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을 조금씩 읽어보려고 하는 중에 황지우 님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거다>를 구매해봤다. 시집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꺼내보면 소설보다 더 매력적인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사랑이 되었던 뭐가 되었던 사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에는 정말 많은 함축이 담겨있고, 결국 그것을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 아닌가. 내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사랑을 보고, 다른 것을 보고 싶다면 그것을 보는 것 같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특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많이 곱씹어 보게 된다. 온전히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해당할 수 있는 말일지. |
|
25세에 읽은 시점에는 아직 조금 깊이가 덜하다. 나의 생각이 글들을 따라가기에 종아리에 수두룩 알이 베겼다. 이 감정 그대로의 것도 소중하겠지만, 조금 더 무르익은 후에 읽어 보고싶다. 나의 나중은, 누군가의 소망이고 염원이겠지. 고로 다시금 생각해본다. 나의 나중을 오늘의 오늘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발자국을 되감고, 신발 밑창의 뒷부분보다 앞부분을 닳게 하자. 앞머리보다는 뒷통수를 더 신경쓰자. |
|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거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우리는 언젠간 늙고 죽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그 옛날 영원히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던 사람들도 이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늙어감을 외면하는것이 아닌 나이먹음을 받아들여 지금의 나이를 사랑하며 지금의 나이에 할 수 있는것을 하며 삶에 만족하는것이 가치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에서는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것이라 하지만 이 문장에서 나는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어떤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가끔.... 긴 문장들의 소설보다 이런 짧은 시가 가슴을 파고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