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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은 배우고 훈련해야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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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이 사람이 재판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어도 나도 꽤 여러 차례 봤는데, 그의 이름이 카프리오인줄은 몰랐다. 그는 작년 8월 췌장암 투병 끝에 88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그의 판결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그게 실제 판결 영상인지 방송 프로그램인지 의아했다. 과연 판사에게 그런 재량을 주는 게 제도적으로
"연민은 배우고 훈련해야 얻는 것" 내용보기

모두들 이 사람이 재판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어도 나도 꽤 여러 차례 봤는데, 그의 이름이 카프리오인줄은 몰랐다. 그는 작년 8월 췌장암 투병 끝에 88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그의 판결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그게 실제 판결 영상인지 방송 프로그램인지 의아했다. 과연 판사에게 그런 재량을 주는 게 제도적으로 가능한가 싶었고, 명색이 판결인데 그렇게 개인의 임의적인 판단에 맡기는 게 적절한가 싶었기 때문이다. 법률에 따라 내려야 할 판결을 한 인간의 선의에 온전히 맡긴다는 게 위험천만하게 보이기도 했고.


요즘 내내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 몇 권을 연이어 보다가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이 책을 읽었다. <연민에 관하여>라는 제목도 책을 고른 이유가 되었다. 그가 내리는 판결이 바로 이 ‘연민’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 또한 연민의 눈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일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것도 책 고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글 중에 연민과 공감에 관한 생각이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공감과 연민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고 연민은 우리가 타인을 돕게 하는 원동력이다.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연민을 배우기에 늦을 때는 없고, 연민을 실천하기에 늦을 때도 없다. 그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일까 묻기만 하면 된다.”


각박한 요즘 세상에 공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데, 그는 그것 가지고는 모자란다고 말한다. 공감만으로는, 생각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그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생각이 연민이라는 원동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중요한 것은 그것도 배우고 익혀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


연민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오로지 개인의 노력에 달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배우려면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결국 환경 탓이 아닐 수 없다.


예상과 달리 책은 그가 자라온 환경을 꽤 긴 분량에 걸쳐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이탈리아 이민자인 할아버지와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영어도 하지 못하는 이탈리아 이민자 할아버지가 체포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다. 모두가 두려워했다. 판사가 아버지에게 자기 말을 영어로 할아버지에게 통역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 판사는 놀라울 정도로 연민과 존중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대하면서 할아버지를 풀어주겠다고 했다. 아일랜드인인 판사는 그들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이유로 편견이나 편향을 갖지 않았다. 모두 판사에게 큰 감명을 받았고, 그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아버지는 법과 미국의 사법제도를 존경하게 되었고, 그 존경심을 나도 물려받았다.”


사실 연민을 연민으로 알아보는 것도 아무나 가능한 건 아니다. 자기가 연민에 열려 있어야 남의 연민도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닐까. 비록 어린 나이이지만 아일랜드 판사가 연민과 존중을 담아 자기 부모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법과 미국의 사법제도를 존경하게 된 그이가 바로 카프리오 판사의 아버지였다. 그는 그런 자기 아버지를 주저함 없이 자기 인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꼽는다.


그가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졸업앨범 대신 만든 사인첩을 들고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졸랐다. 너무 지쳐서 소파에서 쉬고 있던 아버지는 사인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신중하게 무언가를 적었다.


“거리는 넓다. 길은 멀고 아주 울퉁불퉁하고 무척 험하다. 하지만 나는 네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의연하게 그 길을 나아가 배움의 정점에 다다르리라는 걸 안다.”


이런 아버지의 글을 읽고 평생 마음에 담았던 그는 할아버지에게 연민과 존중을 담아 선처를 판결했던 그 프로비던스 지방법원에 그 일이 있던 날로부터 70년 후인 1985년 판사로 취임해 40년 동안 새로운 이민자들에게 “정의를 베풀었다.” 그는 거기서 영어가 서툴거나 전혀 하지 못하는 이민자와 1세대 이주민, 낮은 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근로 빈곤층의 교통 법규 위반, 시 조례 위반, 경범죄 사건을 심리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연민을 담아 내린 판결을 “정의를 베푼 것”으로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꼭 삼십 년이 되었다. 나보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 나는 평생 아버지가 무서웠다. 매를 맞은 것이라 봐야 다섯 손가락을 채우기도 어려웠지만. 아버지는 늘 내게 태산 같은 존재였다. 무서웠지만, 아버지를 존경했고, 아버지를 닮고 싶었다. 가난을 피해 소년 상경해 전쟁을 피해 혈혈단신 월남하신 어머니를 만나셨고, 그래서 배운 것도 없고,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야 비로소 빚에서 풀려나실 수 있었지만, 그래도 평생 당당하셨다.


아버지를 가장 닮고 싶은 모습이 군더더기 없는 언변과 달필이었다. 지금도 매일 성경을 쓰고 있는데, 말씀도 말씀이지만 아버지를 닮고 싶어 수없이 되풀이해 글씨 연습하던 습관이 이어진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군더더기 없는 언변은 아직 그림자도 못 쫓아간다.


내게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는데, 자식에게 나는 어떤 아버지인지 모르겠다. 자식에게 존경받는 아버지라면 그 삶이 어떠했든지 성공한 삶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인데.


그의 판결에는 이처럼 아버지의 그림자가 진하게 배어있다. 그래서 나는 책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의 재판 이야기와 그 배경에 대한 설명 보다는 책의 서문으로 여길 만한 첫째 장, “나를 만든 것”에 더 많은 관심이 갔다. 사실 리뷰를 쓰느라 그게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차렸지, 그러기 전까지는 그 분량이 절반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내겐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재판 이야기는 사실 영상으로 접해왔던 내용의 변주(變奏, variation)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사례 말미에 무심히 툭 던져놓은 것 같은 “선처했다고 모든 이들이 개과천선하는 건 아니더라”는 그의 고백이자 푸념이었다. 왜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도 그는 그런 이들조차 이해하려고 든다.


“법정에서 태도가 불량하거나 무례하게 구는 경우에는 그런 행동이 너무나 깊은 좌절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했다. 법정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말을 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으면 그들의 좌절은 더 깊어졌고, 그래서 법정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했다.”


진정 연민의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연민을 설명할 만한 에피소드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형이 전쟁 중에 갑작스럽게 독일로 파병되었다. 아버지와 나는 여섯 시간 반을 운전해 기지로 갔다. 그러나 형이 버스 타고 지나가는 걸 봤을 뿐이다. 다행히 서로가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무척 행복해했다. 다시 여섯 시간 반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오로지 우리가 거기 있었다는 걸 형에게 알려주기 위한 여행이었다. 형은 평생 몇 번이고 이 이야기를 했다. 좋은 인생이란 다른 사람들 곁에 있어 주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훨씬 큰 위로가 될 때가 많다는 말이다. 평생 되뇔 만큼.


YES마니아 : 로얄 b*****3 2026.05.1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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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냉철하게, 가슴은 따뜻하게
"머리는 냉철하게, 가슴은 따뜻하게" 내용보기
신문 리뷰 읽고 바로 구매했습니다.법과 법조인들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면서, 차라리 법의 영역까지 AI에게 맡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이러한 세태 속에서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님처럼 따뜻한 인간의 마음으로 법을 다루는 법조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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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리뷰 읽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법과 법조인들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면서, 차라리 법의 영역까지 AI에게 맡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님처럼 따뜻한 인간의 마음으로 법을 다루는 법조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c******5 2026.03.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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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은 키울 수 있는 덕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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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의 조부모님과 부모님,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판사님이 연민이 많은 한 어른으로 자란 것이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건 아니라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것도 연민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연민은 키울 수 있는 덕목인가?" 내용보기

판사님의 조부모님과 부모님,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판사님이 연민이 많은 한 어른으로 자란 것이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건 아니라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것도 연민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o*******p 2026.07.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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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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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위대한 유산이자 찬란한 기록입니다. 38년간 프로비던스 법정에서 차가운 법전을 인간의 온기로 채워온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냉혹한 처벌이 아닌 타인의 삶을 헤아리는 작은 연민임을 담담하게 증명해 냅니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며 아버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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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위대한 유산이자 찬란한 기록입니다. 38년간 프로비던스 법정에서 차가운 법전을 인간의 온기로 채워온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냉혹한 처벌이 아닌 타인의 삶을 헤아리는 작은 연민임을 담담하게 증명해 냅니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며 아버지에게 배운 인간에 대한 예우, 그리고 법정에서 만난 수많은 소외된 이웃들의 사연을 통해 법의 목적이 정죄가 아닌 치유와 회복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y*******1 2026.06.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