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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는 연산군-중종-인종-명종에 있었던 사화 등 그 당시 어지러웠던 정치상을 여인들을 중심으로 펼쳐나간다. 역사의 뒤안개길에 머물러 있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확대경으로 보듯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낸 것이다. 이 소설은 장편역사소설인 만큼 사료를 중심으로 쓰여지긴 했겠지만, 허구들도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동기는 드라마 '여인천하'를 몇 회 시청하고 나니 이야기의 흐름도 궁금하고, 여인들의 모습에서 이래저래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실제 책을 읽어보니 물론 배울 점도 꽤 있었지마는 허탈감과 혐오감이라고 해야 할까 싫은 느낌이 무척 많이 남았다.
내가 몇 회 보기로 드라마에서 난정은 아주 심각한 요녀가 아니었다. 사랑받기를 갈망하고 야망은 있다고 생각이 들었으나 그토록 간계가 넘치는 여성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아니하였다. 중전이 무게가 있고 덕성이 엿보였기에 중전이 가까이하는 난정은 천한 출생이지만 총명하고 깨끗한 여성일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 기대는 책을 읽으면서 와르르 다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너무 과한 야욕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그녀를 망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녀의 꿈대로 나라의 절반까지라도 소유했을지 모르나 그녀의 최후는 독약을 먹고 자살한 것이었다. 얼마나 비참한가. 그녀가 권력의 정상까지 올라가기는 십년이 넘게 걸렸으나, 중전이 죽기까지 몇 년 누리지 못하고 죽기 전에는 쫓기는 몸이 되어 생을 마치게 된다. 이 얼마나 불행한가. 때로 어떤 사람들은 섬세하고 따뜻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게 되면 세계에 전쟁이 그렇게 많지 않고 평화롭게 될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역사의 주도권을 잡고 있어 폭력적인 정치외교와 전쟁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가 야욕과 애욕에 휘말려 독해지면 잔인하기가 남자의 정도를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양심에 따라 정도를 지키며 원칙을 지키며 고수하던 선비들이나 학자들은 이 당시 사화에 휘말려 많이 죽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역사 속에 아름답게 남았으며, 그들의 제자들은 후에 좋은 시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당시 온갖 부정한 방법과 치사하고 간사한 방법으로 권력과 부귀를 잡은 사람들은 자기 생명을 비참하게 잃었을 뿐 아니라, 역사에도 불명예를 남기게 되었다.
지금은 세상이 참으로 어지럽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다. 눈물도 쇼맨십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혼란하고 불안하여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섬 속에 갇혀서 산다. 삶 전체가 불안하고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시대가 이렇다 할지라도 정직하고 절개 있는 것이 정도라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옛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할 것인가. 기억해야 할 것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인상깊은구절] 정경부인 난정의 집 솟을대문 앞에는 남여, 초헌, 사인교가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길을 메워 끊일 사이가 없었다. 경복궁 대궐이나 돈화문 대궐은 대궐이 아니라, 정경부인 난정의 집이 대궐이요 조당이요 빈청이 된 셈이었다. 나라 정치가 함빡 윤원형과 난정의 집에서 결정이 되는 것이었다..(중략).. 윤원형과 난정의 옷차림은 임금과 왕후의 옷을 입었고, 집은 궁사극치해서 붉은 난간과 채색 기둥의 주란 화각이 반공중에 솟은 듯하나, 대궐이 오히려 무색해서 빛을 잃을 지경이었다..(중략).. 난정은 다급하고 두려웠다. 윤원형의 손을 잡고 울음으로 세월을 보낼 때, 종 아이가 네거리에서 관인 행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금부도사 행차가 옵니다." 하고 뛰어드는 바람에 난정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독약을 훌떡 마셔버렸다.여인천하> |
| 박종화는 역사소설을 많이 섰다. 다정불심같은 애로틱한 사극부터 여인천하란 농염한 서사극까지.. 문정왕후는 본디 한미한 집안의 출신이었다. 그런 이가 권세를 노리고 권력을 잡으면 어떤 파국이 올지 소설로 재현하는 역사라고 할 수 잇겟다.극성맞은 후궁들 틈에서 명종을 낳기까지 죽은 듯 지내던 왕후가 얼마나 치마폭 권력을 갈망햇느지 알만하다.대윤과 소윤의 정치구도는 이미 이때에 싹터 잇엇다.드디어 인종이 승하하고 명종이 왕위를 계승하자 문정왕후가 섭정을 하게 되엇다. 그녀는 오라비 윤원형을 내세워 눈엣가시같은 첩실의 왕자여럿을 죽이고 반대파를 제거햇다.. 을사사화니 몇번의 사화로 왕실과 조정은 피투성이가 되고 왕후의 사치와 정난정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지경이엇다.. 여기엔 교활한 첩실,신분상승에 혈안이 된 정난정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인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유교국가인 조선에선 드문 일이고 사대부들의 극심한 반발을 삿다. 그리고 최후의 몰락..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돈다. 하지만 소설 중간중간 박종화특유의 에로틱한 묘사나 서술은 이것도 궁중이 배경이 된 소설임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