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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흑백요리사’로 촉발된 전국적인 미식 열풍 속에서 여러 맛집들을 찾아다녔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맛있다” 정도로 끝났을 경험들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는 계속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도대체 ‘미식’이라는 건 무엇일까.
내가 알고 있는 건 사실 별로 없었다. TV에서 들은 ‘익힘 정도’ 같은 표현들, 혹은 누군가가 설명해주는 단편적인 지식들. 그 이상으로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여러 좋은 식당을 다녀와도 어딘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겉핥기만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이 책을 알게 됐다. 프랑스 미식이 어떻게 인류의 유산이 되었는지를 다룬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교보문고 매대에서 잠깐 펼쳐봤다가 내려놓았는데,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결국 온라인으로 주문하게 된 건, 아마도 ‘이 질문을 풀어줄 수 있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
프랑스 미식을 다룬 책들은 생각보다 양극단에 있는 경우가 많다. 너무 가볍게 정리된 책들은 읽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없고, 반대로 깊이 있게 다루는 책들은 마치 논문처럼 느껴져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늘 중간 어딘가, 읽히면서도 남는 책이 아쉬웠는데 이 책은 그 균형을 꽤 정확하게 잡고 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미식’을 정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프랑스 역사 속 장면들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특정 음식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로운 에피소드처럼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아 그래서 미식이라는 게 이런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거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
문장도 인상적이다. 어렵지 않은데 가볍지도 않다. 설명을 하고 있지만 설명처럼 느껴지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그래서인지 페이지가 꽤 술술 넘어간다. 오랜만에 ‘읽는 재미’ 자체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버터를 먹을 권리, 돈으로 사다’ 챕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와 권력, 그리고 선택의 문제까지 연결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다음에 미식 모임에 가게 된다면 이 이야기를 꺼내보면서 괜히 아는 척도 해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은, 더 이상 ‘미식’을 막연하게 느끼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음식을 마주했을 때, 그 뒤에 있을 이야기들을 한 번쯤 상상해보게 된다. 단순히 맛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맥락을 함께 느끼게 되는 경험이 생긴 셈이다.
작가가 프랑스 분야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이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들지, 아니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떤 방향이든, 다음 책이 자연스럽게 기다려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