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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부터 먹자!, 진지 드셨어요? 우리가 자주 쓰는 말엔 유독 밥에 관계된 말이 많다. 격려, 우려, 덕담, 안부... 밥과 관계된 문장만 연결해도 몇 페이지는 족히 채울 것이다. 그만큼 먹는다는 게 중요하단 뜻일 게다. 굶지 않아야 힘이 나고, 굶지 않아야 자존감을 지킬 수 있고, 옳고 그름도 논할 수 있다. 빨간소금에서 책을 낸다고 했는데 제목이 '유희 언니'였다. 도대체 '유희 언니'가 누구길래 빨간소금에서 책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책이 출간된 날 책을 주문했다. 책 제목 아래 세로로 한 문장이 적혀 있다. - 그녀의 식당은 언제나 길 위에 있었다 -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진실 탐사 그룹 셜록' 최규화 기자가 유희씨의 삶을 좇아 연재했던 기사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최규화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낮은 곳을 지키며, 가장 높은 밥을 지었던 그녀의 삶을 이야기 하겠다' 몇 시간 만에 책을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난 유희씨의 삶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는 그녀를 떠올리며 예수가 그녀의 몸을 빌려 잠시 이곳에 다녀 간 게 아닐까 생각도 했다. 유희씨는 흥이 많은 부모 아래에서 태어났으나 살림이 넉넉하진 않았다. 이른 결혼 후 이십대 초반 아이 셋을 낳았고 노점상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80~90년대 국가가 성장의 담론으로 약자들의 삶의 터전을 거리에서 밀어낼 때 유희씨도 노점 철거를 진행했던 공권력에 맞서 생업을 지켰다. 그리고 결국 노점상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전국노점상연합회 활동가가 됐다. 시간이 흘러 노점을 그만두며 자연스레 노점상 연합회 활동보다 일상적인 생활을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녀는 약자들의 투쟁과 저항을 외면하지 않았다. 늘 약자들의 저항 소식에 귀를 귀울였고 그들의 투쟁 현장을 찾아 함께 했다.
불법 해고, 위장 폐업, 파견 종료... 강자들의 폭력은 합법으로 포장되어 강력하게 약자를 압박한다. 여러 저항의 현장에서 먹고 살겠다고, 먹고 살게 해달라고 싸우는 이들이 컵라면 하나로 허기를 달래는 걸 본 이후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 하나를 정했다. 그녀는 노점상 권익을 지켜냈던 활동가에서 전국 투쟁 현장에 따뜻한 밥을 지어 나르는 활동가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전환했다. 약자에 대한 연대의 표현이고 응원의 목소리였다.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 투쟁현장, 콜트 악기 공장 폐쇄 반대 투쟁 현장, 전국장애인 차별연대 투쟁 현장, 세월호 부모 농성장, 노숙인 봉사 현장, 독거 어르신 밥 나눔, 철거 반대 현장, 노점상 철거 현장, 아사히 글라스 복직 투쟁... 언제부턴가 전국 투쟁 현장에서는 유희씨의 밥을 안 먹어 본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이름만 적어도 몇 페이지는 족히 넘는 투쟁 현장에 유희씨는 밥을 지어 날랐다. 작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식사를 자신의 집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시위 현장에 가져 갔다. 숭고한 일이다. 스쳐지날 수 있는 곳을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서는 일.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연대의 힘을 전달하는 일. 이보다 더 숭고한 일은 없다. 엘지트윈스에서 갑작스럽게 청소노동자 계약 해지를 통보했을 때, 유희씨는 사측의 음식 반입 거절에도 불구하고 도시락을 만들어 날랐다. 가져 간 도시락이 버려질 줄 알면서도 반입되지 않는 음식을 현장에 쌓아 두고 다음 식사 때 다시 따뜻한 도시락을 만들어 가져 갔다. 사측은 결국 며칠 만에 도시락의 반입을 허락했고 도시락은 투쟁이 끝나는 136일 동안 이어졌다. 136일 만에 엘지트윈스 청소노동자 전원의 고용승계가 확정됐다. 연대의 밥이 청소 노동자의 밥줄을 지켜낸 것이다. 그녀의 따뜻한 연대의 밥은 이후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로 발전됐고 전국의 투쟁현장을 누비며 따뜻한 밥 한끼로 생존의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는 약자에게 든든한 연대의 손길이 됐다. 59년생 유희씨는 이제 '모란공원 민주 열사 묘역'에 잠들어 있다. 밥을 통해, 차별 받고 핍박 받는 약자에게 '존중과 환대', '연대와 응원'을 전했던 그녀는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그녀는 잠들었지만 그녀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녀의 삶은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녀의 삶이 어떻게 우리를 통해 꽃 피울지도 궁금하다. 그것이 연대이고 존중이다. 답변이 없을 그녀의 페이스북에 친구 신청을 하고 왔다. 세상은 저 혼자 굴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늘 빚지고 산다. 기억해야 한다. '빨간 소금 / 유희 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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