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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 란 학창시절 교과서 지문 속 난해하기만 한 문장들의 나열이었다. 그런 내가 조재선 시인의 <딸이 고양이가 되다> 시집 속 『나는 믿나이다』라는 시를 통해 무언가의 강한 울림이 전달되는 첫 경험을 하였다. 담담하게 시인의 언어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옛 기억과 마주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하늘에는 아무도 없지만, 숨 쉬는 모든 것이 죽지만, 사랑은 늘 식은 밥처럼 굳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하느님을 믿고, 삶을 믿고, 사랑을 믿는다고 말한다. 짧은 글 속에 담긴 울림은 깊고 따듯했다. 시를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서 잊고 있던 기억의 단편들이 마구 소집되어 그 때의 그 시절을 회상하고, 내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휴식 같은 시간이 좋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믿음, 소망, 사랑의 성호를 그으며 기도하던 소화 유치원 시절. 성 가정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당에 나가 열심히 교리공부 하고, 세례 받고, 혼인성사를 준비하던 예비부부 시절.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의 봄날. 시골 고즈넉한 언덕 위에 자리한 작은 성당에서 올린 나의 결혼식. 그 이듬해 연달아 선물처럼 우리에게 와준 아이들의 태명은 강복이와 복음이. 영원할 줄만 알았던 나의 충만한 신앙심이 연년생 육아라는 현실과 부딪히며 냉담자로 보내온 시절이 10년이다. 조재선 시인의 문장은 다시금 신앙심의 불씨를 지펴주는 온기가 있고,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바라보는 그 시선의 공기가 정겨웠다. 마치 나를 향해 쏘아 올린 희망의 신호탄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와 믿음으로 다가왔다. 나처럼 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던 사람이 있다면, 조재선 작가의 시집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바쁜 일상 속 눈 앞의 현실이 막막하여 마음의 회복이 필요한 이들에게, 시가 어떻게 내 삶의 언어로 들어와 위로와 안식을 주는지 느껴질 것이다. |
딸이 고양이가 되다 중 〈사람은 비밀이 된다〉사람의 눈빛과 등 뒤에는 저마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묵직하게 매달려 있다. 조재선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결국 저마다의 한 권 책이 되고, 남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그림이 되며, 끝내 지도에도 없는 깊은 숲이 되어간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상처와 비밀을 단단한 열매 속에 감춘 채 나만의 내면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 지닌 고유한 풍경이다. 시인은 이러한 삶의 끝을 ‘새벽 안개’라는 눈부신 위로로 피워낸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세상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수많은 아름다움을 품은 채, 온 들판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안개가 된다. 죽음마저 또 다른 시작으로 품어 안는 숭고한 시선이다. 이 시를 오늘따라 세상의 소란에 지쳐 나만의 동굴로 숨고 싶은 이들에게, 혹은 타인에게 온전히 이해받지 못해 마음이 쓸쓸한 이들에게 건네고 싶다. 고독은 내 안에 아무도 모르는 깊고 아름다운 숲을 오롯이 채워가는 낭만적인 시간임을 이 시가 가만히 속삭여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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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고양이가되다
조재선 시인의 <딸이 고양이가 되다>를 읽다가 「목련」 이라는 한 편의 시 앞에서 한참 머물렀다.
”오늘이 설인겨“
정적이 길었다. 가만 고개를 들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길게 숨을 들이키고 내뱉는다. 이내 연필을 쥐고 짧은 글을 남겼다. 시도, 습작도, 메모도 아닌 무엇. 그 순간의 솔직함이었다.
기억 저편, 조각난 우주 속에서도 할머니의 세상은 여전히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창피함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어린아이처럼 묻는 할머니의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것이었을까.
이 시집을 읽는 동안 자주 이런 순간들을 만났다. 거창한 사건이나 큰 목소리 대신 가족과 기억, 계절이나 나이 듦과 그리움 같은 삶의 조용한 장면들이 담담하게 놓여 있다. 시를 읽는다기보다 오래된 앨범을 넘기듯 누군가의 시간을 함께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좋은 시는 설명하지 않고 오래 머물게 하는 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자꾸만 잊고 있던 기억과 사람들 곁으로 다시 걸어가게 만드는 시집, 아무 페이지나 펼쳐 그 날의 기억을 따라걷기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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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내가 ‘낯설다’라고 느끼는 두 가지 경우가 있었다. 첫째로 익숙한 길, 익숙한 사람, 익숙한 계절, 익숙한 시간. 익숙한 것들에서 기시감이라 해도 좋을 낯섦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항상 곁에 있어 다 안다 생각하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유난히 달라 보이고 낯설어 보이는 순간, 그 순간을 시인은 놓치지 않고 시로 만들어냈다. ⠀ 또 하나의 낯섦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말 그대로 ‘처음 겪는’ 낯선 것이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오늘이라는 매일이 처음이기에 여전히 처음 마주하는 낯선 것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언제 어떻게 마주치게 될지는 모르지만 두려워하기보다 어떤 낯섦을 마주할지 기대하고 낯섦을 마주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준비하고 있다면 두렵지 않다. 누군가와의 이별, 헤어짐, 문득문득 찾아오는 그리움이 이 새로운 낯섦에 해당한다. ⠀ 이 두가지 낯섬이 <딸이 고양이가 되다>에 시가 되어 담겨있다. 이 낯섦 들이 담겨있는 시 임에도 표현과 형식이 낯설지언정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도 비슷하게나마 겪어보고 느껴봤던 것들이라서가 아닐까. 바쁘게, 피곤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눈을 뜨고 있으나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매번 지나가는 익숙한 길임에도 길가에 시기에 맞게 피어있는 온갖 꽃들, 옷을 갈아입는 나뭇잎들을 놓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구름과 같은 색으로 숨어있는 낮달,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노을 그 귀한 것들을 하나도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그런 피로도를 견뎌내는 이유인 심장 같은 가족들의 얼굴도, 행동도, 일상도 미쳐 보지 못한다. 그런 것들을 기꺼이 시간과 공을 들여 보려 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에서 시가 시작된다. ⠀ 일상을 귀하게 여기고 관찰하며 그 안에서 유의미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시가 되는 순간은 태도와 밀접한 관련된 일임을 이 책을 보며 깨달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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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선 작가의 문장은 나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시는 더 깊은 곳까지 나를 흔든다. 너도 마음 한 켠 이런 구석이 있지 않냐며 나를 깨운다. 추억을 뭉근히 부르는 깔끔한 그의 문장과 감성을 닮고 싶다. 맛있는 쿠키를 아껴 먹는 심정으로 그의 시를 천천히 음미하기를 바란다. 빨리 읽어 내려가기엔 너무 아까운 문장들이다. 시에 묻어나는 추억을 가만히 따라가면 그 시절 속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나 또한 누군가의 고양이였음을 깨닫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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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시인의 말이 부러울 때가 있다. 다양한 감정을 어쩌면 저리 짧은 단어와 문장 안에 담아낼 수 있는지, 그들의 언어 세계를 마주할 때마다 늘 동경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감히 쉽게 다가가지 못할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 있어 놀랍기도 하다. 아는 작가님의 소개로 조재선 시인의 《딸이 고양이가 되다》를 만났다. 이 시집을 읽으며 시란 특별한 사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일상의 풍경과 오래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감정을 발견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시인은 내가 무심히 지나쳤을 장면들을 더 특별히 바라보고 오래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조용히 시로 꽃피운다. “의미라는 건 구름과 같은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시집 속 문장들은 선명하게 붙잡히기보다 흐릿한 여운으로 오래 남는다. 읽다 보면 내 마음속에도 미처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들이 있었음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딸이 고양이가 되다》라는 제목부터 현실과 상상 그 어딘가를 닮아 있다. 그 안에는 상실과 사랑, 관계에 대한 여러 감정이 은유처럼 스며 있고, 무엇보다 삶을 과장하지 않는 담담한 시선이 좋았다. 나라면 평범해서 그냥 지나쳤을 순간들을 시인은 여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집은 단순히 시를 읽는 시간을 넘어, 내 삶의 오래된 감정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나 역시 언젠가 내 삶의 순간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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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쓰는 이의 인생이 녹아있다고, 시를 읽음은 인생을 읽는 것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자식으로,부모로, 사회의 어른으로, 방황하는 인간으로, 그리움으로, 읊조리듯 써내려간 시들은 마치 작가의 일기장 같습니다. 고급만년필이 아닌 손수깎아 다음은 연필심으로 담담하고 수수하게 오랜기간 쓰여진 일기장같은. 책을 받자마자 [딸이 고양이가 되다]를 펼쳐보며 나역시도 사람말을 재빠르게 늘어놓고 사라지던 고양이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며 나이든 꼰대 고양이가 되어 웃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