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집은 전부터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시집이었고 내가 암송하고 있는 시도 많은 시집이다. 류시화님은 내가 전부터 참 좋아했던 시인이었고 그가 번역한 책이나 그의 시집, 잠언집들을 참 많이도 봐왔었다. 그가 지은 아름다운 시어로 가득찬 이 시집 100쇄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로 시낭송을 했다고 한다. 그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듣기전에 그의 목소리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좀처럼 예상하기가 힘들었다. 예상했던 목소리는 아니었다. 굵고 나직한 목소리. 과연 그의 목소리가 진짜 맞을까도 싶었다. 잔잔하게 깔리는 인도풍의 배경음악도 그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어서 듣다보면 나른해짐을 느낀다. 그의 시는 멋지다. 그의 시중 하나인 '여행자를 위한 서시'를 읽다보면 감정이 북받치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그를 보고 상업적이라고 말하는 일부의 사람들의 의견이 옳든 그르든 그가 탁월한 시인임에는 틀림없다. 난 그의 글을 사랑한다. 그의 글은, 시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역시. 그의 시는 탁월하고 그의 시낭송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
![]() 오래 전에 산 시집인데 며칠 전 다시 읽게 되었다. 다양한 삶을 살았고, 프로 여행러인 저자의 시와 글은 언제 읽어도 오래 만난 친구같다. 삶에 대한 고찰이 담긴 그의 시는 읽고 나면 계속해서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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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 땅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 그래, 별들만큼 사람이 많은 것은 우리가 저마다 다른 별에서 왔기 때문이지 - 류시화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우리가 류시화를 시인이라고 부르기 훨씬 전부터, 이미 그는 시인이었다. 시인으로 태어났기 때문. 열 살 전후의 사내아이의 시라고는 믿기 어려운 4행의 작품을 읽으면, 아무래도 시인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주장한 워즈워드의 영감설에 기울게 된다. 밤하늘을 보며 사색에 잠긴 꼬마 시인. 혹은 꼬마 철학자.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中 연극배우 박정자를 통해 이 시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가 느닷없이 이 시를 암송하는 거였다. 직업이 연극배우이니, 애송하는 시이니까 잘도 외웠겠지 싶었지만 마냥 부러웠다. 여태 암송하는 시 한편 없다니! 그래서? 나도 도전했다.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감히 모방할 수 없었지만 시를 외우면 감응의 깊이가 천양지차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시집이 30쇄 발행할 무렵, 그러니까 1994년 봄, 내 키가 160을 돌파할 때였다.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 류시화 시 ‘목련’中 해가 바뀌고 봄이 슬금슬금 기어올라치면 습관적으로 ‘목련’을 떠올린다. 매년 맞이하는 봄이건만 항상 새롭게 여겨지는 까닭은, 어쩌면 이 시 덕분일지도 모른다. 이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류시화 육성을 테이프로 처음 들었다. 100쇄 기념 낭송 음반이 출시될 때였다. 당시 용돈이 궁했던 나는 14,000원의 세트를 구입하지 못하고 여러 음반점을 돌아다니며 5,000원짜리 테이프를 찾는 데 혈안이었다. 물론, 신(神)은 내 편이었다. 머리에 불이 날 때마다 인도로 떠난다던 류시화의 음성을 통해 인도의 명상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도 테이프 비닐을 벗길 때의 떨림을 잊을 수가 없다. 류시화는 펜으로 시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머릿속에서 폭풍이 지나가고 한 편의 시가 완성되어야 출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독자의 가슴에 직구(直球)로 전달될 수 있는 모양이다. 오래 간직할수록 ‘명품시집’이 되는 류시화의 첫 시집은 열 번 읽으면 열 번의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는 책이다. ‘안개 속에 숨다’, ‘새와 나무’, ‘누구든 떠나갈 때는’, ‘유서, 나는 평민이었습니다’,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등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지만 꼭 한 편을 골라야 한다면! 류시화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의 서문을 대신하기도 했던, 시인 본인이 가장 애착이 가는 시라고 밝혔던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의 모든 글이 이 시에서 출발하는 건 아닐까?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서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 위에 쓰러진다 류시화 시, ‘길 위에서의 생각’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