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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의 아이콘 중의 하나가 깃발을 들고 있는 여성이다. 이 책의 표지에 쓰인 작품은 1830년의 7월 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마리안느'의 이미지를 가장 잘 형상화했다고들 하는 작품이다. 깃발을 들고 장엄한 표정으로 혁명을 인도하는 여인.
저자는 마리안느가 단순히 아이콘이라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리안느'의 이미지에서 프랑스 제 1공화국의 변천을 추적해냈다. 지배층이 앞세우는 아이콘은 언제나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와 희망사항을 담아내기 마련이라는 점을 역으로 추적한 것이다.
'마리안느'의 변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혁명 초기에는 용감한 투사로 나왔다가, 혁명이 조금씩 진행될수록 마리안느가 수동적이고 얌전한 역할을 맡는 그림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남성들을 인도하던 여전사가, 남성들이 인도하는 뒤에서 평화를 갈구하는 여성이 되었다. 이것이 혁명의 노선이 초기의 격렬한 투쟁에서 후기에는 비교적 유화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일까? 천만에. 프랑스 혁명이 갈수록 극단적으로 치닫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 혁명에서 '여성'이 설 자리는 없었다. '자유, 평등, 박애'도 원문은 '자유, 평등, 형제애'였다. 형제애. 남성만 '인간'으로 인정한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여성도 인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부르짖는 움직임이 생기자, 얼마 후 오늘날에는 여성 인권운동가로 평가받는 여러 여성이 처형당했다. 많은 사람이 사소한 죄목으로 처형당하던 공포정치의 와중이라 묻혔지만, 프랑스 혁명은 복종하지 않는 여성을 반동분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런 풍조가 마리안느의 이미지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모국'이라는 표현이 서양 표현을 직역한 데에서 생긴 표현이듯이, 프랑스어에서 국가를 뜻하는 낱말은 여성형이었다. 국가를 의인화한 상징이 여성인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하지만 여성을 정치적으로 억압할 상황이 되자, 마리안느는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에서 프랑스 여성의 상징이 되었고 수동적인 역할로 물러앉았다. 그러나 이런 역할에 순종하는 것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그들은 그들만의 마리안느를 만들었다. <마리안느의 투쟁>은 이 과정을 당대 사회와 갖가지 마리안느 이미지를 통해 상세하게 짚어나간다. '공식 이미지'라는 것이 당대 사회를, 특히 지배층의 이해를 얼마나 밀접하게 반영하는지를 소름끼치도록 자세하게 보여주면서 말이다.
문득 신사임당이 떠오른다. 신사임당을 어린이용 위인전 이외의 책으로 접해 본 사람은 신사임당이 '현모양처'라는 데 반대한다. 가정주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자녀교육, 집안일 관리도 잘 해내고, 여성으로 하고 싶은 예술활동도 마음껏 했다.개인적으로 신사임당이야말로 현대 페미니스트의 전신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어서,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신사임당을 적대시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가부장제 사람들이 만들어낸 '현모양처'라는 이미지 자체를 적대시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