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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게 되는 작가들이 있다. 손원평 작가의 책도 그렇다. 이번에 책 정리를 하면서 손원평 작가의 책을 남길까 하다가 전부 정리했지만,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읽어야지. ^^ 10편이 수록된 단편집. 줄거리를 남기는 건 의미 없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 단편 위주로 리뷰해보려고 한다.
첫 단편 ‘당신의 손끝’ 문화센터 미술 강사 효원과 부유한 수강생 주영. 효원은 주영 덕분에 폐강 직전의 강좌를 지키고 자신만의 화실도 마련한다. 주영과 친밀하다고 믿었고 그래서 자신만의 화실을 마련했지만, 계약과 소비 앞에서 무너진다. 효원에게 주영은 동아줄과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친절했고 다정했으며 자신을 이해하는 것 같은 부유한 사람. 문화센터에서의 수업을 화실로 끌고 오면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화실 운영. 하지만 효원의 그런 바람과는 상관없이 주영은 강좌 신청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주영의 본심.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끝나는 건 칼같이 끝내는. 나에게는 소중한 장소가 누군가에게는 가난의 냄새를 감추는 장소일 수 있다는 것도. 인간관계는 그래서 어려운 거다. 나와 상대가 같은 결일 수 있다는 것에서.
‘태양 아래 빤짝이는’도 기억에 남는다. 최고급 호텔 수영장에서 일하는 나. 가난하고 실패한 그래서 빚이 있는 나는 곰팡이 슨 옥탑방의 삶도 눈부신 햇살에서는 표백되기를 바란다. 호텔 수영장에서 우연히 수영하게 된 나와 시현. 하지만 그 행동에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시현은 호텔을 나가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장기 투숙객. 그녀와 함께 있으면서 나는 투숙객의 삶을 흉내 내고 그 세계에 발을 들인 듯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결국 알게 된 계급의 경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계급이 없다고 말하지만, 세상 아래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엄연히 계급은 존재한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나보다는 괜찮은 계급의 사람인 줄 알았지만, 아닌 사람. 썩은 동아줄. 그녀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래서 씁쓸한 이야기.
‘통행증은 마스크’도 예전 생각이 나서 기억에 남는다. 팬데믹이라는 비상시기. 타인을 잠재적 위협으로 취급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생존을 위해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를 만들어 내는 수습기자의 하루 이야기다. 커피숍에서 너무 가까이 사람이 곁에 있는 건 싫은 티를 내며 한소리 하는 사람. 하지만 정작 자신은 마스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다 글을 쓴다. 글이란 누군가의 삶을 나락 보내는, 아니면 말고 형식의 글. 누군가 자신의 삶에 태클을 걸면 쌈닭처럼 변하면서 유명한 연예인이나 누군가의 삶은 아무렇지 않게 뭉게려는 사람. 모든 짜증과 혐오를 마스크 아래 가려 어떤 얼굴인지 알 수 없게 만든. 불평하는 대신 그걸 이용하는 자들이 승자가 되는. 그들에게는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모호하고 어려운 단편도 많지만 손원평 작가의 단편은 우리 사회 한 일면을 짧지만 강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소설이 좋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고 나는 어떻게 행동을 할지 생각하게 되는. 다음에는 어떤 소설로 독자를 찾아올지 여전히 기대되는 작가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eygirl0903/224268305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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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건대 이 시대에 손원평만큼 페이지터닝을 하며 문학적인 질문을 남기는 작가가 있을까. 일단 10갠가? 전부 빠지지 않고 재미있다. 말그대로 너무 잘 읽힌다. 휙휙 넘어간다. 근데아주 가볍게 씌였는데 왜 상념이.. 끈질긴 질문이 남지. 독서를 한다면 이정도 질문은 독자에게 남겨야하지 않을까. 작가의 말이 백미. 손웦녕은 작가의 말까지 잘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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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쁜 의도의 해부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는 표제작이 아닌,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이 드러내는 침묵의 대사와 같은 제목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무언가를 저지른 뒤에야, 독자는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말을 천천히 곱씹게 된다. 그 말이 변명인지, 고백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향한 위로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열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은 꽤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온도가 흐른다. 그러나 그 안에서 뜻밖의 감동을 받기도 하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긴장감이 스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며 아직 해갈되지 못한 독자라면, 이 책이 그 무언가를 건드릴지도 모른다.
2. 삶의 환율
돈이라는 것은 행복을 주는 가치일 수도 있지만, 진절머리 나도록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돈 앞에서 흔들리고, 돈 때문에 무너지며, 돈을 향해 손을 뻗다가 결국 스스로를 잃는다. 미술 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개인 미술학원으로 회원들을 빼돌려 전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당신의 손끝〉의 효원도, 공부방을 정리하며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피아노〉를 버린 혜심도, 명품 대리 구매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정작 〈그 아이〉의 가치에 회의감을 느끼는 정민도, 돈의 속박에서 벗어나 물 먹고 자란 꽃을 피운 화분이 되지 못하고 거름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혹은 세상 밖으로 나와 안간힘을 쓰며 버텨보지만 결국 시들고 말았다. 하지만 비관적이든 긍정적이든, 다시 새싹을 틔우려고 거름 속에서 발버둥 치게 되는 것이 우리 사람이라는 것이다. 쓰러진 자리에서도 다시 고개를 드는 것, 그것이 손원평이 이 소설들을 통해 조용히 건네는 말인지도 모른다.
삶이 허무한 〈그 아이〉의 정민은 이렇게 말했다.
<유령의 집>에 화자도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회원 빼돌리기에 실패하고 모집도 시원찮아 주저앉아 버린 〈당신의 손끝〉의 효원은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뜬구름 잡는 말이나 어이없는 조언 따위는 하지 않고, 절망울 겪은 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냈다. 어제의 악몽과 시련이 내일을 향한 연료라고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손원평 말고 누가 있겠나.
3. 힐링(healing)이 아닌 필링(feeling)!
서점에서는 잔잔한 감동이 유행인 시대이다. 힐링 감동을 표방한 소설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면서 표지 속에서 억지 미소를 내밀고 있다. 그것들은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고생하고 억울하고 외로운 주인공이 끝내 기쁨과 행복을 찾는 것. 이것이 힐링이다. 즉, 상처 입은 마음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 읽는 동안은 따뜻하고, 덮고 나면 한숨 돌릴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잠시 위안을 줄 수 있지만, 영원하진 않다.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를 읽고 이 책에 카테고리를 하나 붙여주고 싶었다. 생각하고 짜낸 것이 바로 '필링 소설'이라는 것이다. 치유해주는 책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책. 읽고 느껴라. 현실적이고도 현혹적이며, 따가우면서도 따스하다. '희노애락애오욕'을 느껴라. 손원평은 독자를 위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의 감각을 흔들어 깨운다. 필링 소설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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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소설은 아몬드부터 시작해서 젊은의 나라까지 출간된 책 모두 찾아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 책도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짧은 글들이라 술술 읽혔다. 단편마다의 주인공들은 여러 직군에서 일하는데 그들도 보수도 적고 불안정한 삶이며 사회에서는 약자의 입장인데 어떤 부분에서는 의도치않게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있기도 한 부분에서 찝찝하고 기분이 안 좋았다. 다 읽고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라는 제목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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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말할 것 같다.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보다, 제 의도는 정확했습니다라고. 그리고 이 작가의 의도가 나에게 그러했듯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꽂힐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뜨끔함을 느끼고 부끄러움을 회복하고 염치를 배워야만 한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