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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에서 제주 4·3은 대개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단원의 곁가지로, 여수·순천 사건과 묶여 짧게 지나간다. 3년 차 교사로서 나는 그 짧은 서술 앞에서 매번 멈칫했다. 학생들에게 '왜 이렇게 짧게밖에 안 나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대로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도 결국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책을 읽으며 확인한 것은, 4·3이 짧게 서술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사건 자체의 단순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사실이었다. 7년 넘게 이어진 시간, 국가 폭력과 이념 대립이 뒤엉킨 구조, 그리고 그 이후로도 수십 년간 계속된 침묵과 왜곡의 역사까지 겹겹이 쌓여 있어서, 교과서 몇 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이 채진규, 이명복 두 사람의 생애를 나란히 따라가는 방식이라는 점은, 단순히 서사적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실제로 교실에서 써먹기 좋은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서 완전히 다른 선택과 운명을 겪은 두 인물을 놓고 학생들에게 "너라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묻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상상력과 공감 능력을 동시에 훈련시킬 수 있다. 특히 이 구조는 역사 수업에서 늘 고민되는 지점, 즉 "가해자와 피해자, 순응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물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문제에 실마리를 준다. 두 사람 모두를 영웅이나 희생자라는 단일한 틀에 가두지 않고 각자의 생존과 선택의 논리를 따라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암기가 아닌 사료 해석 훈련의 텍스트로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랑쉬굴 유해 발굴과 화장 과정을 통해 "발견된 진실이 왜 곧바로 공식 역사가 되지 못하는가"를 질문 삼아, 진실 규명과 기록 투쟁이라는 주제로 확장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기억이 어떻게 다른 경로를 걷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과 세대에 따라 갈리는 기억의 결을 보여주는 서술이 많아, 학생들에게 자신의 조부모 세대가 겪은 지역사를 인터뷰해 오도록 하는 과제와 엮으면, 4·3을 "먼 남쪽 섬의 일"이 아니라 국가 폭력과 기억의 문제로 일반화해서 사고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책의 논픽션 서술 방식 자체를 학생들과 함께 뜯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문학적 재구성과 사실 확인 사이에서 저자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짚어보면, 역사와 역사소설의 경계, 구술사료의 신빙성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수업에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들여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현실이고, 저경력 교사로서 논쟁적인 현대사를 다루는 데는 아직 자신감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분명해진 것은, 4.3을 가르치는 일이 "비극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기억하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일"이어야 한다는 방향성이다. 당장 완벽한 수업안을 만들 수는 없어도, 이 책 한 권 덕분에 교과서 두 줄 뒤에 숨은 질문들을 학생들과 나눌 최소한의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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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ㆍ3사건에 대한 고등학교 1학년 한국사 수업은 2학기 1차 정기 시험이 종료된 후, 대주제2 대한민국의 발전 중 13번째 주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다.’ 단원에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냉전의 전개와 미ㆍ소 공동 위원회가 결렬된 이유,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수립하려는 이승만의 정읍 발언 이후 크게 4가지로 정리하여 칠판에 판서하는 편이다. 첫째로 좌우 합작 운동이 있고, 둘째로 미국이 한국 문제를 유엔에 상정한 것을 설명하며 셋째는 남북 협상이 실패함으로써 분단이 가시화되었음을 학생들과 같이 탐구하는 방식을 택한다. 넷째로 민중들의 움직임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제헌 헌법이나 5ㆍ10 총선거에 비해 내용이 빈약한 편이다. 제주 4ㆍ3 사건과 여수ㆍ순천 10ㆍ19 사건을 보통 묶어서 설명한다. 여기에 곁들여 영화 ‘지슬’을 상영하는 것도 1940년대 후반 한반도의 일반 민중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학살이 그렇게 큰 규모로, 오랫동안 존속한 것은 그만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나. 육지에서 온 경찰이나 서북청년회의 횡포가 컸고, 그래서 육지 사람에 대한 섬사람의 두려움이나 적대감이란 측면도 있었다. 군인들이 선무(宣撫)를 하지 않고 가혹하게 ‘작전’을 펴 주민들이 공포 속에 살지 않았나. 사회주의 사상의 ‘사’자도 몰랐던 주민들이 왜 동네 청년을 따랐던가 하는 문제도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섬을 완전히 봉쇄해놓고 작전이란 명목 아래 주민 집단 희생이 일어난 것도 크게 논란이 될 수 있다. - 서중석 김덕련 공저,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①, 오월의봄 - 지은이는 책 서두에서부터 날카롭게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왜 산으로 갔는가.’,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는 것은 사치인가.’ 이 책의 두 주인공은 채진규와 이명복이라는 실존 인물이다. 2024년 12월, 계엄령이 내려질 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역사 교사들이 느꼈던 감정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전사불망 후사지사’ 20세기의 어둠의 시대로 언제든지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처럼 우리 사회가 4ㆍ3의 경고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로 들리리라.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고, 해방된 땅에 누구나 통일 조국을 원했던 그들,[아직도 ‘평화’, ‘통일’에 대해 불요불급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공공연히 조장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기록이라고 믿는 본인에게는 더욱 뼈저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젊은 그들이 품었던 대의가 얼핏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들이 품었던 꿈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채진규의 눈빛만큼이나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그 시대의 섬사람들을 생각한다. 기억은 책임이다. 기억은 우리가 다시 폭력의 시대를 허락하지 않기 위한 보루이다. 그것은 과거를 들춰내는 것이 아니라 불의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은 ‘역사적 사실은 누구를 위해 서술되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이었다. 저마다의 생각이 서로 다르듯,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는 시선도 서로 이질적인 성질을 띄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해방 정국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도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고 할 수 밖에 없던,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들어갈만한 거대한 억눌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는 스스로 존중함으로써 얻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서툰 물음을 남기며 아쉬운 감상평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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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기억의 폭풍 속으로 부제 : 같은 시대를 다르게 겪은 두 사람의 삶에 관하여
역사 교사로 제주 4·3을 좀 더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학년 부장을 맡으며 수학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이다. 역사 교사가 학년 부장인데 수학여행 코스에 제주 4·3 평화 기념관을 안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다른 코스는 어디를 가도 되니 4·3 평화 기념관은 꼭 가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답사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기 전에 순이 삼촌을 함께 읽었다. 수학여행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을 위해 제주 인문학 강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제주도에 갔고 다행히 고산리 유적, 고인돌, 삼양동 유적, 삼성혈, 항파두리, 추사유배지, 알뜨르 비행장 등 제주의 역사와 관련한 곳을 거의 가봤고 특히 4·3 관련 유적지를 많이 가서 강의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수학여행의 핵심인 4·3을 어떻게 가르칠까의 고민이었다. <순이 삼촌>이란 책이 매우 좋긴 했지만 문학 작품이어서 좀 더 팩트를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평화 기념관의 다랑쉬굴의 재현이 매우 인상적인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이번에 읽은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는 다랑쉬굴로 시작한다. 그래서 그 비밀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제주 4·3 평화 문학상 ‘논픽션 부문’ 선정작이어서 더 관심이 갔다. 작가도 36년간 기자 생활을 한 분이니 내가 모르는 4·3과 관련된 팩트를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마치 소설 같다는 것이다. 이는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의 삶에 관하여 쓴 책이기 때문이다. 두 분은 채진규와 이명복이다. 두 분의 인생이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소설 같은 이야기 여서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한 분은 제주에 남아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고, 한 분은 너무나 제주를 사랑하지만, 제주를 떠나 일본에 살면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유를 들려주고 있다.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울컥울컥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특히, 제주 4·3이 1948년도 만의 일이 아니라 7년 7개월에 걸친 비극적인 이야기이고 그것으로도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도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이 책은 계속 말한다. 지금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을 조롱하는 현실을 본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게 하고 싶다. 그래도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부디 이 책이 많이 읽히기를 희망한다. 역사교육 연구회 선생님께도 이 책을 추천해 드렸다. 진실은 힘이 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