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찍하고 유쾌하다. 동화에 나오는 아이들이 그렇고, 섬세하면서도 산뜻하게 표현한 문체가 그렇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게 이런 거지 싶다. 교훈적이고 설교적이지 않아 더 좋다. '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 제목만 보고도 참 궁금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아침에 만나는 다섯 명의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해 주기로 결심한 갑수, 하지만 막상 좋은 말을 해 주려니 왠지 뒤통수가 근질근질 해지는 것 같고 쑥쓰럽다. 게다가 상대방의 신통찮은 반응을 예상해 보니 영 말을 내뱉을 용기가 안 나 미루고 또 미루고...드디어 다섯 번째로 만난 선생님에게 갑수는 큰 맘을 먹고 칭찬을 한다. 하지만 반 아이들 앞에서 망신만 당하게 되는 갑수.. '참 이상하시네. 좋은 말 하는 나를 왜 창피만 당하게 하시지?' 이건 갑수의 물음이자 이 동화를 읽는 모든 어린이들의 물음이리라. 이밖에 6편의 단편 모두 고른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표제작과 '딱 한 마디 때문에' 이 두 편이 나는 제일 좋다. |
| 이 책에는 '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 외에도 6편의 단편동화(창작동화)가 실려있다. 딱 한마디 떄문에, 아카시아, 동생이 생겼어요. 등등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동화는 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 였다. 역시 제목도 그렇다. 여기서 갑수는 착하고 좋은말을 5번이나 말하려고 했는데, 그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거지나, 아빠, 엄마한테 좋은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러다가는 혼날까봐서 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좋은말을 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엄마처럼 착하시고요, 옷도 예쁘게 입고 다니시고요, 똥배도 안 나오시고요, 화도 잘 안내시고요, 숙제도 조금 내주시고요, 때릴 때 살살 때리시고요......" 선생님은 이말을 듣자마자 왜 어제 청소를 빼먹었냐고 꾸중을 하셔 갑수의 얼굴이 빨개지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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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나만의 기준이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양장본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저자와 출판사의 다소 묵직한 책을 고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 책을 고를 때는 그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다. 던지고 놀아도 될 만큼 튼튼한 제본인지 글씨가 얼마 안 되더라도 그림이 정성스럽게 그려져 있는지(특히 첫 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가 가장 큰 고려 대상이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시각적 자극에 의해 많은 흥미를 나타내므로 삽화의 중요성은 그만큼 크다. 자료 조사가 되지 않은 무성의하고 앞뒤 없는 그림, 책 내용과 관련이 없거나 아이들이 보아도 뻔한, 수준 낮은 삽화는 솔직히 지면 낭비일 뿐이다. 어른인 내가 보아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유머러스한 삽화가 그려져 있을 때 아이들은 자꾸 읽고 싶은 기분이 들 것이다. 특히 책읽기를 싫어하고 글씨만 봐도 멀미가 난다고 하는 아이들에게 그림이 예쁜 책은 한 번쯤 읽어 보고 싶다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유아나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누가 그렸냐는 저자가 누군지 못지않은 고려 대상이다. 특히 국내에는 그림과 글을 모두 담당하는 동화 작가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글쓴이의 의도를 잘 나타나고 글로 미처 쓰지 못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표한할 수 있는 삽화가로서의 역량이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 있어 이 책의 그림은 상당히 잘 그려져 있다고 칭찬하고 싶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고 등장인물의 표정 묘사가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가볍고 얇은 두께의 책에 7편의 짤막한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 부모님이나 교사가 토막 시간을 내어 한 편씩 읽어 주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내용 또한 지극히 평이해 철저히 아이들의 일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똑똑하거나 되바라진 아이들보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기도 하고 새로 태어난 동생에 대한 자연스러운 질투심으로 고민하는 아이, 장애인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편견을 가진 아이 등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자신과 과히 차이 나지 않는 캐릭터와 환경을 가진 주인공들에게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주제와 소재로 창의적인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무심코 한 거짓말이 커진 경우나 동생이 생겨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릴까 질투하는 누나의 모습, 또 친구가 그리운 장애인 어린이의 이야기 등은 책을 많이 읽은 어린이라면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식견이 풍부하지 않은 어린 아이라도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기발한 상상력과 잘 감추어진 풍자와 비판, 치밀하게 계산된 탄탄한 구성력, 개성 있는 인물 묘사에서 참다운 재미를 느낄 것 같다. 또 가뜩이나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책 속에서도 권위적인 선생님이나 잔소리꾼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향한 진한 애정은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특히 순박한 이름을 가진 갑수가 선생님께 하는 말,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 엄마처럼 착하시고요, 옷도 예쁘게 입고 다니시고요, 똥배도 안 나오시고요, 화도 잘 안 내시고요, 숙제도 조금 내주시고요, 때릴 때 살살 때리시고요......" 은 보는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는, 아이다움이 가장 잘 표현된 구절이다. 학교생활을 막 시작하여 적응 단계에 있는 1학년생들 뿐 아니라, 바른 자아관이 성립되고 인성을 계발시켜 주어야 하는 저학년들에게 교육용으로 맞춤한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