접는다. 양바이순의 말이 그의 발길을 잡은 것이 된 셈이다. 그러므로 전작의 제목이 <말 한 마디 때문에>이긴 하지만 '말 한 마디 덕분에'의 요소도 곳곳에 녹아 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삶을 장악한 말 한 마디가 그리는 보통사람들 이야기'라고 쓰여 있다. 제목도 무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이다. 그런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주인공 뉴아이궈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말을 친구로부터, 애인으로부터, 몰랐던 친척으로부터(엄마에게 온 편지) 듣는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리 중요치 않고 나중에서야 그 말의 내용을 궁금해하며 발언자를 찾아간다. 그 말들은 그의 목적지가 되지만, 마지막에서야 다뤄지고 있으므로 그 말들이 그의 삶을 장악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전작에서처럼 누군가의 어설픈 조언이나 관심을 두고 있던 이가 했던 말 등이 많은 일들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1부와 2부의 내용과 주제를 굳이 나눠 생각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뉴아이궈가 펑원슈에게 했던 말도 역시 취중에 한 말이었다. 하지만 몇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말짱하게 깨어있는 상태에서 한 말이 되어버렸었다. 이 말은 다시 몇 사람의 입을 거쳐 뉴아이궈의 귀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뉴아이궈가 손에 칼을 쥐고 사람을 죽이려 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샤오쟝의 아들이나 팡리나를 죽여야 할 것이 아니라 펑원슈를 죽여야 할 것 같았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친구가 이를 폭로하는 바람에 자신이 했던 말이 모두 칼이 되어 반대로 자신을 찌르려고 달려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런 말들을 자신이 했었던가? 했었다. 이런 의미였나? 이런 의미였다. 또 이런 의미가 아니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해명할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변하고 장소가 변하면 사람도 변하기 때문이다. 말이 몇 가지 통로를 거치면서 뉴아이궈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살인한 것보다 더 악독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말이 독한 것은 바로 이런 데에 있었다. (p. 169) 중국 여자들은 기가 세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지난 작품에 이어 이 작품을 읽으며 그 기 센 중국 여자들의 모습을 또렷이 본 느낌이 들었다. 기가 센 것도 사람 나름이겠으나,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 대다수가 남편들을 휘어잡고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본인이 직접 결정한다. 만일 남편이 본인의 뜻대로 행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난리법석이 나는데, 이따금 그 남편들이 꽤나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한 전편이나 이 편이나 어떤 문제가 조금 크게 불거지면 등장인물들은 너도 나도 칼을 든다. 다행히 작품 내에는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 없었으나 중국인들이 보복을 어떻게 여기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봤더니 중국인들은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보복을 중요시(?) 여긴다는 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값비싼 시계를 훔친 중국 여자가 어쩔 수 없이 시계를 돌려주면서도 뻔뻔하게 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뻔뻔하기까지 한 모습도 인터넷에서 찾아본 글들에서 중국인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묘사되고 있었다. 내가 접해보지 못한 세계의 면면을 이렇게 글을 통해 얻게 되니 재밌다. 이래서 소설을 읽는 거겠지. 전편의 마지막에서 양바이순의 의붓딸 차오링은 인신매매범에 의해 납치를 당한다. 그녀는 라오차오 내외에게 팔려 연고도 없는 곳에서 가오씬이자 차오칭어로 살아가게 된다. 차오칭어의 아들 뉴아이궈는 어릴 적 엄마가 막내동생만 예뻐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항상 큰소리로 남편과 아이들을 혼내거나 꼬집는 등 그리 애정 어린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뉴아이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여간 서먹하지 않다. 그런 그녀가 늙어서는 겨울 밤마다 다른 자식도 아닌 뉴아이궈에게 자신의 살아온 역사를 구구절절 들려준다. 그저 늙은 어미의 한담으로만 생각되었으나, 뒷날에야 그는 엄마가 그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를 알게 된다. 친위안을 떠나 어디로 갈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베이징에 가서 다른 사람을 도와 건축 현장에서 차를 몰게 되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차오칭어는 팡리나가 일을 낸 것을 알고 있었고 뉴아이궈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것도 알고 있었다. 뉴아이궈는 차오칭어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하지 않았고 그녀도 굳이 들춰내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 아픈 부분을 들춰내지 않은 것을 보고서 뉴아이궈는 차오칭어가 과연 엄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p. 179) 세 사람이 먹은 음식은 양육탕과 샤오빙이었다. 뉴아이쟝과 뉴아이샹은 몇 술 뜨다가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뉴아이궈는 창저우에서 친위안으로 오느라 사흘 동안 바삐 움직인 데다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했다. 이제 눈앞에 친위안의 음식을 대하고 보니 너무나 맛있어 허겁지겁 샤오빙 다섯 개를 먹어치우고 커다란 사발에 가득 담긴 양육탕을 깨끗이 비웠다.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정신없이 먹어댔다. 순간 차오칭어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고 한 달 동안 음식을 넘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반면에 자신은 음식이 너무 맛있어 단숨에 샤오빙 다섯 개와 커다란 양육탕 사발을 깨끗이 비웠다는 걸 생각하니 송구스런 마음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빈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그는 하염없이 울었다. (p. 217) 서먹하고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가족은 가족, 특히 부모와 자식 관계는 더욱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란 이야기이다. 뉴아이궈가 자신의 엄마 차오링어를 엄마로서 다시 보게 되었듯이 그 차오링어 또한 의붓엄마와의 관계를 다시 조정하게 된다. 라오차이의 아내 또한 늙은 뒤에는 늘 투닥거리던 의붓딸 차오링어와 애정 넘치는 수다를 늘어놓으며 딸이 집으로 돌아갈 때면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흘린다. 가족은 천륜이라 하지만 사실 세상에 그렇게 단순하게 정해지는 것은 없다. 그것 역시 다른 관계들과 마찬가지로 오래오래 두고 고을수록 진한 관계로 정립되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삼대는 서로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행운을 누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맞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진정한 가족은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에선 더욱 강하게 연결되는 법이니까. (그래서 철없는 이 딸은 결혼한 뒤에야 엄마가 그리 걱정되는 모양이다.) 건량을 나눠 먹은 두 사람은 또다시 버스 정거장에 있는 홰나무 아래 앉아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차가 한 대 들어왔지만 차오칭어는 타지 않았다. 그 다음 차가 들어왔는데도 차오칭어는 타지 않았다. 그러자 라오차오의 아내가 말했다. "처음에 널 샹위안현으로 시집보낼 때는 너무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먼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차오칭어가 말했다. "왜요?" "길이 머니까 내가 이렇게 널 배웅할 수 있잖니." 그러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너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서야 이렇게 많은 얘기들이 생각난 것과 마찬가지지." 마지막 시외버스가 떠나려고 하자 차오칭어는 그제야 차에 올랐다. 차에 올라 차창 밖을 내다보니 텅 빈 정거장에 엄마 혼자만 남아 지팡이를 짚은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차오칭어의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P. 226) 읽으면서 참 의아했던 것이 있다. 저자가 앞서 어떤 사람에 대해 설명했던 말을 뒤에 가서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그냥 그 사건을 특정해 주고 나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도 될 텐데 왜 굳이 했던 설명을 반복하는지, 저자의 습관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요없는 부가설명이 아닌가 싶었다. 또한 어떤 일에 대한 인물의 속마음을 알릴 때도 그저 '이렇다'라고 하면 될 것을 '이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저렇다는 것을 의미했다'라는 식으로 쓰고 있다. 98페이지에 '하지만 그녀는 옌진을 욕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친위안현과 뉴쟈좡을 신랄하게 욕했다. 친위안현과 뉴쟈좡에 못마땅한 바가 있어서가 아니라, 혼담이 오가기 전에 라오차오가 그녀와 먼저 상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녀가 따지고자 한 건 혼사가 아니라 집안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하는 것이었다.'라는 부분이 있다. 그냥 '하지만 그녀는 옌진을 욕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친위안현과 뉴쟈좡을 신랄하게 욕했다. 혼담이 오가기 전에 라오차오가 그녀와 먼저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집안에서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문제였기 때문이었다'라는 식으로 써도 괜찮지 않았을까? 굳이 뒤에 감춰진 부분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는 다 알 텐데 말이다. 내가 중국어를 한다면 그에게 왜 그러는 건지 무슨 의도가 있는 건지 묻고 싶은 점이다. 뭔가 뜻이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뉴아이궈에게 엄마가, 처음 보게 된 먼 친척이 하는 말인데, 180페이지의 '"내가 철저하게 파악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단다. 세월이 한 번 지나가면 더 이상 이전의 세월이 아니라는 게다."'와 310페이지의 '"세월이란 지나간 뒤를 말하는 거예요. 지나가지 않은 건 세월이 아니지요. 이 점을 확실하게 인식하지 않았다면 오늘 이순간까지 살지도 못했을 거예요."'가 바로 그것들이다. 다시금 문장을 읽어봐도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여인은 도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순수문학작품(문학성에 비춰 생각할 때)을 읽고 나면 마음이 참 뿌듯하다. 요즘의 단순하고 가벼운 소설도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으나 무언가 알찬 느낌은 순수문학작품을 읽고 났을 때만 갖게 되는 특별한 감동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너무나 자질구레하고 빤한 소시민들의 참으로 우울하고 괴로운 일도 저자 류전윈은 마치 시트콤처럼 가볍고 심지어는 유쾌하게 여겨질 정도로까지 그려내었다. 그래서 이 작품 속의 중국이 더욱 정답고 가깝게 느껴지는 것일 것이다. 참고로, 이 책에는 오탈자가 정말 많았다. 서평책이었는데도 오탈자 때문에 짜증이 났다. 편집자가 워낙 하는 일이 많은 일인지라 오탈자를 잡아내기 힘들다면 출판사 차원에서 교정직이라도 따로 두어야 하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건의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좋은 작품이 오탈자 때문에 외면을 받는 최악의 사태는 없었으면 좋겠다. 발견된 오탈자들은 2쇄에서는 모두 수정될 거라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
|
이 소설의 지은이 류전원은 위화, 옌렌커, 쑤퉁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중 한명으로 중국 신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옌진을 떠나는 이야기’와 ‘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20세기 초의 중화민국에서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근 10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은 중국 공산당의 이념적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농촌의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급속도로 해체되고 불균형과 부조화 속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며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중국인들이 처한 정신적인 상황을 바라본다. 소중한 사람이란 돈이 떨어졌을 때 돈을 빌려줄 수 있고 일이 생겼을 때 도와서 일을 처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거나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찾아가 상의할 수 있는 사람 혹은 말할 만한 구체적인 일은 없지만 마음이 우울할 때 찾아가서 잠시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함께 앉아 걱정과 근심을 털어놓으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한결 속이 편해질 수 있었다.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p.9)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 개방 후 중국이 겪는 세태를 사실적으로 짚어내는 작품을 주로 써 온 작가는 소설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에 관해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일상을 지배하는 핸드폰이 역사 이래 사람 사이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해주지만, 갈수록 거짓말의 수단이 되고 있는 세태를 비판한 <핸드폰>이라는 작품에서도 이 소통을 소설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는 뉴아이궈가 주인공이다. 먼저, 앞부분인 옌진을 떠나는 이야기 에서 가난했던 5세 엄마가 인신매매범에 납치된 이야기, 5세에 인신매매범에 잡혀 팔려가면서도 새아버지 우모세를 그리던 엄마, 새로운 집에서의 학대와 욕설에 이전의 아버지였던 우모세를 그리워하는 엄마, 마지막 죽으면서도 고향에 가고 싶었던 엄마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고향 옌진을 찾게된다. 주변에 사람은 있지만 제대로 소통할 수 없어 도피하고, 때론 그릇된 곳에서 위로를 받으려 하는 사람들을 소시민인 뉴아이궈의 인생역정을 통해 인간고독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한 작품이다. |
|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류전윈]중국 문학의 또다른 맛을 알게 한 책~
뜻을 전달하는 데 굳이 많은 말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꼭 필요한 말만 명쾌하게 할 수 있어도 의도는 잘 전달된다. 말 한 마디가 말 만 마디를 대신하기도 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설을 만났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중국 소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본 느낌이다. 말에는 듣고 싶은 말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다. 듣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말이 일치하진 않기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무궁무진 할 것이다.
주인공 뉴아이궈(牛愛國)는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한다. 35살이 된 그는 의지할 친구가 딱 3명 있다. 펑원슈, 두칭하이, 천쿠이이는 언제나 상의할 수 있는 사람,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다.
펑원슈와는 초중고 동창이다. 하지만 그들의 아버지 사이는 말을 하지 않는 사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 만터우 하나로 인한 말 한마디 때문에 원수가 된 것이다, 뉴아이궈와 펑원슈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뉴아이궈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펑원슈를 찾아가면 펑원슈는 뉴아이궈의 고민을 한 마디로 정리하게 도와준다. 하지만 뉴아이궈가 군대 갔다 온 이후로 더 이상 펑원슈의 말을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펑원슈는 술병에 걸려버린다.
두칭하이는 군대에서 만난 친구다. 운전병이 되어 운전을 배우고 싶었던 뉴아이궈는 운전병 대신에 취사병이 되었고 그런 뉴아이궈에게 운전병 두칭하이는 자신이 몰던 트럭을 몰래 가져와 운전을 가르쳐주었다.
천쿠이이는 도로공사를 하면서 알게 된 마음을 터놓는 친구다.
어쨌든, 군대를 다녀 온 뉴아이궈는 결혼을 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말을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탓일까? 아내 팡리나는 결혼에 싫증을 내고 바람을 피운다. 하지만 뉴아이궈는 그런 아내를 내치지도 못하고 내색도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가난했던 5세 엄마가 인신매매범에 납치된 이야기, 5세에 인신매매범에 잡혀 팔려가면서도 새아버지 우모세를 그리던 엄마, 새로운 집에서의 학대와 욕설에 이전의 아버지였던 우모세를 그리워하는 엄마, 마지막 죽으면서도 고향에 가고 싶었던 엄마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고향 옌진을 찾게되고, 옌진에서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70년 전의 우모세처럼 살아가는 뉴아이궈는 하고 싶은 한 마디 때문에 장추홍을 찾아 따나고......
엄마의 고향을 찾았다가 알게 된 엄마와 외할아버지 우모세 이야기, 주인공 뉴아이궈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이야기는 모두 말 한마디와 관련되어 있다. 말 한마디로 연결되어지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같다. 하고 싶은 말이든, 듣고 싶은 말이든 필요한 말은 딱 한 마디일 것이다. 사랑해, 네가 필요해, 미안해, 고마워....... 필요한 말은 딱 한 마디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말에 대한 스토리가 이리도 방대할 줄이야.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서로 엇갈리는 것도 묘하고 말로 인해 벌어지는 오해와 화해를 보며 말 한마디의 마력을 체감하게 된다. 다양한 중국인들의 생각, 풍습, 언어습관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책이다. 말과 관련해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니, 대단타. 중국 문학의 또다른 맛을 알게 된 책이다. |
|
그는 그녀를 만나서 전할 한마디 말은 무엇일까?
![]() ![]() ![]() 류전윈 현대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중의 한분이라고 한다.그런데 잘 몰라서 호기심이 발동하여 읽고 싶어졌고 요즘 중국작가분들의 작품들이 그들의 스타일이 뚜렷하여 참 좋은 인상이라 기대감이 컸었다.그리고 제목이 참 마음에 와닿기도 했었다. 참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각자마다 이야기가 있다.4세대의 연대기라고 해도 무관할만큼 주인공 뉴아이궈를 중심으로 엄마인 차오칭어와 옌진의 외할아버지 우모세,딸인 바이후이를 아우르는 4세대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스토리와 많은 등장인물인 뉴아이궈의 아버지 뉴슈다오,그의 친구 펑스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많은 친구,펑원슈,두칭하이,천쿠아이,리커즈등과 여러 경로로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아내인 팡리나,그녀의 불륜남 샤오장과 그의 가족,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한 추어리판,그 곳의 '라오리 미식성'사장 리쿤과 그의 아내이자 중요인물인 장추홍. 뉴아이궈의 형과 누나.동생에 그들의 가족들까지... 그밖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뉴아이궈의 엄마인 차오칭어의 이야기속에도 많은 인물과 이야기가 있다. 차오칭어가 '가이씬'이었던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그녀가 옌진에서 찾으려했던 그녀의 새아버지 우모세를 빼놓을 수 없다.그리고 그녀를 사서 길러준 부모와 그들의 둘러싼 인물들과 이야기들... 알고보니 한사람을 둘러싸고 참으로 많은 사람이 뻗어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삶에도 그 만큼 많은 사람이 있을테고 그들의 삶은 또다른 이야기들이 존재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제목에서처럼 말이 많다.더우기 이야기가 많다. 또 서로 많은 말을 하기도 하고 그 말로 화도 부르기도 하고 때론 오해가 쌓였는데도 아무 말을 하지않아 서로 멀어지기도 한다. 엄마가 옌진의 우모세를 이야기한 것은 모종의 암시였다는 것을 알았다. 부제로 '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로 되어서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것같았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서른 다섯의 뉴아이궈를 보면서 그 시절의 우모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그리고 그 큰 북경에서 비겁하게 도망쳤던 뉴아이궈는 과연 그녀를 찾아서 만날 수 있을까? 늦게라도 그녀를 찾아나선 뉴아이궈가 좋아지기도 하면서 그녀에게 하려는 그 한마디가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마지막 매형인 쑨제팡에게 한 말은 거짓말이면서도 중의적인 의미로 자신에 대한 다짐같기도 해서 내 마음도 두가지로 갈라지기도 했다.또다른 우모세의 모습일지,아님 정말 그가 달라질지... 작가의 소설은 정말 인물들이 많았고 각자의 스토리도 많았다. 참 중국적이라는 생각을 했다.그리고 나름의 황량한 그림으로 상상도 되기도 했다.작가의 글이 간결해서 이런 것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났었다. 확실히 나라마다 소설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도 새삼 느껴지기도 했다. 뉴아이궈의 그 한마디가 너무 궁금해서 나는 꿈까지 꾸었다^^
소설<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
|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수호전을 떠올리게 한다는 소개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읽으면서 동감하는 부분이 있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등장인물들이 많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서사의 묘미를 마구 발산하고 있는 책 안에서 만남과 이별을 하는 과정에 서로 부대끼며 이해하고 소통한다. 주변에서 흔하게 살필 수 있는 그런 등장인물들이다. 때로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머릿속을 어지럽게도 만든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더욱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제목이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다르게 제목을 지었을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지었을까? 책에 등장하는 대화들은 흔하게 내뱉는 말이지만 잘 뜯어보면 여러 가지 감정과 의미를 담고 있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목을 베는 칼이다. 말 한 마디 잘 못 해서 오해가 쌓여 인연이 끊어진다. 입 밖으로 말을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웃자고 한 말이지만 상대는 오해를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말에 녹아들어 있는 힘은 너무나도 엄청나다. 이런 말의 힘을 저자가 주인공 뉴아이궈와 등장인물들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편벽한 곳에도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로 마음에 맞는 사람은 천 리를 가도 찾기 어려운 법이거든요.”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굳이 고사를 떠올리지 않아도 주변을 둘러보면 느낄 수 있는 점이다. 어렵고 힘들 때 진정으로 마음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절로 마음이 훈훈해질 때가 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만나서 무엇을 할까? 마음과 감정을 전하기 위해서는 말을 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귀신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를 진솔하게 내뱉어야 한다. 책은 어떻게 보면 대단히 중구난방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예전에 수호지를 처음 접했을 때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등장인물이 많으면 집중이 깨지고는 한다. 이 책도 집중하여 읽으려고 하면 다른 이야기들이 툭툭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하나 자세히 읽다 보면 푹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화에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고, 지문들도 무척이나 친절하다. 너무 친절해서 질릴 정도로 말이다. 그 친절함을 약간이라도 이해한다면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음! 평범함 속에서 아름답게 빛난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부분들은 있지만 눈여겨 볼 정도로 특별한 구석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라면 의미가 달라진다. 중국소설이기 때문에 문화차이로 인한 약간 이질적인 면이 있지만 보편적인 감정과 일들은 그대로다. 이목을 집중할 수 있다면 초일류 작가의 이야기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소개문을 보고 책을 읽었기에 그나마 알아차린 부분들이 있고, 나머지는 그저 개인적으로 느꼈을 뿐이다. 우뚝 서려고 하는 이야기 없이 잔잔하게 흐르고 또 흘러가는 소설이다. 주인공 뉴아이궈의 감정을 담은 말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한껏 몰입할 수 있다면 독자에 불과한 위치에서 주인공과 함께 흘러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그 정도까지 이르지는 못 했다. 언제 시간을 내어 다시 읽으면 넋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몰입할 수 있을까 그저 읽고 난 뒤에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고 느꼈다. |
|
중국이 문화대국이라는 표현을 한다. 밑바탕은 철저하게 과거이다. 논어, 삼국지 등의 두고 두고 아시아에서 읽히고 큰 영향을 미친 책들과 생각이 널리 전파된 시조다. 정작 최근 중국 문화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 물으면 극히 드물다. 내가 워낙 문외한이고 무식해서 그렇겠지만 책은 김용의 무협소설만 떠오른다. 이건 정말 재미있으니 인정한다. 그 외에는 중국의 제5세대 영화라고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적이 있지만 그때뿐이었고. 최근 100년 동안 중국은 국력도 약했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택한 나라라 우리와는 대척점에 있어 여러 정보가 덜 들어온 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유명하다면 소개가 되었을 것이다. 최근에 중국 책들이 제법 많이 소개된다. TV드라마 같은 경우는 국내에 워낙 많은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인들이 많아 그런지 아예 따로 채널이 있는데 솔직히 본 적은 없다. 조금씩 중국 문화는 우리와 친근감있게 접근하고 있다. 중국 책을 읽기는 했지만 소설은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일본쪽은 추리류가 워낙 발달해서 우리나라에도 거의 대부분 번역되었지만 중국은 소개된 경우가 없다. 내가 문학쪽으로 늘 촉을 세워 신경쓰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처음이라고 하면 처음이랄 수 있는 중국소설을 읽게 되었다. 류전윈이 작가다. 중국 문학상도 꽤 받았고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이 될 정도라 국내에 번역출간이 되었을 것이라 본다. 이번에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를 읽게 되었다. 예전에 중국 이름은 한자로 호칭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를 중국 발음으로 호칭하다보니 참 힘들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임에도 중국 이름이 이토록 낯설고 어렵다니 책을 읽으며 주인공 이름을 중간 넘어가서 겨우 외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중간을 읽을때까지 그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고 읽었다. 누가 누군지도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꽤 긴 시간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특정 기간이나 사건 중심으로 구성된 소설이 아니라 일대기식의 소설이라 세월이 흐르며 만나고 헤어지는 다양한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퇴장하다보니 이름을 친숙할 틈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중간부터 뉴아이궈가 집중적으로 나오며 주변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며 겨우 익숙해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연대기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천명관의 <고래>가 최고라고 본다. 구성이나 내용 전개나 그 방대함을 볼 때 어지간한 작품보다 훨씬 좋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는 중국 소설이라 우리와는 다른 국가를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엿보고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막상 읽어보니 우리와 딱히 다른 점은 없다. 각 국가와 민족에 따라 다른 문화와 관습 등이 있지만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다. 뉴아이궈는 딱히 대단한 삶을 살아간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을 친구랑 보내고 커서 결혼하고 처가 바람이 났지만 이혼을 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가 잠시 살면서 그곳에서 새로운 여자와 마음을 통했지만 자신의 상황과 같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떠난 처가 아닌 마음이 통한 여자를 찾아가며 소설은 끝이 난다. 책을 읽으며 중국이 참 땅 덩어리가 큰 나라는 맞다는 생각은 들었다. 서울 부산 거리는 무척 가깝게 묘사하는 걸 보면.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중국소설을 읽어봤다는 점에 만족한다. 분명히 중국 소설도 많을텐데 지금까지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우리와 별로 다른 삶을 살지 않고 있다는 점 정도가 읽은 보람이다. 우리 삶이나 그들의 삶이나 얼마나 거창하고 색다른 살을 살아가겠냐는 판단은 든다. 그런데, 할 말은 하면서 사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아무리 한 마디 말이 더 큰 의미를 가질지 몰라도.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름 익숙해지기 넘 힘들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중국 소설 읽어봤다. 비슷한 종류의 소설 http://blog.naver.com/ljb1202/178078804 ![]() http://blog.naver.com/ljb1202/172240405 ![]() http://blog.naver.com/ljb1202/13591585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