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 받은 책이다. 그림같은 표지다. 실제 로알드 달의 집 정원이다. 이 책에 소개된 19명의 작가 집과 정원에 대해 한줄의 감상평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것도 못하겠다. 흐르듯 읽어나가고 사진을 감상하며 영국의 정원은 이렇구나, 각 작가들이 애정을 가지고 만든 정원었구나, 하면 될 것이다. 영국 하면 차 문화와 가든닝이 떠오르긴 한다. 가든 투어 형식의 여행 상품도 있는 걸로 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기 나오는 작가의 정원 중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을 엮어서 가든 투어해도 되겠다 싶다. 어떤 것이든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를 알면 애정이 생긴다. 설렁설렁 눈으로 훑어가는 게 아니라 여기에 이 꽃이 있는 것도, 여기에 길이 있고 나무가 심어진 것도 주인의 의도와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하면 예사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영국은 오래된 것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낡았다며 집을 허물고 마당을 밀어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건물이 몇 백년이 보존될 수 있다. 세월이 주는 고풍스러움과 비밀스런 분위기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문화유산으로 남은 것이다. 작가의 스타일이 담긴 집과 정원을 눈으로 훑고 정원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끄적하며 햇볕을 쬐고 싶다.
루퍼트 브룩(1887~1915), 그랜체스터에서 내게 문학적 재능은 없지만 문학적인 분위기를 탐닉하는 정서는 가득하다. 따라서 흉내라 불릴지라도 저러한 전원적인 풍경 속에서 탐독과 탐닉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공간이 있다면 타인과의 관계를 끊을 순 없지만 나의 현재 상황과 기분이 따라 나의 생활을 조절할 수 있는 독립성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리뷰를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단 모르는 작가들이 많고 영국 작가에 국한되어 있으며 영국의 문학사나 문화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간략한 느낌만 확립되었달까. 그런 기분이다. 작가들이 대체로 조용하고 전원적인 풍경 속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은 고독과 고립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벗하며 시상을 떠올리고 문학적 감수성의 농도를 깊이있게 하기 위함인 것 같다. 우리 작가들의 작업 공간도 몇 군데 떠오른다. 문하생들을 양성하는 공간도 될터이고 작가와 작품을 연계한 투어도 가능해지리라 본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점은 작가나 작가의 후손 또는 후원자들이 집을 '내셔널 트러스트'라는 기관에 기부 또는 증여를 많이 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문화 유산에 대한 가치 보존 의식에 놀랐고 감탄했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우리에겐 후손에게 상속과 증여의 개념이 강한데 영국은 기부의 개념이 더 크다는 것. 이 책에서 얻은 가장 인상깊은 점이다. |
|
뚜렷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수상한 시절의 탓으로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면서 구경하기에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들어본 이름의 작가들, 그 작가들이 살았을 때 가꾸었다는 집의 정원 이야기. 모두 영국의 작가들, 영국 땅에 있는 정원들인데 정말 마음먹고 가서 직접 눈으로 구경해 봤으면 싶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현실과는 먼 바람, 이렇게 책으로 대신해야지.
정원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가. 집이 먼저 있어야 하고, 집 주변에 식물을 키울 자리가 있어야 하니 기본적으로 돈을 좀 갖고 있어야만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작가가 되기 전부터 부자여서 일찍부터 정원을 가졌던 사람도 있고 작가가 되어 돈을 벌어서 정원을 마련한 사람도 있다. 이래저래 대단해 보이는 모습이다. 이런 정원을 갖고 있다면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런 정원이 있는데 굳이 글을 써야 한단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작가라는 사람들은 그걸 또 숙명처럼 여기고 있겠지. 좋은 풍경을 봤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알려야 한다는.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일은 정원 자체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나름대로 자신만의 우주 하나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디에 무엇을 심을까, 길은 어떻게 낼까, 길 양쪽으로는 어떤 꽃을 심을까, 나무는 어떤 나무로? 등등 집과 정원의 장소와 크기에 따라 도무지 끝이 없을 고민과 시도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이 정원 가꾸기일 테니까. 마당이 작다고 할 일이 적은 게 아님을 나는 이미 알아버렸고. 자신만의 우주를 가꾸고 키우면서 글을 쓰는 작업에 도움을 받았을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그저 근사한 삶이었겠다는 짐작만 되었다.
책에 실린 정원들은 다 방문할 수 있는 모양이다. 거의 대부분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맡아 관리를 하고 있다니 관리 체계도 믿음직하다. 사진은 충분히 넉넉하고, 한 장 한 장마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서 요리조리 상상하기에도 즐겁다. 각 작가별로 글의 분량이 적은 느낌이고 대략 살펴보고 있는 정도라 아쉽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만해도 충분하다 싶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꾼 정원을 보이고 싶은 마음과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정원 안으로 숨기려고 하는 마음, 두 마음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의 사이에서 좀 머뭇거려 본다. |
![]()
제인 오스틴, 버지이나 울프, 애거스 크리스티, 베이트릭스 포터, 로알드 달, 찰스 디킨스, 러디어드 키플링 등 유명한 영국 작가 19명의 시크릿 가든을 소개하는 책 <작가들의 정원>. 표지의 정원은 로알드 달의 정원인데, 라임나무와 알리움이 어우러진 모습이 동화 속 나라처럼 멋지네요.
△ 제인 오스틴 - 초턴 코티지 작가들의 삶 속에서 정원을 가꾸던 시기의 생활을 함께 이야기하며, 정원이 작가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였는지 알려주고 있답니다.
정원이 있던 곳에서 살 때 쓴 작품 소개도 합니다. 어떤 작가의 글에는 작품속에 자신의 정원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원을 만들면서 체험하지 않고서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기기도 하지요.
△ 존 러스킨의 정원 - 브랜트우드 "생명 없는 부유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존 러스킨 우리가 상상하는 소박한 정원 모습도 있지만, 오솔길을 만든 숲이 있고 그런 자연과 어우러진 정원을 꾸미는 경우도 많았어요. 저 오솔길을 걸으며 사색을 했겠지요. 넓은 영지에 자연적 형세를 살려 꾸민 정원은 야생종, 토종식물이 주를 이루며 자연을 보존하면서 가꾸는 넓은 정원이었습니다. 모든 화초가 자리를 쟁탈하듯 제멋대로 자라는 야생정원은 버지니아 울프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했어요. 버지니아 울프는 반야생상태 식물을 좋아했다고 하네요.
△ 애거스 크리스티 정원 - 그린웨이 애거스 크리스티의 집과 정원은 추리소설 속에 거의 똑같이 묘사되기도 할만큼 숨김없이 애정 표현을 했다고 합니다.
△ 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 - 힐 탑 피터 래빗 시리즈로 유명한 베아트릭스 포터 작가는 결혼 전후로 정원의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그녀의 작품에도 반영되어 있다는군요. 힐 탑 정원을 꾸밀 때 쓴 <톰 키튼 이야기> 권두 삽화에 그녀의 정원이 또렷이 묘사되어있고, 카슬 코티지 정원을 꾸밀 때는 후기 저작에 등장하며 그녀의 작품에 정원이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힐 탑 정원 시절은 꽃, 채소, 허브 등이 자연스레 뒤섞여 자라는 시골풍 정원인 코티지 스타일로 꾸며 질서와 혼돈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입니다.
△ 조지 버나드 쇼의 정원 - 쇼스 코너 조지 버나드 쇼는 그가 사랑한 정원과 함께 생을 마감했습니다. 정원에서 나무의 가지를 치다 쓰러져 별세했고, 그가 원하던 대로 그의 유해는 아내의 유해와 함께 그들이 거닐던 정원 산책로를 따라 뿌려졌다고 해요.
△ 토머스 하디의 정원 - 맥스 게이트 숲속 산책로
키플링은 영어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상금을 정원 보수에 사용했을 정도라네요.
조그맣게라도 정원을 가꾸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문학 세계에서는 대가들인 그들도 정원 가꾸기만큼은 초보였지만, 그들도 그렇게 틈틈이 손을 놀렸습니다. 정원은 작가에게 은신처 역할을 하며 그들의 작품에 영향을 줍니다. 채소, 허브, 과일 등 요리 재료로 쓰는 작물로 구성한 키친 가든 스타일, 자연과 어우러져 경계선 없는 풍경식 정원 스타일, 시골풍의 코티지 스타일, 그리고 인공적으로 다듬지 않은 야생의 숲이나 들판의 황야를 간직한 스타일 등 정원의 분위기도 제각각이고 개성만점이네요. 정원에서 영감을 얻고, 위로를 받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
|
예전에는 잘 정돈된 잔디밭이나 텃밭을 보며 멋진 자연만을 음미했다면, 이제는 '저렇게 가꾸려고 엄청 고생했겠구나!' 생각한다. 틈틈이 잡초도 뽑고, 제 때 거름주고 약을 쳐야 지금 보고있는 그 모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방치해두면 벌레 먹고 시들고 잡초가 무성해진다. 그래서 '작가들의 정원'이라는 책을 보며 처음에는 '이렇게 가꾸다보면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할텐데......' 생각했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은 대부분 정원사를 고용했지만, 짬이 날 때마다 직접 정원을 가꾸곤 했다. (11쪽)' 라는 글을 읽고 나서야 작가와 정원의 적당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가끔씩만 정원을 직접 가꾸고 글을 쓰거나 구상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작업실로의 정원은 최상의 환경임을 이 책에 담긴 사진을 보며 짐작해본다.
정원은 작가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온갖 번잡함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글을 쓰는 장소를 제공한다. '작가의 은신처'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원에 되살리고 싶어 한 이미지다. (9쪽) 집중을 방해하는 일상의 번잡함을 벗어나서 글쓰기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얼마나 근사한가. 반드시 그런 장소가 필요할 것이다. 예술적 영감을 주는 장소와 시간이 있기에 소설 속 세계는 현실감 있게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영국 작가들의 집과 정원을 보여준다. 제인 오스틴, 루퍼트 브룩, 존 러스킨, 애거서 크리스티, 베아트릭스 포터, 로알드 달,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윈스턴 처칠, 로렌스 스턴, 조지 버나드 쇼, 테드 휴즈, 헨리 제임스와 E.F. 벤슨, 존 클리어, 토머스 하디, 로버트 번스, 윌리엄 워즈워스, 월터 스콧, 러디어스 키플링 총 19개의 시크릿 가든으로 초대받는 시간이다.
익숙한 작가든 생소한 작가든 상관없었다. 주로 작품으로 접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삶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모르고 있는 부분도 많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정원을 매개로 작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꽃과 과일, 정원의 파릇파릇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집이나 정원은 그곳에 거주한 모든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140쪽)'는 이야기가 맞아떨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집이나 정원을 통해 작가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작가와 정원에 관한 글이 끝난 후 '그 작가 그 장소 그 작품'이라는 글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는 '영국 정원 여행 정보'가 실려있는데, 웹사이트와 주소가 안내되어 있다. 모든 집과 정원에는 휴무일이 정해져있으니 해당 웹사이트에서 입장 시간을 확인하라는 주의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정원 한두 곳쯤은 마음에 품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여행길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독자의 그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영국 정원 여행 정보'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이제, 당신의 정원을 만들 준비가 되었나요?'라는 질문으로 마친다. 누구든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정원 하나쯤은 만들어 놓으면 좋지 않을까. 크든 작든 상관없고, 나 혼자만의 정원이든 동네의 정원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나의 정원이 될 것이니 말이다. 작가들의 정원을 살펴보며 정원이라는 장소를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
|
<작가들의 정원>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영국작가 20명의 정원과 작품의 배경이 된 숲과 들판과 산책길로 안내하는 책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등 다양한 영국 작가들의 정원과 그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동화작가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정원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영화 대본, 희곡, 단편소설 그리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 <멋진 여우 씨>를 포함한 일련의 성공적인 동화들을, 집 저편 숲 속을 배경으로 한 동화에서 여우 씨는 역성에 맞서 싸우며 가족들을 안전하게 고난의 시간 너머로 데려간다. 정원 가꾸기와 글쓰기가 로알드 달의 복잡했던 마음을 표현하는 길이었다. "운명의 부침을 경험하면서도 로알드는 내면의 동심과 정원을 향한 사랑을 잃지 않았다. 어린 딸들을 위해 과수원에 사는 거인 친구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 거인은 <우리의 챔피언 대니>와 몇 년 뒤의 <내 친구 꼬마 거인>에 계속 나온다. 문학의 세계에 넌더리가 나거나 환멸을 느낄 때마다 로알드는 정원에서 안식을 찾았다. <대니>를 탈고한 뒤 그는 아홉 달 내내 정원을 돌봤다. 작품이 비판을 받은 뒤에도 다시 글이 쓰고 싶어질 때까지 난초를 재배하는 일에 몰두했다." <작가들의 정원>은 영국 작가들의 정원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글쓰기와 정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영국 작가와 정원, 그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
|
冊 이야기 2015-175 『작가들의 정원』 재키 베넷 외 / 샘터 “온갖 위험과 불안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 나는 집이 아니라 정원에 간다. 그곳에 가면 자연의 너른 품 안에서 보호받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들고, 온갖 풀과 꽃이 친구가 되어준다.” _엘리자베스 폰 아님 전업 작가들의 일터, 작업 공간은 집이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1700~1800년대 전 세계의 유명 작가들은 거의 한 곳에 오래 머물렀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동이 빨라졌어도 그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하다. 간혹 집을 떠나 독립된 공간에서 글 작업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나마 시간이 아까운 작가들은 오래 머무름의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이 땅에 머물다 간 유명한 작가들의 집과 정원을 통해 그들과 그들의 작품에 더욱 가까이 가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수많은 작가의 삶에서 정원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루퍼트 브룩, 베아트릭스 포터, 헨리 제임스 같은 소설가, 시인, 전기 작가, 동화 작가들이 정원(자신의 정원과 잘 아는 친지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 토머스 하디는 시골 도싯 주에서 나고 자랐다. 거기서 그는 해마다 사과를 따고 으깨어 사과주스를 만들었고 양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초가집 옆 텃밭에 채소를 길렀다. 반면 윈스턴 처칠은 케퍼빌리티 브라운의 풍경식 정원과 널찍한 호수를 갖춘 블레넘 궁전에서 성장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 모두 어른이 되어 스스로 정원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하디는 도체스터의 맥스 게이트에서 거의 자급자족하며 살았고, 차트웰의 처칠은 땅 파는 일꾼을 고용하여 연못에 가깝던 작은 호수들을 블레넘에 있던 호수처럼 크게 확장했다.
정원은 골동품 도자기나 가구처럼 그저 가끔 먼지나 털어주면 되는, 변하지 않는 물건이 아니다. 정원은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한다. 계절의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은 세상이다. 작가의 정원 중 지금도 남아있는 것이 많다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한 행운이다. 작가들, 특히 글쓰기를 시작한 초기에 고생한 작가들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현존하는 정원들 역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경우가 많다. 1937년 코커마우스의 워즈워스 생가는 철거되기 직전 현지인들에게 구제되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작가들은 많다. 제인 오스킨, 루퍼트 브룩, 존 러스킨, 애거서 크리스티, 윌리엄 워즈워스 등 19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몽크스 하우스 “이곳은 허세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길고 나지막하고, 문이 많은 집이다. 로드멜 가에 면한 쪽은 나무판자를 덧댄 모습이다.” 버지니아 울프, 1919년 일기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찾아 잉글랜드 남부 해안 도시 루이스 인근에 있는 로드멜의 좁은 길을 지나는 순례객들은 장미 넝쿨이 기어오르고 비막이 판자를 댄 소박한 집을 발견하게 된다. 따스하게 맞이하는 듯한 이 집은 쉰아홉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명민하고 불안했던 작가의 집이라고 하기엔 왠지 너무 아늑해 보인다. 1919년에 처음 이집을 구입했을 때 버지니아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곧 이 집의 크기와 모습, 야생적이고 비옥한 정원이 주는 심오한 아름다움에 굴복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버지니아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는 아마 과수원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녀의 단편 소설 〈과수원〉은 잠에서 깼을 때 자신이 사과 과수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느 소녀의 이야기다. 그 과수원은 버지니아의 과수원과 아주 흡사하다. 소녀가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듣는 대목이 있는데 지금도 이곳에 가면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버지니아는 화단 사이를 걸으며 꽃을 꺾어다 집 안에 꽂는 것 좋아했다. 자주 정원을 거닐다가 평화로운 곳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
윌리엄 워즈워스의 코커마우스와 그라스미어 “내 아버지의 집 뒤로 그가 지나간다.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 집 테라스 산책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그는 우리가 끔찍이도 좋아하는 놀이 친구였다.” 《서곡》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이야기는 1770년 컴브리아 주 북부 코커마우스에서 시작한다. 바로 뒤로 더웬트 강이 흐르고 언덕을 병풍처럼 두른, 이 타운의 가장 큰 저택에서 그는 다섯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워즈워스가 성장 하는 과정 중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으면서 참으로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야 했다. 추억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정원에서도 떠나야만 했다. 워즈워스가 태어난 집은 1937년에 하마터면 버스 정류장에 자리를 내주고 철거될 뻔했다. 다행히 철거를 단 며칠 앞두고 이 지역민들이 가까스로 모금한 돈으로 집을 매입해서 헐리는 것을 막았다. 일 년 뒤 내셔널 트러스트에 양도되었고, 2004년에 대대적으로 복원되기 전까지 이 정원은 오랜 세월 잔디밭이었다. 그 동안 끔찍한 홍수도 겪었지만, 현재 워즈워스 화단에는 옛 장미, 범꼬리 같은 약초, 아스포넬리네, 겹작약 ‘루브라 플레나’와 대청 등을 포함하는 초본식물, 절굿대, 애키네이셔 등 꺾을 수 있는 화초 그리고 전통적인 채소들이 자란다. 작가들의 정원을 통해 작가들을 다시 만나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그들의 마음이 읽힌다. 그들의 정서 속에 동참하는 느낌이다. 작가의 정원 스토리 뒤엔 ‘그 작가 그 장소 그 작품’이 소개된다.
![]()
|
|
정원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사실 우리에겐 조금은 낯설다. 왠지 동양보다 서양이 잘 어울릴 것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많이 봐왔던 정원은 늘 영국이나 프랑스의 대저택에 딸려있는 정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양에만 정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방에도 현대 정원의 역사가 살아 있다. 경복궁에만 가도 쉽게 그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정원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미관이나 위락 또는 실용을 목적으로, 주로 주거 주위에 수목을 심든가, 또는 이 밖에 특별히 조경이 된 토지', '집안의 뜰'. 쉽게 말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주위에 자연의 모습을 보기 좋게 꾸며 놓은 곳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정원이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자연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인간은 이미 자연 속에 살고 있는데 왜 굳이 정원을 만드는 걸까. 과거와 달리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일까. 그것도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영국의 정원 역사가인 톰 터너는 <정원의 역사>란 자신의 책에서 그 이유를 다음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우리의 몸을 위해서. 둘째, 특별한 목적이나 활동을 위해서. 셋째, 우리의 정신세계를 위해서. 책에 소개된 19명의 작가들이 정원을 가꾼 이유도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제인 오스틴, 존 러스킨, 애거사 크리스티, 로알드 달,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윈스턴 처칠, 조지 버나드 쇼 등 이름만 들어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이들 작가들의 정원 사랑은 특별했다. 정원은 그들에게 인생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접해왔던 그들의 문학 작품들 속에 그들의 정원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작품 속 주인공들이 거닐었던 곳이 상상 속의 정원이 아닌 현실세계의 작가들 자신의 정원이었다면 말이다. 그만큼 작가들에게 정원은 작품 그 자체였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매개체였으며 휴식처였고 안식처였다. 책을 보고 있자면 영국 작가들의 정원 사랑과 그들의 작품 세계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작가들의 정원 사진이 한 폭의 그림처럼 한 권의 책에 나열되어 있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정원을 거닐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그동안 글로만 접해왔던 작가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만나는 듯한 기분이다. 이 책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영국으로 정원 탐방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거다. 그리고 이 책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남다른 정원 사랑과 그 속에 담겨 있는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가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정원 있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작가들의 정원』에 등장하는 정원은 마치 외국 어느 성에 조성된 정원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아름답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정원들은 그곳에 살았던 작가들에게 작품에 대한 영감을 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것 같다.
쉽진 않겠지만 정원에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면서 사는 삶이란 힘든 점도 분명 있겠지만 행복할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은 일상과 소설 속에서도 일어나는데 작가에게 있어서 정원은 단순한 휴식의 공간을 넘어서는 작품의 토대가 되기도 하고 영감을 준 결정적인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작가들이 때로는 직접 가꾸고 그속에 있는 자연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했던,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영국 작가 20명의 집과 정원, 텃밭은 물론 그들이 쓴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숲과 들판과 산책길들이 소개된다.
전원적이면서 목가적인 풍경의 정원은 실제로 그곳에서 살았다면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였겠구나 싶은 마음을 갖게 할 정도이다. 비교적 많은 사진에 수록되어 있는 풍경을 보면 그 자체로 소설 속 풍경이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제인 오스틴이 쓴 작품의 주인공들이 지금이라도 걸으면서 대화를 했을것 같은 풍경들, 베아트릭스 포터가 쓴 피터 래빗 시리즈의 동물 주인공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놀고 있을것 같은 풍경들이 그러하다.
로알드 달은 자신의 정원에 있는 과일나무를 관찰하던 중 『제임스와 슈퍼 복숭사』의 영감을 얻었고,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신의 추리소설 곳곳에 자신이 사랑했던 저택인 그린웨이와 정원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고 때로는 어떤 성장배경을 가졌는지는 그들로 하여금 성장했을때 자신들이 정원을 꾸미게 되었을 때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정도라고 한다.
책은 이렇게 20명의 영국 작가들의 삶을 그들이 살았던 정원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면서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또한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그 작가 그 장소 그 작품'이란 코너로 관련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 정원이 딸린 아름다운 나만의 집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돈이 많다면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면 좋겠지만 일단 사회 생활이 마무리 되고 은퇴를 할 시기가 되면 정원에 딸린 집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현실적인 요소는 일단 다 배제하더라도 그런 꿈을 갖는 사람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물론 외국과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한국은 자그마한 땅덩어리에 산도 많아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아파트나 빌라가 중심적으로 지어지고 땅값도 비싼 편이라 정원이 딸린 집을 갖고 사는 것이 매우 부담이 된다. 특히 도시에서 정원 딸린 집을 갖고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계속해서 갖게 되는 것은 '정원'이 우리에게 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나는 정원하면 아름다운 꽃들이 탐스럽게 열리고,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가 곳곳에서 그늘을 만들어 내며 자라고, 나는 종종 그 아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산책하는 그런 '이상'을 꿈꾼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원이 그렇게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가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찌어찌 정원이 딸린 집을 구한다하더라도 정원을 가꾸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원은 왜인지, 특히 여성에게는 '로망'처럼 다가온다. 무언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곳, 그곳이 '정원'이다.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의 일화를 보면 그들의 작품 세계에 '정원'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곁에 두면서 자신들의 문학 작품 세계에 녹여낸다. 가끔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묘사하다니 대단하다, 싶은 책들의 경우 어느 곳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 작가들의 정원』은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영국 작가 20명의 집과 정원, 텃밭, 작품의 배경이 된 숲, 들판, 산책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직접 가꾼 정원과 텃밭, 자주 가던 숲과 들판…. 그리고 그 곳을 녹여낸 작품까지. 우리가 잘 아는 제인 오스틴, 애거서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친 아름다운 정원과 자연 환경을 사진과 저자가 직접 가서 느껴본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있구나 싶을 정도다. 유명한 작가들의 소탈한 일상과 삶의 이야기,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덤이다. 여기에 몰랐던 영국 작가와 작품도 접할 수 있고,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하나 더 늘어버릴 정도로 아름답고 시원한 자연에 눈이 반짝여진다.
![]() 작가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아름다운 공간을 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위로받고 영감받을 수 있었는 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면서 나 또한 평안을 찾는다. 사진에 고스란히 담긴 푸르름도 그렇지만 영국 작가들의 인생 이야기가, 자연으로부터 위로 받고 영감 받고 변화되는 이야기에 나에게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즐거워진다. 사실 썩 가독성이 좋거나 읽기 편한 책은 아니다. 다른 책들에 비해 가로가 길어 틈틈이 읽기는 조금 힘들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 집에 돌아와 잠을 자기 전 한장 한 장 넘기면서 읽기에 참으로 좋았던 책. 이쁘기만 하다 생각한 영국식 정원의 매력에도 흠뻑 빠지고 눈에서 피로가 사라지는,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책의 마지막에는 영국 정원 여행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책에 나온 정원도 이와 관련된 여행지도 가득하다. 조금은 색다른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영국하면 생각나는 여행지가 아니라 행복과 충만이 느껴지는, 고적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며 작가들의 흔적 찾기 여행도 꽤나 즐거울 것 같다. |
|
서점에 갔다가 책 표지가 아름다워서 한눈에 들어왔던 책이다. 그냥 대충 훓어볼때는 잘 몰랐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보면 볼수록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정원가꾸기는 대단히 유명한데, 그중에서 유명한 사람들 모두 집을 장만하면서 함께 정원가꾸는 일에도 무척이나 공을 들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을 구입하고 정원을 가꾸는데 돈도 많이 들어서 보통 사람들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구나.. 정원을 갖는다는 것은 어느정도 재력이 갖추어져야 할 수 있는 일이란것도 알게 되었다. 영국의 유명한 작가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가장 좋아하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이야기도 나온다. 힐탑이라고 피터 레빗의 배경이 되는 집앞의 텃밭이 그녀의 그림과 거의 같아 보인다. 멀직이 두 집이 떨어져 있는데 한곳은 가정집으로 한곳은 그녀의 작업실로 사용하며 두곳을 오갔다고 한다. 가정과 집의 일을 분리한 샘이다. 참 멋진다. 코티지풍 집도 너무 아름답고 정원도 너무나 아름답다. 작가들마다 자신의 스타일에따라 꾸미고 후에 집이 기증되는 일이 많아서 예전의 모습과 흡사하게 복원시켜놓은 지금의 정원도 참 근사하다. 다양한 작가들이 정원을 보면, 정원사에게만 맡기지 않고 집과 정원에 직접 애정을 담고 손을 걷어올리고 일을 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식물과 나무를 심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과일과 채소를 가꾸는 텃밭도 만들고 팔기도 하면서 수입을 낼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잘 관리되고 가꾸어진 유명한 작가들의 정원을 한곳 한곳을 한권의 책으로 돌아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