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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계절이 아니라 연말 즈음에 새 시집이 나온다. 다행이다. 마음껏 메마르고 신나게 어두워지리라. 흥청망청 삶을 다 사용할 테다. 추위 속에 외로운 집시처럼 죽어가겠지." 나의 삶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시를 읽는다. 시를 읽음으로써 삶이 나아지진 않지만 최소한의 결핍을 채움으로써 겨우 나 다워질 수 있었다. "숨고 싶다, 기약 없는 땅으로, 독창 혹은 숙명이라는 착란 속에서 단지 쓰다가 사라지고 싶다. 최선을 다해 빛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빛나는 것들의 심정이 이러할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