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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다리를 뻗어 아이를 낳을 테다』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역류하는(63)”
시집 제목부터 결의에 가득찬, 한 아이가 있다. “노란 후라이 해바라기 하나 심어보”(34)고 싶은 아이. 그 아이는 “해바라기처럼”(34) 컸다. 그러나 “입슬을 잃은 아이”(39) 말이 없고, “발이 작은 아이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넘어만 지고 있었다”(31). “거꾸로 매달린 시간은 빈혈처럼 흐려졌다.”(13) “볕들지 않은 방의 밤은 늘 젖어 있었다”(12) 왜냐하면, 그 아이는 “하루씩 닳았던”(16) “이름 없는 아버지의 날들”(11) 속에 있었다. “부고는 없었”(27)지만 “바람이 뚝뚝 지고 있었다./뚝, 뚝, 뚝,/지고만 있었다.”(57)
바람이 꽃송이처럼 떨어지는 어느 계절, 구불구불 길을 따라 그녀를 만나러 간다. “사람을 피하면 바람이/바람을 피하면 소리가”(40) 윙윙 울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는 이제야 아버지 “단벌의 구두를 안고서야 울었다.”(15) 그 때 마다 “유년은 낮잠처럼/젖은 바짓단처럼/무겁게 무겁게 끌려온다.”(29) 그녀에게 유년의 기억은 무엇이었을까? “새끼 잃은 고양이도 푸른 울음”(38)을 우는데, 정작 본인은 “엄마의 아픈 손가락”(20)이 된 적 없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오늘 하루는 “굳이 이어진 삶”(58)이 되고, 그러다 “지난 비에 젖었던 것들이”(41) “세 자리 국번처럼 사라졌고”(59) 슬픔인지 다행인지 “왼쪽 가슴 아래가 간질거렸다.”(21)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 실들 속에서 금이 간 웃음을 띠고”(61) “술래 등에”(42) 숨어 “어디 가서 얼마요 묻지 않”(44)는 “발 묻힌 할방”(25)으로 자란 아이. 인연들 속에서 이름을 잃고, 기쁨을 잃고, 흥정도 잃고, 갈 곳도 잃은 아이.
그 아이는 이제 할매같은 시인이 된다. 손주 끼니를 걱정하는 할매의 마음으로 꾹꾹 눌러쓴 그녀의 첫 시집에서는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청국장 냄새가 나는 듯하다.
“슬픔에 익사되는 날이/어려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던 날이/멈추던/ 검은 날,/너는 어디에 있었고,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65)”
마침내 유년시절의 아이가 노란 후라이같은 할매의 젖을 먹고 해바라기처럼 자라 입술을 얻게 된 날, 그녀는 천천히 높은 곳에 있던 다리를 거두어 땅으로 내려 올 거다. 배선윤의 시는 아래에서 위로 상승하려는 욕구를 시인의 글로 치환해 표현한다. 하늘로 다리를 뻗어 아이를 낳을 거라는 선언은 남성/아버지/관습/제도에 대한 여성성의 도전으로 볼 수 있다. 수직의 메타포가 남성/팔루스를 상징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높은 곳으로의 구토와도 같은 지나난 시적 표현은 그로데스크까지 하다. 물의 흘러넘침을 어떠한 규제로도 감당할 수 없으니 역류될 수 밖에. 지난 비에 젖었던 것들도, 흥건히 굳이 이어진 삶도. 어쩔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