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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기록에서 여성의 내재된 의지를 읽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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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의 기록에 대체로 주변인으로 등장하기 마련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체적인 시각으로 그려내자는 기획 의도로 출간된 결과물이라고 이해된다.  ‘역사 속 여자, 00하다’라는 주제에 의해 기획되어 모두 4권의 결과물로 출간되었는데,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이 책에서는 남성들의 기록에 등장하는 2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고려의 문인 이곡이 기록한 <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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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의 기록에 대체로 주변인으로 등장하기 마련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체적인 시각으로 그려내자는 기획 의도로 출간된 결과물이라고 이해된다.  ‘역사 속 여자, 00하다’라는 주제에 의해 기획되어 모두 4권의 결과물로 출간되었는데,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이 책에서는 남성들의 기록에 등장하는 2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고려의 문인 이곡이 기록한 <절부 조씨전>을 통해 ’고려 말 절부 조씨‘의 삶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앞에서 소개되고, 이어서 한말의 문인 이건창이 기록한 <가련전>의 대상으로서 17~18세기를 살았던 함흥의 기생 가련에 대한 삶을 소개하고 있다.2명의 저자들이 협력한 결과물로서, 이 책에서는 남성들이 쓴 기록과 함께 저자들의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즉 대상이 되는 작품들은 여성의 "입을 통해 남성 지식인의 손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지만, 여성들이 지니고 있던 "구술 기억이 문자 기록으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에 입각해서 새롭게 해석하고자 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고려의 문인 이곡은 친구의 처외조모인 조씨의 사연을 전해 듣고, 70대 후반의 나이까지 꿋꿋하게 살아온 여성 조씨의 일생을 절개를 지킨 여성이라는 의미인 ‘절부(節婦)’라는 수식어로 기록하였다. 고려시대 무신정권이 몽고와 전쟁을 치르던 와중에서, 무인인 아버지를 따라 강화도를 탈출했던 어린 여성이 바로 조씨였다. 무신정권의 잔여 세력이 일으켰던 ‘삼별초의 난’ 당시 진압에 참여했던 아버지를 일찍 잃었지만, 13살의 나이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게 된다. 하지만 조씨는 17살이 되던 해에 시아버지마저 원나라의 일본 원정에 참여했다가 세상을 떠났으며, 10년 후인 27살의 나이에 한반도 중북부를 휩쓸었던 카다안(哈丹)의 침입에 맞서 군사로 동원되었던 남편마저 죽음을 맞는다. 이처럼 집안에 남자가 없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여성들의 노동을 지칭하는 '여공(女工)'에 힘써 그녀는 가정을 꾸려나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나 남은 딸과 생활하다가 이후 결혼했던 딸도 1남 1녀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나, 조씨는 손주들을 키우며 살았다고 한다. 조씨의 손녀사위가 이곡과 함께 과거에 급제한 친구였기에, 친구 집에 자주 드나들던 이곡이 조씨의 사연을 듣고 쓴 기록이 <절부 조씨전>이다. 저자는 “이곡의 어머니도 열다섯에 혼인했다가 40대에 남편을 잃고 남은 일생을 수절해 훗날 여든셋의 나이로 사망했다”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어머니보다 3살이 적은 조씨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이곡은 같은 칠십 대인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다. 그리하여 기록을 통해 남긴 “조씨에 대한 찬탄은 곧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찬탄이자 그 어머니의 자식인 자신의 영광”으로 여겼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원작자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나타난 조씨의 삶을 통해서 당시 여성들의 주체적인 면모를 읽어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은 이건창의 <가련전>을 통해 드러난, 조선 후기 기생 가련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함흥에서 처음 만났던 목씨 성의 한양 청년과의 애정이 인연이 되어, 그 청년의 당파인 남인의 입장에서 함흥을 찾는 사대부들과 평생 정치 담론을 펼쳤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숙종이 재위하던 시절 남인과 노론 사이의 치열한 권력 투쟁이 전개되었고, 정국의 주도권을 일시에 바꾸는 여러 차례의 ‘환국(換局)’이 일어났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건창은 <가련전>에 그녀의 말을 인용하면서, “차라리 남인의 종이 될지언정 / 노론의 첩이 되진 않겠다”라는 단호한 심정을 담은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함흥의 기록에서도 가련을 여성이지만 의협심이 강하다는 의미인 ‘여협(女俠)’으로 칭했다고 하니, 그녀에 관한 당시의 평가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80대 후반의 나이에 함흥을 찾은 사대부 권섭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한시와 노래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의 별도의 기록을 덧붙여 소개하고 있다.


남성들에 의해 기록된 두 작품은 모두 한문으로 표기되어 있기에, 당연하게도 한문을 알지 못했던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기록할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남성들에 의해 기록으로 전해지면서, 비로소 두 여성의 삶은 남성들의 ‘기록을 가로채’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고 하겠다. 남성들의 시각에 어느 정도 굴절되었던 기록을 대상으로, 주체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삶을 새롭게 읽어내고자 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저자들은 이를 “전근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일방적 기록에 내재된 여성의 의지를 발견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i*****n 2026.04.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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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임금 노동의 현장에서 활동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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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 여성들은 가정의 살림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었지만, 남성 중심의 관념이 지배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던 당대의 사람들은 여성의 노동을 당연한 의무로 여겼다. 사회활동을 전담했던 남성들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정작 가정살림을 하는 여성들은 남성들을 뒷받침하는 존재로 대우했던 것이다. 어진 어머니와 좋은 아내라는 뜻을 지닌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관념은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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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 여성들은 가정의 살림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었지만, 남성 중심의 관념이 지배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던 당대의 사람들은 여성의 노동을 당연한 의무로 여겼다. 사회활동을 전담했던 남성들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정작 가정살림을 하는 여성들은 남성들을 뒷받침하는 존재로 대우했던 것이다. 어진 어머니와 좋은 아내라는 뜻을 지닌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관념은 본래의 긍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을 가정에 묶어놓고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표현으로 활용되곤 했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에 의해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비판하는 용도로 이와 유사한 표현이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근래 가정에서 이뤄지는 노동도 정당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구체적으로 가사 활동의 경제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한 보고서의 내용이 언론에서 다뤄지기도 했었다.


‘역사 속 여쟈, 00하다’라는 기획의 마지막 결과물로서, 이 책에서는 근대 이후 여성들의 사회적 노동과 그에 관한 당대의 평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행랑어멈과 식모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커리어우먼’이라는 주제로 2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여성을 배제해 온 노동 차별의 장벽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했던 ‘일하는 여성들’의 야야기를 흥미진진한 사례들”로 소개하고 있다. 과거에도 여성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줄곧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을 전담했었지만, 그들이 비로소 임금 노동의 현장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근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성들의 노동은 남성들의 그것에 비해 ‘한층 더 무시되고 비하되’었으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도 여성들은 스스로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혹은 삶의 의미를 찾고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 노동을 했’던 것이다.


근대 이전 하인 혹은 머슴 등에 의해 양반들의 실제 생활이 유지되고 있었다면, 명목상으로나마 신분 체계가 해체된 근대 이후 특히 일제 강점기의 상황에서는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고용된 이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여성들의 경우 과거에는 대문 근처의 줄지어 늘어선 방들을 뜻하는 행랑(行廊)에 거처하는 ‘행랑어멈’들이 살람을 담당했다면, 일제 강점기에는 부유한 이들은 주로 ‘식모(食母)’를 고용하여 부엌일을 하도록 했던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역사적으로 누구보다 먼저 임금 노동의 시장에 진입한 이는 사실 이 식모들”이었음을 논하면서,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했으며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던 그녀들이야말로 자본주의적 전환이라는 변화를 겪고 있던 당대의 중요한 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에 발간되었던 신문과 잡지 등에 나타난 기사들을 통해 ‘가사 노동자’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이었고, 직장인으로서의 여성은 그러한 문화에서 배제되거나 혹은 소외된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커리어우먼’이라는 주제는 ‘그녀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수많은 애로와 그 극복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련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 여성들에게 커리어 추구 자체가 문제가 된 건 20~30년 남짓”되었을 뿐이며, 구체적으로 ‘1990년대 이후’라고 적시하고 있다. 당시의 언론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이 시기에 비로소 활발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이해된다. 이 글의 저자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거나 실존 인물’들의 사례를 통하여, “한국에서 커리어를 추구하고자 했던 여성들의 지난한 싸움과 빛나는 성취를 살펴보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i*****n 2026.04.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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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보여준 조선시대 여성들의 사례를 소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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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조선시대 문화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요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표현이었다. 여성은 태어나면서 남성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하며, 결혼을 한 상황에서는 남편을 위해 살아야 하고, 남편이 죽은 이후에는 아들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결혼을 하기 전에 친정 부모들이 딸에게 “시집에서는 귀머거리로 3년, 장님처럼 3년, 벙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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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조선시대 문화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요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표현이었다. 여성은 태어나면서 남성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하며, 결혼을 한 상황에서는 남편을 위해 살아야 하고, 남편이 죽은 이후에는 아들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결혼을 하기 전에 친정 부모들이 딸에게 “시집에서는 귀머거리로 3년, 장님처럼 3년, 벙어리 노릇을 하며 3년을 살아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이러한 표현에는 “딸이 새로운 환경에서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랐던”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파악되지만, 결국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는 주어진 삶을 그저 묵묵히 감내해야 한다는 여성 생활의 지침”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역사 속 여자, 00하다’라는 주제의 기획물 가운데 하나인 이 책은, 남성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적극적인 행동들을 다룬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역사 기록에서 ‘결코 조용하게 살지 않았던 그녀들, 기어코 세상을 시끄렵게 만들어서 사회가 바라는 대로 가만히 있지 않았던 여성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이 책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조선의 붕당을 여성의 정치의식을 포착하는 하나의 도구로 접근’하여 논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정치가 당파에 따라 권력이 기울기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인데, 남인에서 노론으로 당파를 옮긴 손자와 의절까지 감수했던 경상도 ‘안동의 장씨 할머니’의 이야기가 첫 번째로 다루어지고 있다. 여성이 정치의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여성이 남성들의 의식에 이끌려 행동했던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이어지는 주제는 어머니와 남편을 죽인 이에게 복수를 감행했던 여성들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아내가 개가했다는 이유로 친정 엄마를 찾아 괴롭히다가 죽음에 이르게 하자, 그녀는 친언니와 함께 전 남편을 찾아가 절굿공이를 휘둘러 복수를 했다고 한다. 또한 범행을 검증하던 현장에서 남편을 죽인 사람에게 칼을 휘둘러 복수를 했던 여인의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은 청상의 며느리를 보쌈하려는 남성을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방에서 기다리던 중,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상대를 낫으로 죽인 사건이다. 이 여성들의 사건은 사회적으로 범죄임이 분명하지만, 저자는 당사자인 ‘여성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이용하면서까지 쟁취하고 싶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결코 조용히 주어진 역할에만 안주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목소리’를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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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i*****n 2026.04.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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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춰 옛 기록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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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란 목적한 바를 이루려고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을 의미하는 바, 그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남성의 욕망은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긍정적인 가치인 것처럼 평가되지만, 욕망의 주체가 여성인 경우 대체로 부정적 평가가 덧붙여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더욱이 전근대 사회에서는 여성은 남성의 욕망 충족을 위한 상대로 여겨지기 일쑤였고,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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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란 목적한 바를 이루려고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을 의미하는 바, 그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남성의 욕망은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긍정적인 가치인 것처럼 평가되지만, 욕망의 주체가 여성인 경우 대체로 부정적 평가가 덧붙여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더욱이 전근대 사회에서는 여성은 남성의 욕망 충족을 위한 상대로 여겨지기 일쑤였고, 여성의 욕망 추구는 비판을 넘어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역사 속 여성, 00하다’라는 기획물의 하나로 출간된 바, <여자, 기어이 욕망하다>라는 제목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옛 기록에 나타난 여성의 욕망을 세 개의 주제로 나누어 새로운 관점으로 읽어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로 고려시대의 왕족인 안정궁주가 남편이 아닌, 천한 신분의 거문고 연주자 가영과 외도를 한 사건이 다뤄진다. 이 사건을 통해서, 고려 왕실의 순수혈통을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행해졌던 근친혼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즉 “역대 국왕의 왕자와 왕녀들이 낳은 아들의 상당수는 후대 국왕의 왕녀나 손녀를 아내로 맞이했”던 것이 고려 왕실의 통례였다고 한다. 따라서 안정공주의 남편인 왕박의 형제들은 모두 왕녀들과 결혼을 했는데, 안정궁주의 동생인 창락궁주가 이미 왕박의 형과 결혼을 했다는 것을 사건의 발단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언니와 동생이 시가에서 ‘족보가 꼬였’던 정략결혼의 결과, 부부가 된 안정궁주와 왕박 사이에 애초부터 애정이 전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제시된다.


그리고 결혼 이후 왕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거문고 연주자 가영을 보고, 남편을 통해 그를 소개받아 거문고를 배우다가 자연스럽게 외도로 이어졌던 것이다. 왕실의 체통이 손상되었다는 이유로 결국 남편인 왕박은 작위를 박탈당했지만, 안정궁주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왕실의 일원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외도의 대상인 ‘가영은 섬으로 유배되는 가혹한 형벌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당시 결혼한 이들의 외도가 적지 않았을 터인데, 안정궁주의 사건이 역사 기록으로 남았던 이유를 논하면서, 외도의 상대가 귀족이나 왕족이 아닌 천한 악공(樂工)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아울러 왕족인 안정궁주와 관련된 사건을 통해, ‘체제가 비정상이라고 규정한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그 체제가 자신에게 허용한 것을 십분 활용했던 한 여성의 삶을 복원’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로는 조선시대 인조 치하에서 벌어졌던 궁궐에서의 주술(呪術)을 이용한 ‘조 귀인 저주 사건’을 다루어지고 있다.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해 동물의 사체나 흉물(凶物)로 여겨지는 물건들을 파묻고, 이러한 결과가 상대에게 병이나 죽음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주술을 행하는 목적이라고 하겠다. 인조는 왕비인 인열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후궁인 조씨를 총애하여 새로 들인 왕비나 다른 후궁들과 소원하게 지냈다고 한다. 인조가 죽고 그의 아들인 효종이 즉위하면서, 국왕의 처소를 비롯하여 궁궐 곳곳에서 저주의 의미가 담긴 주술용 물건들이 발견되었다. 때마침 귀인 조씨와 사돈 김자점의 역모 사건이 드러나면서, ‘조 귀인 저주 사건’은 김자점의 역모와 엮여 처벌을 당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인조의 후궁 조 귀인이 정치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무속의 저주"를 활용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마지막은 조선 후기의 ‘열녀 담론’들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논하고 있는 내용이다. 박지원의 <열녀 함양 박씨전>의 대상인 함양의 박씨 여인이 남편의 삼년상을 치르고 자결했던 사건이 그 하나이다. 이어서 결혼한 이후 남편이 죽어 결국 네 번의 결혼을 했던 덴동어미의 사연이 전해지는 가사 <덴동어미 화전가>를 다루고 있다. 열녀로 칭송받았던 사례와는 달리 남편을 잃고 네 번이나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덴동어미는 가사에서, 일찍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가 된 여인의 하소연을 듣고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개가를 만류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시집과 친정에서 홀대를 받고 오갈데 없는 처지에서 강물에 몸을 던져 숨진 향랑의 사연이 사대부 남성들에 의해 전해진 사연이 이어진다. 이러한 사연들을 '여자, 수절하다'라는 제목으로 다루면서, "조선 후기 과부살이와 자살을 단행한 열녀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일견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이상의 사례들을 하나로 묶어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성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 책에는 정략결혼으로 원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 외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웠던 ‘고려 안정궁주’, 후궁으로 궁궐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술을 활용하여 누군가를 저주하야만 했던 조선시대의 ‘인조 후궁 조 귀인’, 그리고 조선시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절개를 중시하며 목숨을 버린 ‘열녀들’의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주체이면서, 한편으로는 남성 중심의 체제에서 욕망으로 인해 불행한 결말을 맞은 존재라는 의미를 아울러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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