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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지옥으로의 느린 하강을 그린 작품이다. - 제롬 가르생 《겨울 아이》는 엠마뉘엘 카레르가 《적》을 쓰기 전, 아직 로망 사건에 붙들려있을 때 빠르게 완성한 소설이다. 정확히는 로망 사건을 글로 옮기는 데 포기한 동안 쓴 소설. 오랫동안 구상했지만 그때가 되어서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이 소설을 읽기로 마음먹은 것은 자기 가족들을 살해한 장클로드 로망이라는 인간이, 카레르의 인터뷰를 수락하면서 한 말 때문이었다. 카레르의 신간을 읽었는데 마음에 들더라고. 자기가 벌인 그 충격적인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이 다분한 이 소설을 두고 말이다. 짧지만 빈틈없는 작품이긴 하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일품이라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장클로드 로망이 이 작품을 칭찬했다는 사실은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장클로드 로망이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를 속인 18년간 떠돌았던 낮의 시간. 카레르는 분명 그 시간을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썼다. 로망을 인터뷰하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오랜 시간, 홀로 숲과 호수를 거닐면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나요? 소설은 굉장히 짧다. 니꼴라라는 꼬마가 다니는 학교에서 스키 캠프를 간다. 버스를 대절해서 가는데 니꼴라네 아버디는 안전을 이유로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아버지는 상당히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사람이고 엄마도 좀 그런 편이라 니꼴라는 약간 주눅이 들어있다. 이런 개인 행동은 처음도 아니다. 니꼴라는 점심도 집에 가서 먹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점심 시간 동안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을 맴돈다. 니꼴라네 반에는 오드칸이라는 아이가 있다. 키도 크고 생김새도 어른 같은 오드칸. 친구들은 오드칸을 두려워하는 한편 가까이 가고 싶어 한다. 교실의 질서를 다스리고 폭군처럼 군림하는 오드칸. 니꼴라가 산장에 도착했을 때, 그에게 잠옷을 빌려준 이는 오드칸이었다. 니꼴라네 아버지가 아이만 내려주고는 가버렸기 때문이다. 가방을 찾아야 하는데 아버지는 소식도 없고 연락할 방도도 없다. 니꼴라는 오드칸과 가까워지는 상상을 펼친다. 니꼴라의 아버지는 의료 기구 판매원이다. 집을 비울 때가 많은 아버지가 니꼴라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아버지는 늘 겁을 주고 무서운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세상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지, 그 앞에 선 꼬마 니꼴라는 얼마나 작은지 말이다. 니꼴라의 상상은 넓은 나래를 펼친다. 산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야릇하고도 그릇된 느낌을 주는 상상들. 마을에서 벌어진 범죄 사건을 알게 된 니꼴라는 오드칸의 환심을 사려고 이야기를 꾸며내게 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니꼴라는 우연히 과거를 마주하고 뒤돌아 도망치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꼬마 니꼴라의 생각들은 어느 순간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부터다.더 이상 이야기하게 되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역자 후기도 나중에 읽기를 권한다. 이 소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질문이 바로 힌트가 된다. 니꼴라의 이야기는 정말, 어린 아이의 순전한 상상이었을까?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영화 <더 헌트>와 같은 상황은 아닐까? 답은 소설 안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