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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 여성들은 가정의 살림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었지만, 남성 중심의 관념이 지배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던 당대의 사람들은 여성의 노동을 당연한 의무로 여겼다. 사회활동을 전담했던 남성들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정작 가정살림을 하는 여성들은 남성들을 뒷받침하는 존재로 대우했던 것이다. 어진 어머니와 좋은 아내라는 뜻을 지닌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관념은 본래의 긍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을 가정에 묶어놓고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표현으로 활용되곤 했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에 의해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비판하는 용도로 이와 유사한 표현이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근래 가정에서 이뤄지는 노동도 정당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구체적으로 가사 활동의 경제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한 보고서의 내용이 언론에서 다뤄지기도 했었다.
‘역사 속 여쟈, 00하다’라는 기획의 마지막 결과물로서, 이 책에서는 근대 이후 여성들의 사회적 노동과 그에 관한 당대의 평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행랑어멈과 식모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커리어우먼’이라는 주제로 2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여성을 배제해 온 노동 차별의 장벽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했던 ‘일하는 여성들’의 야야기를 흥미진진한 사례들”로 소개하고 있다. 과거에도 여성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줄곧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을 전담했었지만, 그들이 비로소 임금 노동의 현장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근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성들의 노동은 남성들의 그것에 비해 ‘한층 더 무시되고 비하되’었으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도 여성들은 스스로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혹은 삶의 의미를 찾고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 노동을 했’던 것이다.
근대 이전 하인 혹은 머슴 등에 의해 양반들의 실제 생활이 유지되고 있었다면, 명목상으로나마 신분 체계가 해체된 근대 이후 특히 일제 강점기의 상황에서는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고용된 이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여성들의 경우 과거에는 대문 근처의 줄지어 늘어선 방들을 뜻하는 행랑(行廊)에 거처하는 ‘행랑어멈’들이 살람을 담당했다면, 일제 강점기에는 부유한 이들은 주로 ‘식모(食母)’를 고용하여 부엌일을 하도록 했던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역사적으로 누구보다 먼저 임금 노동의 시장에 진입한 이는 사실 이 식모들”이었음을 논하면서,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했으며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던 그녀들이야말로 자본주의적 전환이라는 변화를 겪고 있던 당대의 중요한 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에 발간되었던 신문과 잡지 등에 나타난 기사들을 통해 ‘가사 노동자’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이었고, 직장인으로서의 여성은 그러한 문화에서 배제되거나 혹은 소외된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커리어우먼’이라는 주제는 ‘그녀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수많은 애로와 그 극복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련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 여성들에게 커리어 추구 자체가 문제가 된 건 20~30년 남짓”되었을 뿐이며, 구체적으로 ‘1990년대 이후’라고 적시하고 있다. 당시의 언론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이 시기에 비로소 활발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이해된다. 이 글의 저자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거나 실존 인물’들의 사례를 통하여, “한국에서 커리어를 추구하고자 했던 여성들의 지난한 싸움과 빛나는 성취를 살펴보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