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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백권이 쏟아져 나오는 책의 홍수 시대 속에 진열된 여러 동화책 중에서 나는 너무나도 쉽게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듣고 있지는 못했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표지 그림과 한 줄의 카피(광고 문안) - "초록색 벼력 마녀들과 벌이는 멋진 한 판 승부!" - 만으로도 선뜻 손이 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책 속에 나오는 비니처럼, 토요일 오후의 따분하고 적적하기만 한 집 속에 갖혀 있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게다가 그나마 무언가 열중할 수 있는 대상도 잃어버릴 경우, 마치 재미있는 만화영화에 기대어 토요일 오후를 버텨왔던 비니에게 텔레비전이 고장나버리는 최악의 상태였다면, 더더욱 지금 여기에서 무언가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서고 싶은 생각에서 갑자기 책을 샀는지도 모른다.
따분하고 적적한 토요일 오후, 너무나 심심해서 하품만 하는 비니네 집에 잠자리 헬리콥터를 타고 웃음나라 엉터리족이 찾아온다. 무시무시한 벼락마녀에게 잡힌 엉터리백작부인을 구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에 비니는 귀가 홀깃하여 헬리콥터에 올라탄다. 헬리콥터는 초록색 벼락마녀의 방해로 건물옥상에 내려서지만 심술궂은 까마귀 열한마리에게 둘러싸여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끝이 없는 까마귀들의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비니 일행은 비니의 재치로 까마귀들로부터 탈출하게 되지만 또다시 유령이 사는 성에 갖히기도 하고, 뭐든지 다 먹어치우는 목욕물 괴물에게서 잡아먹힐뻔 하기도 하지만 번번이 비니의 재치있는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초록 벼락마녀의 집에 다다른 후 비니가 숲 사나이로 변장해서 벼락마녀의 집에 찾아가지만 벼락마녀들에게 붙잡히는데 인정많은 바퀴벌레와 개똥벌레들의 도움으로 벼락마녀의 손에서 엉터리백작부인을 구출하고 웃음나라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놓는다.
이 책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몇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현실과 공상을 넘나드는 팬터지 동화라는 점이다. 이 동화는 팬터지 동화의 가장 기본적인 골격을 충실히 갖추고 있는 편이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꿈을 꾸며 모험의 세계로 빠져들고 그 꿈에서 깨어나며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꿈 속에서 펼쳤던 모험의 세계가 결코 꿈이 아니었구나하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인 비니는 따분한 토요일 오후를 무료하게 지내다가 소파에서 깜박 선잠이 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많은 역경을 헤쳐나가며 모험을 하다가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 다시 침대에서 잠옷을 입은 채로 깨어난다. 그리고 깨어나자마자 엄마의 말에 꿈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편지와 소포를 받게되며 꿈과 현실 사이에는 비니만이 알 수 있는 경험의 다리가 놓이게 된다.
또한 글자와 글자의 간격이 넓어 쉽게 읽을 수 있고, 많은 칼라 그림과 곳곳에 나타나는 칼라 글자들은 책에서 눈이 떼어지는 짧은 순간도 놓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색깔이 나오는 글자마다 그 색깔의 굵은 단어가 찍혀있어서 책읽기가 쉽지 않는 아이들도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벼락마녀에게서 백작부인을 구출한다는 하나의 줄거리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복잡하지 않고 이야기를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나 복잡한 구성의 팬터지 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더욱이 비니가 까마귀와 유령, 목욕물괴물, 벼락마녀로부터 위험을 당했을 때 벗어나는 방법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해결되는 것으로 한껏 기대했다가 생각보다 시시하게 결말로 맺어지면서 가지는 허탈감은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따분한 토요일 오후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잠깐의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하는데 충분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표지에서처럼 "눈물이 찔끔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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