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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야, 너는 단종 임금님을 기억하니?
"소나무야, 너는 단종 임금님을 기억하니?" 내용보기
나는 영월에 가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영월이 그냥 산도 있고 강도 있는 여행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람이 된 임금님』을 읽고 나니 내가 보았던 영월이 조금 다르게 생각났다. 그곳에서 어린 단종 임금님이 혼자 지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단종은 열두 살에 임금이 되었다. 나는 열두 살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런데 열두 살에 한 나라의 임금이 되었다니 정말 놀랐다
"소나무야, 너는 단종 임금님을 기억하니?" 내용보기

 나는 영월에 가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영월이 그냥 산도 있고 강도 있는 여행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람이 된 임금님』을 읽고 나니 내가 보았던 영월이 조금 다르게 생각났다. 그곳에서 어린 단종 임금님이 혼자 지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단종은 열두 살에 임금이 되었다. 나는 열두 살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런데 열두 살에 한 나라의 임금이 되었다니 정말 놀랐다. 임금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단종은 그렇지 않았다.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기고 영월로 쫓겨났다.

 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도 보아서 단종 이야기를 조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으로 읽으니 단종이 ‘임금님’이기 전에 어린아이였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가족도 보고 싶고 무섭기도 했을 텐데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말할 사람도 별로 없었을 것 같다.

 그래도 단종에게는 특별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소나무였다. 단종은 소나무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했다. 소나무는 단종의 고민을 들어 주고 울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특히 소나무가 단종에게 “어디에 계시든, 저는 전하 곁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조금 부러웠다. 단종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고민을 털어놓는 나무가 없다. 아니, 생각해 보니 나는 나무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나무는 말을 못하니까 내 이야기를 해 봐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꼭 말을 해야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종이 슬플 때 소나무는 도망가지 않았다. 아무리 힘든 이야기를 해도 귀찮다고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단종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 주었다. 만약 내가 단종이었다면 나도 그 소나무를 매일 찾아갔을 것 같다.

 “소나무야, 오늘도 속상한 일이 있었어.”

 하고 말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무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나에게 “응, 듣고 있어.”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전에 갔던 영월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때 내가 지나친 소나무 중에도 단종을 보았던 나무가 있었을까? 단종이 바라보았던 하늘과 내가 본 하늘은 같은 하늘이었을까?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단종은 결국 아주 어린 나이에 죽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단종의 이야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단종을 기억하고, 책을 쓰고, 영화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단종이 정말 바람이 되었다면 지금도 영월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자기를 지켜 주었던 소나무 곁에도 가끔 찾아갈 것 같다.

 나도 영월에 다시 가게 되면 이번에는 소나무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소나무 한 그루를 찾아서 가만히 서 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 볼 것이다.

 “소나무야, 너는 단종 임금님을 기억하니?”

 대답은 들리지 않겠지만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살랑살랑 흔들리면, 나는 소나무가 “응, 아직 기억하고 있어.”라고 대답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l*********9 2026.09.14. 신고 공감 0 댓글 0